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권력' 존재 vs BH 법적대응신문 '박근혜 정부 배후에 비선라인 존재' 보도'실세들 대통령 내세워 당·청·관 각종 인사개입 의혹'도 제기청와대 "증권가 찌라시에 떠돌던 루머… 강력한 법적 대응"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최근 정윤회(59)씨의 국정개입설이 불거져 청와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각종 설로만 떠돌던 '문고리 권력설'이 일부 사실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청와대의 반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일보는 현 정부 비선실세로 꼽히는 정윤회씨가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권력'과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청와대 내부 문건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11월 28일 청와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감찰보고서를 인용해 "정씨를 비롯해 10여명에 이르는 이른바 청와대 비선라인이 존재하며 이들이 청와대와 각 정부부처 그리고 당 핵심부까지 각종 인사를 주무르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신문은 기사에서 심지어 시중에 떠돌던 각종 루머가 청와대 비선라인이 생산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속칭 '증권가 찌라시'에 떠돌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은 정씨가 자신의 비선라인을 활용해 퍼트린 루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문고리 권력' 3인방이 포함된 청와대 안팎 인사 10명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 결과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청와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동시에 이 신문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보도된 문건이 감찰 보고서가 아니라 이른바 증권가 찌라시에 나오는 풍문을 취합한 동향 보고 수준의 문건에 불과하다"며 "문건에 적시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문건에는 현 정부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3명의 비서가 외부에서 만나 국정정보를 교류하고 김기춘 비서실장 등을 포함한 청와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문건은 올해 1월6일 작성됐으며, 당시 증권가 찌라시(정보지)와 정치권에 떠돌던 '김기춘 비서실장 중병설 및 교체설' 등의 루머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파악하는 게 목적이라는 것이다. 즉, 내부 정보 유출자를 찾아내려는 '감찰'이라는 이야기다.

이 문건에는 정씨와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을 포함한 10명의 인사가 정기적으로 만났고, 청와대 내부 사정과 인사 문제를 논의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문건은 비서관 3명의 실명을 그대로 적시하고 있어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또 10명에 대해선 '십상시'라는 표현까지 썼는데, '십상시'라는 말은 정치권에서 정권의 핵심실세를 가리키는 말임을 감안할 때 이들이 청와대를 움직이는 실세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문건에는 정씨의 입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내용도 담겨 있다. 신문에 따르면 정씨가 "김 실장은 000이 VIP께 추천해 비서실장이 됐는데 '검찰 다 잡기'만 끝나면 그만두게 할 예정이다. 시점은 2014년 초ㆍ중순으로 잡고 있으며 7인회 원로인 000도 최근 김 실장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신문은 "정씨는 지난해 이들과의 송년 모임에서 김 실장의 사퇴 시점을 '2014년 초ㆍ중순으로 잡고 있다'면서 참석자들에게 정보지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고 보도했다.

신문 보도와 청와대의 대응과 관련, 정치권에서는 보도의 진실 유무를 떠나 청와대 밖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가 실제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적잖이 퍼져 있다.

이 소문 중 하나는 "현재 청와대 내부의 핵심 인사는 김기춘 실장이 아니라 A씨"라며 "하지만 A씨는 인사개입 등을 절대 하지 않고 주어진 업무만 몰두하는 스타일이라 박 대통령의 신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인사문제에는 개입하지도 않고 알고 있는 바를 절대 누설하지도 않지만 인사 문제 등에 대해 실세들이 결정하면 충실히 실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문에 따르면 "A씨는 권력을 탐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실세들의 지시를 매우 충실히 이행하고 있어 박근혜 정부 깊숙한 부분까지 개입하고 있는 핵심 중 핵심인물"이라며 "청와대의 여러 정책 기획 중 일부는 그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문은 '문고리 권력'이 이번 개각에도 일부 개입했다는 것이다. 즉 A씨를 비롯해 박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최근 모처에서 만나 비서실장 교체를 논의했으며 비서실장 교체에 따른 여러 문제점도 검토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향후 개각을 통해 그동안 구상해 오던 박근혜 정부의 내각구성이 구체적인 윤곽을 갖추는 만큼 새로운 시스템에서 대통령을 보좌할 비서실장 교체를 검토 한 적 있다는 말도 들린다. 나아가 연말 비서실장 교체를 검토했으나 시기적으로 여의치 않다는 의견이 많아 연초에라도 비서실장 교체를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러한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청와대 측은 "사실무근" "소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세계일보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법적 조치가 향후 어떻게 결론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