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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박지만 파워게임 향방은?

정씨 '불장난' 배후로 '박지만 사람들' 겨냥… 박 회장 '반격카드' 꺼내나
  • 정윤회(오른쪽)씨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의 배후로 박지만(왼쪽) EG 회장과 '박지만 사람들'을 지목했다.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리라 생각한다."

비선(秘線)실세 국정개입 논란의 중심에 선 정윤회(59)씨는 청와대 문건(일명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의 배후로 박지만(56) EG 회장과 '박지만 사람들'을 지목했다.

정씨는 10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박 회장과 그의 사람들을 향해 '일전(一戰)'을 불사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정씨의 의 법률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불장난'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문건 작성' 자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의 말대로라면 불장난을 한 주체는 '정윤회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48) 경정과 그의 직속상관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불장난에 춤춘 '누구'는 박 회장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정씨는 박 회장이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10일 검찰 조사에서도 조 전 비서관을 문건 작성ㆍ유출 배후로 지목하면서 대질신문에 나선 박 경정을 상대로 "누구 지시로 문건을 만들었느냐"며 따졌다고 한다. 또한 "빨리 모든 의혹을 풀고 싶다"며 박 회장과의 대질조사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정씨가 일전을 벌일 최종 대상이 박 회장이란 사실을 암시했다.

한편, 박 회장은 "정윤회씨가 거짓말을 하면 직접 나서겠다"고 지인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에 따라 정씨와 박 회장 간의 직접적인 대결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가신(家臣) 그룹과 남동생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 간의 '권력암투'가 각종 의혹의 배경으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 박 회장에 대한 직접조사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정점에 정씨와 박 회장이 자리하고 있는 모양새여서 이들의 진검승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윤회-박지만 '인사' 관련 충돌

정윤회씨와 박지만 회장 사이의 '알력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 3월 시사저널이 '정윤회, 박지만 EG 회장 미행' 보도가 나오면서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정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고, 이에 대해 박 회장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문제 제기를 하는 한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미행사실을 알렸다. 조 전 비사관은 박관천 경정(전 민정수석실 행정관)에게 정씨에 대한 내사를 지시했다. 이후 박 경정은 1월 6일,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 보고서를 작성했다.

세계일보가 11월 28일 박 경정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일명 '정윤회 문건'을 보도하면서 정국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왔고 정씨와 박 회장 간의 수면 아래 알력도 점차 모습을 드러냈다.

정씨와 박 회장 간 파워게임이 정면으로 겨뤄진 지점은 '인사'다. 양측 관계자들의 전언이나 세계일보의 보도 문건에 따르면 정씨는 청와대 '문고리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ㆍ정호성 제1부속비서관ㆍ 안봉근 제 2부속비서관)을 통해 국정ㆍ 인사에 개입했다. 박 회장의 경우는 이른바 '박지만 사람들'이 세력화됐고, 그중 일부는 청와대나 정부 기관이, 군 등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세계일보 보도 이후 정씨와 '십상시(十常侍)'가 '비선'으로 거론되고, 박 회장과 가까운 '7인회'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십상시'의 핵심인 청와대 실세 3인방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씨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들 3인방은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1998년 무렵부터 정씨가 박 대통령에 붙여 15년 동안 물심양면으로 돕도록 한 사람들이다.

정씨는 "2007년 이후 3인방과 연락을 끊은지 오래됐다"고 주장했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3인방과 연락을 취하며 비선 실세로 활동해왔다는 의혹을 꾸준하게 제기했다. 최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 4월 정씨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면서 그 같은 의혹은 사실의 일부로 해석됐다.

또한 2007년 이후 야인으로 지냈다는 정씨가 자신을 내사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박관천 경장의 연락처를 알아내고 연락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청와대 내부의 조력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씨는 12월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접촉이라고는 당선 후 (박근혜)대통령이 나에게 전화 한 번 한 게 전부"라며 "3인 비서관과는 그런 것도 없었다.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밝혔다. 정씨는 3인 비서관과 연락을 끊은 지 오래됐다며 비선 의혹을 불식시키려고 했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전화한 사실을 공개해 오히려 비선 실세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실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공식 라인이 아닌, 또는 상식과 동떨어진 인사가 있을 때마다 '비선 배후설'이 자주 제기됐다. 박 대통령의 '1호 인사'인 윤창중 전 인수위ㆍ청와대 대변인 인선이나 지난 7월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파동이 대표적인 예다.

