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 검ㆍ경 조사중공단 관리ㆍ감독 체육시설 안전문제 도마이창섭 이사장 '낙하산 인사' 논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최근 여러 불미스런 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사진은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회관에 위치한 국민체육진흥공단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경륜, 경정,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등을 통해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으로 지자체 체육시설 지원과 생활체육, 장애인체육 육성 등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하는 곳이다. 국내 체육계에 필요한 자금의 80%가량을 이곳에서 총괄 조성·관리하고 있고, 생활체육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만큼 체육계에서는 소금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체육진흥공단이 최근 안팎의 불미스러운 일로 1989년 창사 이래 가장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6개월 전 임명된 이사장을 두고 또 다시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데 이어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공단 전·현직 관계자들이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게다가 공단 측이 관리 중인 국민체육시설에서 안전 사항이 속출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간부, 횡령 및 비자금 조성 의혹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억대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감사원 감사는 물론 검ㆍ경 수사를 동시에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홍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체육진흥공단 감사에서 “지난 9월 감사원이 국민체육진흥공단 홍보비서실장을 횡령 사기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6월 김모 홍보비서실장이 수량을 부풀리거나 실제로 구매하지 않는 물품을 구매한 것처럼 허위로 내부결제를 올리도록 지시해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진정서를 접수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 실장은 2011년 12월 물품계약이 가장 많은 홍보팀을 홍보비서실로 통합 개편하여 자신의 아래에 두었다. 당시 공단 내부에서도 이 조직개편에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홍보팀을 홍보비서실로 통합한 이후, 홍보팀 직원에게 직접적으로 “현금을 만들어오라”, “소요물품을 미리 가져다 썼으니 결재하라”는 지시를 2년 넘게 지속적으로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단의 홍보물품구매내역 593건(14억원) 가운데 홍보팀에서 체결된 68건(2억7,000만원)에서 최소 1억원 이상이 허위계약의 방법으로 비자금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공단 측이 같은 기간 동안 세 회사(실제로는 같은 회사로 상호명만 다름)와 체결한 148건 계약(약 3억1,620만원) 중에서 10건, 4,599만원의 물품구매계약은 허위 계약이었음이 밝혀졌다.

또한 이 회사의 사장은 수차례에 걸쳐 김 실장에게 현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공단 직원에게 “김 실장이 자주 현금을 요구해 의도적으로 전화를 피하기도 했다”라며 “그러면 급하다는 문자가 와 어쩔 수 없이 가져다 줬다”라고 하소연했다. 홍보팀의 직원들도 김 실장에게 여러 번 문제를 지적했지만 그럴 때마다 김 실장은 ‘쇠귀에 경 읽기’ 식으로 의견을 무시했다.

공단 측은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김 실장을 지난해 말 투표권사업실장으로 인사발령을 내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결국 감사원은 동부지검에 김 실장을 고발 조치했고, 조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실장은 무보직 대기발령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단 직원은 “김 실장 일은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라며 “이사장의 지시나 묵인 없이 억대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을 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체육진흥공단 감사실장과 함께 감사원에 가서 출석조사를 받은 정정택 전 이사장은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공단사업 관리 부실 드러나

체육진흥공단이 진행하는 보조사업의 사후 관리와 감독 부실도 구설수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측에 따르면 공단이 지난해 지원한 보조사업 중 정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업이 25개, 약 1,58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에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급하고도 이들 기관이 제대로 된 정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미정산 사업이 발생하고 있다”며 “수천억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을 지원해놓고는 강제력이 없다며 사후 정산조차 하지 않고 내버려두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공단 측이 관리·감독의 의무를 지닌 25개 체육시설의 안전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달 14일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25개 체육시설에서 안전지적이 122건 나왔다고 밝혔다.

유 의원에 따르면 분당스포츠센터의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가 불량 판정을 받았으며 방재실의 화재경보수신반 역시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층 빌딩에 많이 설치돼 있는 경륜·경정 장외발매소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인천과 천안의 장외발매소는 화재의 초기진압에 필수적인 화재탐지기와 소화기 등이 불량했고, 의정부 장외발매소는 전기선이 문어발식으로 설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공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체육진흥공단은 대한민국 안전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안전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자신들이 관리하는 체육시설조차 안전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이사장 임명 꼼수 논란 '씁쓸'

지난 4월 임명된 이창섭(59) 현(現) 이사장에 대한 논란도 피할 갈 수 없다. 이 이사장은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였던 지난 2011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지원하는 ‘대전희망포럼’의 대표직을 역임했다. 이런 연유로 임명 당시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더욱이 공단이 전임 이사장이 임기가 끝난 뒤에도 이사장 공모를 6개월 이상을 끌면서 늦춰 이 이사장을 자리에 앉히기 위해 꼼수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서 대전 대덕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당시 이 이사장은 시의회 의원 등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자격 정지가 끝나는 시기는 지난 2월 11일이었고, 공모는 2월 28일 시작됐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에 따르면 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자격이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34조 역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거나 당시 그에 해당한 자로 밝혀졌을 때는 당연히 퇴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창섭 당시 교수가 2월 11일 이전에 이사장으로 임명될 수 없는 조건이다. 때문에 이 교수를 이사장에 앉히려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시 업계관계자들은 “전임 이사장의 임기 만료 시점에 맞춰 공모 작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공단 측은 수개월 동안 이사장 자리를 비워두는 이상한 형태를 보였다”라며 “이는 사전에 언질을 받지 않고 진행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전임 정정택 이사장도 육군사관학교 23기로 구성된 하나회 출신이자 뉴라이트안보연합 상임대표,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국방특위 특별보좌역을 맡았던 인물로 ‘낙하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장원수 기자 jang7445@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