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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 '진짜 측근'이 전하는 말

"반 총장 '측근'은 허상… 무관심이 돕는 일"
반 총장 국내 정치에 관심 없고 거론 안해… '측근' 부재
'측근' 논란은 정치권의 러브콜, 불순한 정치야망이 만든 것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일부 대선주자 관련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총장이 압도적 1위에 올라 정치권에‘반기문 대망론’이 불거지면서다.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반 총장을 정치권에 끌어들였고, 일부 진영에선 ‘반기문 띄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과 박지원 의원이 ‘측근’ 운운하며 ‘야권 출마설’을 거론하면서 ‘반기문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급기야 반 총장 측이 직접 나서 “사실이 아니다”며 국내 정치와 선을 그었지만 ‘반기문 바람’이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권 고문과 박 의원 같은 정계 중진의 발언이라 이들이 언급한 ‘측근’의 실체에 따라 ‘반기문 현상’의 파장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반 총장 '측근' 등장

‘반기문 대망론’이 정치권에 회자될 때만 해도 반기문 총장은 정치공학적 대상에 불과했다. 차기 대선주자를 전제한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반 총장의 권력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데다 출마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 포럼에서 ‘반기문 띄우기’에 시동을 걸었지만 일방적인 러브콜, 정치적 짝사랑 정도로 치부됐다. 냉정하겐 김무성 대표 체제에서 정치적 수세에 몰려 있는 친박계가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반 총장을 띄워 대권행보를 하고 있는 김 대표 등 비박계를 견제하려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런데 야권에서 꺼낸 ‘반기문 카드’는 울림이 달랐다.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새정치연합 상임고문과 중진인 박지원 의원이 나섰기 때문이다. 권노갑 고문은 3일 “반 총장 측근이 찾아와 반 총장을 야당 대권 후보로 영입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권 고문에 따르면 ‘측근’이라는 사람이 “반기문 총장은 훌륭한 인물이고 앞으로 국가적으로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야당에서 영입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보다 구체적으로 ‘측근’의 신분을 거론하며, 그가 ‘반기문 총장 출마 문제’로 권노갑 고문과 몇 개월 전부터 접촉했고, 자신과도 만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권 고문은 ‘측근‘에 대한 질문에 함구하다 6일 세 사람을 언급했다. 한 사람은 미국에서 공부한 신학박사다. 권 고문에 따르면 이 인사는 지난 5월 권 고문을 만나 자신의 이력서와 자신 관련 기사를 제출하면서 “반 총장이 정치를 하려고 한다. 야당 후보로 나올 뜻 있다”는 말을 건넸다는 것이다. 그가 제출한 자료에는 반 총장과 가깝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다른 두 사람은 ‘충청포럼’(충청지역 정·관계 인사 모임) 회장인 성완종 전 의원과 전직 외교관 출신이다. 권 고문은 10월 중순 성 전 의원을 만나 ‘신 DJP’ 연합에 대해 논의했고, 전직 외교관도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거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 전 의원은 “주차장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했을 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권 고문의 주장을 반박했다. 외교부 출신은 확인되지 않았다.

박 의원은 4일 JTBC ‘손석희의 뉴스9’에 출연해 “반 총장하고 가깝다고 하는 분들이 권노갑 상임고문에게 몇 개월 전부터 많이 접촉을 했다”면서 “그 분 중에 한 분이 연락이 와서 ‘함께 식사를 하자’ 고 제의를 해왔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그런 제의를 한 사람에 대해 반 총장의 동생이 간부로 있는 회사의 오너이고 전직 국회의원이라고 밝혀 사실상 성완종 전 의원을 공개한 셈이 됐다. 반 총장의 남동생인 반기상씨는 성 전 의원이 오너인 경남기업의 고문으로 있다.

이에 대해 성 전 의원은 “박 의원과 만난 적도 없고, 그런 얘기를 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박 의원은 ‘성 전 의원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말 말씀 못 드린다”고 피해갔다.

반 총장 동생 정치 속으로

반 총장의 ‘측근’이라는 사람들을 통해 ‘반기문 출마설’이 확산되면서 반 총장 형제들까지 거론됐다. 그러한 데는 박지원 의원이 ‘측근’을 언급하면서 ‘반 총장의 동생이 간부로 있는 회사의 오너’라고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반 총장의 두 동생인 반기상(68)씨와 반기호(60)씨는 각각 경남기업 고문과 보성파워텍 부회장으로 있다.

반 총장의 ‘측근’과 관련한 파장이 확산되고 여러 설이 난무하자 반 총장의 형제들이 입을 열었다. 이들은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측근’으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반 총장의 뜻과 무관하게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기상 고문은 “반 총장의 측근이 누구를 말하는 건지 궁금하다”며 “형님 친구들은 내가 다 알고, 측근이라면 가족인 내가 측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형님을 한번이라도 만나 보고 (대선 출마와 같은) 그런 말을 하는지 물어봐라”며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반기호 부회장도 단호하게 “측근이란 사람들은 다 형을 파는 사기꾼이다”라며 “형님과 찍은 사진 한 장 가지고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이다, 측근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형님은 측근을 두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자기들끼리 ‘반사모’니 뭐니 만들었다는데 나는 관여해본 적도 없고 그들의 실체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또 두 동생은 모두 대선 출마 등 반 총장의 현실정치 참여설도 일축했다. 반기호 부회장은 올 초 통화에서 반 총장이 “정치를 할 생각이 없으니 절대 부화뇌동하지 말고 너희들부터 말조심해라”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반기상 고문도 “미국에 있는 친척들과 만나서도 ‘전혀 정치 생각이 없다’는 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반 총장 '진짜 측근'의 개탄

“개탄스럽다.”최근 반 총장을 둘러싼 국내 정치권의 동향을 지켜 본 A씨의 한탄이다.

A씨는 반 총장과는 반세기 이상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국제관계 전문가다. 매년 뉴욕과 국내에서 반 총장과 독대를 할 정도로 가까우며, 반 총장의 ‘멘토’라는 말도 들린다. 반 총장의 두 동생에게도 고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마디로 반 총장의 ‘진짜 측근’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A씨는 ‘측근’이란 말에 손사래를 하며 “반 총장이 유엔 총장의 소임을 다해주길 바랄 뿐이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반 총장 측이 유엔한국대표부를 통해 ‘반기문 출마설’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한국 정치 수준이 유엔 총장의 격을 떨어뜨린다”며 “유엔 총장이면 국가의 명예이고 자랑인데 도와주지 못할망정 흠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반 총장을 만나지만 국내 정치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한다”면서 “‘측근’이 생길 여지도 없는데 누군가 ‘측근’운운했다면 100%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 반 총장의 위상을 이용하려는 ‘정치적 불순분자’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권 고문과 박 의원이 거론한 ‘측근’이란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부류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에 따르면 ‘반기문 출마설’, ‘반기문 영입설’등에 등장하는 ‘측근’들은 부재하거나 자가발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는 여야 정치인들이 포장한 가상의 인물일 수도 있다.

실제 ‘측근’이라 할 수 있는 두 동생이나 A씨의 견해를 종합하면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측근들은 과거 반 총장의 경력(외교), 지역(충청), 사적인 영역 등에서 인연을 갖게 된 것을 근거로 반 총장의 진의와 무관하게 ‘반기문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정치권 또한 그러한 ‘측근’을 활용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측면이 엿보인다.

A씨는 정치권을 향해 역설적인 충언을 하기도 했다. “정말 반 총장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면 유엔총장 임무에 전력할 수 있게 정치적 관심을 접어두는 게 도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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