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게임'에 'X파일' 등장… 검찰 타깃친ㆍ비박 모두 치명적 카드 꺼내A 전 의원 6·4 지방선거 당시 공천 헌금 의혹 검찰 '타깃설'여권 중진 B의원도 수사선상에 후원자에 불법자금 모금 의혹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직강화특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진규 경기도당 위원장, 강석호 제1사무부총장, 이군현 사무총장 겸 조직강화특위 위원장, 김무성 대표, 강은희 의원, 김현숙 의원 , 정양석 제2사무부총장 .
새누리당이 김무성 체제로 재편되면서 '제식구 챙기기'논란이 일면서 친박(친박근혜)-비박 간 대결이 '생존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양측 모두 상대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카드까지 꺼내면서 당내 문제가 사정기관의 표적으로 비화되는 모양마저 보이고 있다.

이러한 친박-비박 간 '위험한 권력게임'의 단초는 7ㆍ14 전대에서 김무성 대표가 당 간판이 되면서다.

김 대표는 당직 인선 과정에서 비박계 인사를 대거 기용하면서 친박계의 불만을 샀다. 김 대표의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로 호흡을 맞춘 이군현 의원이 당의 자금과 조직을 관장하는 사무총장에 오른 것을 비롯해 새로 임명한 중앙 당직자 가운데 3분의 1정도가 친이계 인사로 분류됐다.

친이계인 권오을 전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측근인 김학용 의원과 강석호 의원이 각각 비서실장과 제1사무부총장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엔 차기 총선의 공천을 좌우할 조직강화 특별위원회에 비박계 인사들, 특히 김무성 대표의 사람들이 대거 배치되면서 친박계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당 안팎에서 18명의 인사를 모아 출범시킨 보수혁신위와 달리 새누리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6명이 모두 김 대표와 가까운 비박계 의원들로 채워졌다.

우선 이군현 사무총장, 강석호 제1사무부총장, 정양석 제2사무부총장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갔고, 김 대표의 측근인 이한성 의원, 김 대표가 대변인으로 발탁한 권은희 의원, 비례대표인 김현숙 의원도 특위 위원이 됐다.

친박계는 김 대표가 당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한 것을 두고 친박계 당협위원장 교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 중진 홍문종 의원은 "인위적으로 현 당협위원장 체제를 개편한다든지, 위원장을 끌어내린다든지 교체하면 상당히 큰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의원은 14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조직강화특위 구성과 관련해 김무성 대표체제가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경우 김 대표가 주장하는 '오픈 프라이머리'과도 배치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 의원은 "교체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당협위원장=공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계파, 가까운 사람들을 거기에 많이 심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오픈 프라이머리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당협위원장 교체에 대해 "당이라는 것이 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건데 그런 측면에서는 지금 조강특위를 구성하시는 분들이나 아니면 운영하시겠다고 하는 분들이 혹시 잘못 생각하신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는 생각을 말했다.

이처럼 친박-비박 간 당직은 물론, 차기 총선과 관련한 당협위원장을 놓고 생존게임을 벌이면서 상대 진영 인사에 대한 X파일이 수면위로 나오기도 해 정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 자리를 놓고 '파벌'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한 예다.여의도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여의도연구소를 확대개편해 이주영 의원을 수장으로 앉혔다. 그러나 이듬해 3월 이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공석이 된 이후 7개월 넘게 비어있다. 원장 자리를 놓고 친박-비박 간 혈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연구원은 선거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 실시 등 선거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향후 선거 공천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현재 비주류로 분류되는 유승민 의원과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원장 자리는 본래 김 대표와 가까운 A 전의원이 유력했다. A 전 의원은 김 대표가 당 대표가 되는데 큰 기여를 한 인물이기도 하다. 여의도연구원이 선거 공천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A 전 의원의 원장에 오를 경우 친박계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A 전 의원은 탈락했다.

여권 중진인 B씨도 사정기관의 타깃이 되고 있다. 친이계는 아니지만 비박계로 분류되는 B씨는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고, 최근에는 개헌론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며 청와대를 압박한 인물이기도 하다. 검찰 주변에서는 지난 6ㆍ4 지방선거 과정에 B씨가 후원자로부터 불법 자금을 모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비박계 측의 친박계 인사에 대한 공세도 만만치 않다. 친박계 중진 C의원이 대상이다. C의원은 검찰의 관피아 수사에서 비리 혐의가 드러난 인물로 검찰은 관피아 비리에 연루된 기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C의원이 이권에 개입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D 전 의원은 친박계 인사지만 비박계 의원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일부 드러나 검찰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9월 초 정기인사에서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를 대거 특수부에 충원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부터 사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현재 검찰은 관피아 수사를 통해 공공부문의 민관 유착비리를 수사하고 있지만 향후 재계와 금융권 수사를 통해 정ㆍ관·재계 유착 비리를 역학추적형태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문제가 됐던 전ㆍ현직 의원들의 비리도 손을 볼 것"이라고 말해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친박-비박 간 위험한 권력게임이 어느 쪽의 승이로 귀결될지, 아니면 모두가 패자가 되는 진흙탕 싸움이 될 지 여의도엔 긴장감이 팽배하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