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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도 언급… 개헌 논의 전선 다변화

김무성 이어 야권 유력 대권주자까지 개헌론 제기
김문수 반대 입장 불구하고 개헌 논쟁 확산 역할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상하이발 개헌론’ 발언으로 촉발된 개헌 논의가 새정치연합의 문희상 비대위원장, 문재인 의원 등 야권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자료사진
[조옥희 기자] 개헌 논의 전선이 다변화되고 있다. 정치권 이곳저곳에서 산발적으로 개헌 군불을 때는 양상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상하이발 개헌론'을 제기했다가 하루 만에 사과하면서 접었으나 개헌 논의 불씨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개헌론 제기와 제동, 반론 등이 뒤섞이면서 오히려 개헌 논쟁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김 대표가 개헌 전선에서 일단 회군했음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개헌론 점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론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하고 비판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헌론을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또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김 대표의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에 반론을 편 것도 오히려 개헌 논쟁 확산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20일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누구도 개헌 논의를 막을 수 없다"고 언급해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집권당 대표가 잠잠했던 개헌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야당 유력 주자가 개헌 논의에 가세함으로써 헌법 개정 논의 전선이 확대되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회의에서 국회의 개헌 논의를 막으려는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문 의원은 “국민의 대표이고 각자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헌법을 논의하는 건 당연한 일로, 누구도 못하게 막을 수 없다”면서 “박 대통령이 국회 차원의 논의를 막는 건 월권이고,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쏘아붙였다. 문 의원은 이어 김 대표가 개헌 발언을 하루 만에 취소하고 박 대통령에게 사과한 것에 대해서도 “여당 대표가 국민이 아닌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 배경에 있는 대통령의 개헌 논의 금지 발언이 더 문제"라며 "유신헌법 논의를 금지한 70년대 긴급조치를 떠올리게 한다"고 공격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이날 박 대통령의 개헌 논의 제동 움직임을 비판하며 김 대표를 두둔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이라 해도 국회의 개헌 논의를 틀어막을 수 없다"며 "김무성 대표의 개헌 해프닝은 결코 해프닝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는 현 대통령제의 한계를 대통령 스스로 드러낸 것으로, 이를 고치기 위한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며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있고, 한 설문조사에서 국회의원 230여명이 개헌 필요성에 동의했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의원뿐만 아니다.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개헌모임)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김 대표의 사과 발언 이후 공세의 과녁을 박 대통령에게 맞췄다. 우 원내대표는 “집권당 대표도 마음대로 말을 못하고 대통령의 눈치를 본다”면서 “이 자체가 개헌 필요성이 더 절실한 이유”라고 말한 바 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도 최근 기자들에게 “여당 대표의 발언을 하루 만에 번복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야말로 분권형 개헌의 당위성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은 아예 ‘김무성 지킴이’를 자임하며 개헌 논의를 촉발한 김 대표를 연일 치켜세우고 있다. 당 비대위원인 박 의원은 20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톨해 "김 대표의 개헌 발언, 청와대 발끈으로 사과? 2보 전진 1보 후퇴 성공작!"이라며 "저와 얘기한 '정기국회 후 개헌론'의 봇물을 터지게 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왜 개헌론 불씨를 살리기에 적극 나서는 것일까. 올 연말 이후에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보고 군불을 때면서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개헌은 국민투표가 동반되는 특성으로 인해 선거가 있는 해에는 사실상 논의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앞으로 정치권에는 2년여 간 대형 선거가 없다. 개헌을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올 정기국회 이후가 최적의 시기인 것이다. 이미 총 300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155명 이상이 개헌모임에 참여하고 있고, 231명의 의원이 개헌에 찬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이 제동을 걸고 있으나 이번에는 개헌론이 쉽사리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 하면 야당 의원 대부분과 여당의 비박계 의원 대다수가 개헌에 찬성하는데다 여당 대표마저 개헌론자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청와대는 여당 지도부를 통해 개헌론에 브레이크를 걸었으나 이번에는 여당 대표가 개헌론자여서 청와대는 의회 내에서 충분한 제동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오히려 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국민 여론을 방패 삼아서 개헌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와 함께 여권의 주요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인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19일 개헌 논란과 관련, “이원집정부제는 지금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외치(外治) 담당 대통령과 내치(內治) 담당 총리의 권력 충돌이 우려되는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3대 세습 독재 체제인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 상황에서는 강력하고 신속한 위기대응 능력이 정부 형태에서 가장 우선 고려되어야 하는데 국가의 긴급 중대 사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지체시킬 위험이 있는 이원집정부제는 한국과 어울리지 않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는 달리 개헌 문제에서 김 대표와 이견을 보인 것이다. 개헌 방향을 놓고 여당의 비박 진영 내부에서 마찰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 언급이다. 한 정치 평론가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김 대표의 개헌론에 브레이크를 건 측면도 있지만 개헌 논쟁에 기름칠을 하면서 오히려 논의를 활성화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개헌론 불씨가 계속 이어지다가 정기국회 이후에는 개헌 논쟁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헌 공론화가 본격화되더라도 실제 개헌을 성공시키기는 그리 쉽지 않다. 넘어야 할 산과 강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개헌론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론에 직면하면 더이상 확산되기 어렵다. 또 실제로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국민의 지지를 얻기가 쉬운 게 아니다. 또 정치권의 '권력 놀음'이라는 비판론이 확산되면 개헌론은 힘을 잃게 돼 있다. 과연 이번 개헌론은 어느 쪽으로 기울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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