'비선실세'가 청와대 인사에 관여한 의혹이 당사자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원창 전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은 11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임기를 10개월을 남기고 지난 7월 갑작스럽게 사퇴한 것과 관련, "청와대 비선 실세가 배후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사장은 "(사퇴 지시가) 대통령이냐 물었거든. 그런데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대통령 아니라고 그러더라고. (그러면 비서실장?) 비서실장도 아니에요. 그럼 뻔하죠"라고 말했다. '비선실세'가 이 전 사장의 직위를 박탈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장관은 정씨 딸의 전국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발생한 문체부 국ㆍ과장의 경질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자신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부른 뒤 수첩을 꺼내 국장과 과장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 하더라고 말했다"는 한겨레신문 보도에 대해 "어디서 들었는지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다. 그래서 BH(청와대)에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겠지"라고 밝혀 '비선실세'존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청와대 주변과 정치권에서는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 국가기관, 단체에서 '박지만 사람들'이 불분명한 이유로 물러난 것에 대해 박 회장이 비선실세인 정씨와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는 해석이 유려하게 제기됐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경우 1994년 마약류 투약 혐의로 박 회장이 기소될 때 담당 검사로 처음 인연을 맺은 이래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고 지난 대선 때 '박근혜캠프'에서 활동한 공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정윤회 동향'을 김기춘 비서실장에 보고한 뒤 사퇴를 요구받았다. 이에 앞서 조 전 비서관의 지시로 정윤회 동향 보고서를 작성ㆍ보고한 박관천 경정은 2월에 원대복귀한 뒤 일선 경찰서로 좌천성 발령이 났다.

조응천 전 비서관과 가까운 국정원 국내정보파트 1급 간부인 K씨는 지난 9월 임명 일주일 만에 청와대 지시로 인해 퇴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측근이기도 했는데 남 원장 역시 지난 10월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에서 전격 경질됐다.

박 회장과 육사 37기 동기로 고교 시절부터 절친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도 지난 10월 예상밖 인사로 물러났다.

조 전 비서관에 따르면 인사검증이 끝나기도 전에 인사 발령이 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청와대 안팎에서 '비선'논란이 일었다. 이러한 상황은 박 회장에게도 전해졌다는 후문이다.

정씨와 '십상시' 멤버로 거론된 인사들은 이런 일련의 인사 배후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여전히 그들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7인회' 압박, 다음은 박지만?

청와대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 자체 감찰을 통해 조응천 전 비서관 등 '7인회'가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7인회'는 조응천 전 비서관 외 박관천 경정과 오모 행정관,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 고모씨,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전모씨, 언론사 간부인 김모씨, 대검 수사관 박모씨 등 7명을 일컫는다.

청와대는 오 행정관으로부터 "조 전 비서관이 시키는 대로 문건을 작성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도 밝혔다. 청와대 일각에선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지난 4월 세계일보 보도 후 자신들이 문건 유출자로 지목되자 오 행정관을 시켜 역으로 문건 유출의 심각성을 윗선에 보고해 물타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이 같은 감찰 결과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정기모임을 가진 적이 없으며 청와대에서 지어낸 얘기"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대검 수사관 박씨가 '조응천 모임'의 참석자로 언급되자 "박씨가 조 전 비서관 등과 얼굴은 아는 사이지만 모임을 가질 만큼 친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결국 조응천 모임의 존재 여부도 검찰이 밝혀야 할 수수께끼다.

청와대 감찰 결과대로 조 전 비서관 등 '7인회'가 문건 유출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밝혀지면 '불똥'이 박 회장에게 튈 수도 있다. 조 전 비서관을 비롯해 7인이 박 회장과 가까운 까닭이다. 자칫 박 회장이 정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을 찍어내기 위해 청와대 문건 유출이라는 국기문란 사건을 배후에서 조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청와대가 문건 유출 배후로 '7인회'를 지목한 것은 궁극적으로 박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지만 '승부수' 던지나

지난 10일 정씨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마친 검찰은 조만간 박 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회장을 직접 조사할 경우 '권력암투설'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 전반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이 12일로 예정됐던 해외여행을 전격 취소한 것이 검찰 소환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박 회장 주변에선 정 씨와의 정면승부를 위해 박 회장이 특단의 결단을 할 것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동안 누나인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않기 위해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지난 3월 시사저널의 '정윤회, 박지만 회장 미행' 보도와 관련, 미행자로부터 확보했다는 '정씨 개입 자술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정씨를 비롯한 문고리 권력 3인방의 인사 전횡과 관련된 파일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회장이 어느 선까지 승부수를 띄울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은 박 대통령의 입장이다. 두 사람 모두 박 대통령과 특별한인연이 있다. 청와대의 감찰 움직임을 보면 박 대통령이 정씨와 청와대 실세 3인방 쪽에 기운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이번 기회에 박 대통령이 정씨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기 위한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 과정에 지난 5월 정씨와 이혼한 최순실씨의 역할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정씨와 박 회장 모두 정국의 '태풍의 눈'인 만큼 한 쪽이 치명상을 입는 게 불가피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모양을 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씨와 박 회장의 진검승부에 정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35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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