여권 비리 정황 핵심인사 손볼 조짐…사정기관 친이계ㆍ비박계 살생부 소문김무성 대표 체제 새누리당, 청와대와 본격 '대립각' 세우기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서 박근혜정부 정책 신랄하게 비판청, 비박계 비리 첩보 수집 소문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만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전당대회 전부터 예상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여권 내 권력지도가 서서히 변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김무성 체제로 들어선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이루고 있어 정가에서는 "박근혜-김무성의 대결구도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 24일 새누리당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가 열린 자리에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박근혜정부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본격화되는 조짐마저 보였다.

연석회의 구성원을 보면 친박(친 박근혜) 주류보다 친이계 등 비박계가 많아 정부에 대한 비판 의견은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 보궐선거, 세월호 참사 등 연달아 터진 각종 현안에 묻혀있던 친박-비박 대립구도가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청와대 주변에서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가 전당대회에서 놓친 당 주도권을 다시 회수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심지어 검찰 등 사정기관이 비박계 의원들 중 일부에 대해 각종 비리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연말 정도에 여당 의원들에 대한 사정기관발 압박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 앞에서 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정현 최고위원, 이완구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이재오 의원. 연합뉴스
비박계의 반란 청와대 당혹

청와대는 지난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계의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을 당대표 후보로 내세웠다. 하지만 김무성 당시 후보는 서 의원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새누리당의 당권을 거머쥐었다. 김 대표가 당의 수장자리에 오르면서 여권 주변에서는 여러 관측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가 김 대표와 함께 청와대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한편 차기 대선 준비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현재 여권의 무게 중심은 비박계로 쏠리고 있다. 김 대표 체제가 순항하면서 비박계가 자연스럽게 당 주도권을 장악한데 이어 지금은 정부의 각종 정책을 비판하며 청와대를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김 대표 취임 이후 새누리당 내 친박과 비박 진영의 분위기는 여러 면에서 달리지고 있다. 비박계는 주요 요직을 꿰차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반면 친박 진영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침묵이 오래갈지는 미지수다.

최근 여권 내부에서는 개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야권에서 조차 개헌을 촉구하고 있어 흡사 여야가 힘을 합쳐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는 분위기마저 연출되고 있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 의원들은 개헌을 통해 혁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헌의 골자는 대통령 중심의 1인 체제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데 있다. 대통령은 외교 등 대외 업무를 담당하고 대내 업무는 총리가 전담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통령의 권력과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정국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 개헌논의까지 꺼내면 국정에 대혼란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 소장파 등은 청와대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조속한 시일 내 개헌을 추진, 여권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최고 중진 연석회의에서 이재오 의원은 "국회가 보수혁신에 있어서 최대의 핵심은 개헌"이라며 "개헌을 하지 않고 어떻게 보수혁신을 하나"라며 개헌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개헌요구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 내부에서 이 의원을 국정실권자인 총리로 추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 의원에 대한 총리추대설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끊임없이 비박계 내부에서 미약하게나마 들려 왔다. 이런 상황에 이 의원이 개헌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재오 총리 추대설'에 조금씩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이 의원이 개헌 선봉에 서고 현 정부에서 총리로 추대될 경우 차기 대권을 김무성 대표에 밀어주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친박계 당권 회수 나서나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가 목소리를 키우며 정부와 친박계에 대한 압박 강도를 키우자 친박계 내부에서는 은밀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최근 차기 대권과 관련된 말들이 무성하다. 김 대표의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청와대가 차기 대권 주자를 외부에서 영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외부 영입 인사는 다름 아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그러나 반 총장 측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대권도전을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 자리에서 반 총장과 만나 향후 대권도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도 비슷한 소문이 무성하다. 심지어는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중간 메신저를 통해 이미 대권도전에 대한 교감을 했을 것이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청와대가 내년 초중반부터 반 총장 대권도전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시켜 김 대표 힘빼기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또 사정기관 주변에서 촉각을 세우게 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검찰 등 사정기관이 여권 의원들 중 일부에 대해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 중이라는 소문이 사정기관 주변에 무성하다. 이미 철도비리 등으로 여권 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추가로 여권 의원이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피아 수사를 추진해온 검찰은 최근 기업수사를 통해 정치권까지 수사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여권 의원들과 야권 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준비하고 있다. 여권 의원들 중에는 여권 중진인 A씨가 눈에 띈다. 친이계는 아니지만 비박계로 분류되는 A씨는 최근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또 B의원도 검찰이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B의원은 검찰의 관피아 수사에서 비리 혐의가 드러난 인물로 검찰은 관피아 비리에 연루된 기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B의원이 이권에 개입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인물을 아니지만 보수진영의 대표적 인사인 K씨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K씨 비리에 연루된 여권 인사도 주목하고 있다. L전 의원은 친박계 인사지만 비박계 의원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일부 드러나 검찰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기관이 들추고 있는 인사는 이들 뿐만 아니다. 검찰은 친이계 의원들 중 김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C 전 의원도 내사 중이다. C 전 의원은 김 대표와 함께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 등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김 대표의 당 대표 출마와 선출을 돕기도 했다. C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고 정부의 정책에 날을 세워 주목을 끈 적도 있다.

검찰이 친박계 일부 인사와 친이계 등 비박계 인사들에 대해 내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K씨 등 비박계 중진과 연루된 기업 대표의 비리가 거론되면서 당 안팍에는 위기감마저 흐르고 있다. 동시에 비박계 일부에서는 더욱 청와대를 압박해야 한다며 추가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검찰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9월 초 정기인사에서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를 대거 특수부에 충원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피의 10월'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검찰은 KB금융의 전산시스템 교체 의혹, MB 대선 캠프 특보 출신인 김일수 테라텔레콤 대표의 정관계 로비 의혹,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업체 대보그룹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지만 추가 수사가 이어질 조짐이다. 아울러 추가 사건을 통해 수사를 정관재계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서 정치권에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현재 검찰은 관피아 수사를 통해 공공부문의 민관 유착비리를 수사하고 있지만 향후 재계와 금융권 수사를 통해 정·관·재계 유착 비리를 역학추적형태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