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 수첩 속 'KㆍY' '김무성ㆍ유승민' 논란'무관론' 다수 견해 속 당청 갈등, 친박-비박 대립 격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2일국회 본회의장에서 "문건파동 배후는 K,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것"이라고 적힌 수첩을 보는 모습이 인터넷 언론 뉴스웨이에 포착됐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수첩에 적힌 문건 파동의 배후, 즉 K와 Y의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외견상 수습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이지만 당청 갈등이 표면화됐고, 친박(친박근혜)-비박 간 대립각은 더 예리해졌다. 야당은 불법 사찰 논란까지 제기해 '수첩 파문'은 당분간 정국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정국을 뒤흔들었던 '청와대 문건'파문이 연초 뜻밖의 사건으로 다시 점화되는 양상이다. 단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에서 비롯됐다. 지난 12일 김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수첩을 펼쳐 들여다보다 한 인터넷매체 카메라에 포착된 것. '1월 5일'이라고 적힌 메모 맨 아랫줄에는 김 대표 친필로 '문건 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돼 있다. 그 위에는 , 손수조 부산 사상 당협위원장, 음종환·이동빈 청와대 행정관 등도 적혀 있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대표 수첩 속 'K, Y'가 누구를 가리키느냐를 놓고 온갖 루머가 나왔지만,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에 의해 'K'는 김무성 대표, 'Y'는 유승민 의원으로 밝혀졌다.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 김 대표 수첩 속 'K, Y'논란은 새누리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논란이 확산됐고, 야당까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연초부터 정국을 긴장시켰다.

'수첩 파문'의 진원지는 지난해 12월 18일 청와대 행정관들이 주축이 된 저녁 술자리 모임이다. 술 자리는 , 이동빈 청와대 제2부속실 비서관, 음 행정관의 지인 등 3명으로 시작됐고, 이어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과 청년위원인 손수조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이 합류했다. 밤 10~11시쯤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마지막으로 동석했다.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
이 전 비대위원은 당시 모임에서 음 행정관으로부터 '김무성·유승민 배후설'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자신이 방송에 출연해 문건 파동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을 두고 음 전 행정관이 '훈계'조로 얘기한 데 대해 "문건 파동에 대해 신문에 나온 것 외에 아는 게 없다"고 하니까 음 전 행정관이 "신문에 있는 게 다 맞는 정보라고 생각하느냐"고 핀잔을 줬다는 것. 이에 이 전 비대위원이 "신문에 있는 것 이상을 얘기하려면 고급 정보를 달라"고 했더니 음 전 행정관이 김무성·유승민 배후설을 얘기했다는 것이다.

반면 음 전 행정관은 김무성·유승민이 배후라는 얘기는 전혀 안했다고 반박했다. 음 전 행정관은 "그날이 (문건 유출 혐의로) 박관천 전 행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인데 박관천 갖고 되냐. 박관천의 배후는 조응천(전 비서관)이라고 말했다" 면서 "조응천은 (국회의원) 배지 달려고 혈안이 돼 있는 인물이라서 유승민을 만나고 다니고 김무성에게 들이대는 그런 사람이다고 했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문건 파문과 관련한 '김무성(K)·유승민(Y) 배후설'은 6일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의 결혼식 뒤풀이 자리에서 공개됐다. 결혼식에 참석한 이 전 비대위원이 김 대표와 유 의원을 비롯해 전·현직 새누리당 의원 12명이 모인 자리에서 '김무성ㆍ유승민 배후설'을 거론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전 비대위원은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김 대표에게 전달할 때도 음 전 행정관을 특정해서 전달하기보다 '최근 청와대 분들과 자리가 있었는데 당을 (문건사태) 배후로 지목하는 이야기가 있어 깜짝 놀랐다'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비대위원은 "그렇게 전달하니깐 오히려 그 중에 배석하신 분 중에 하나가 갑자기 그렇다면 혹시 그거 발언하신 분이 뭐 A씨냐, 그러니까 음 씨(음종환 전 행정관)냐, 이렇게 저한테 반문했다"고 밝히며 "그런 식으로 해서 제가 '그러면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맞습니다' 라고 사실 확인을 해드린 그런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인 김 대표는 수첩 내용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없다며 함구하다가 계속 논란이 일자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수첩 내용은 얼마 전 모 인사로부터 얘기 들었던 것을 메모해 놓았던 것"이라며 "그러나 내용이 황당하다고 생각해 적어 놓기만 하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으며, 본회의장에서 수첩을 우연히 넘기다가 찍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종환 전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
유 의원은 "조응천과는 예전에 언론사 간부가 자기 친구라고 데려 나오면서 여러명과 함께 저녁 자리에서 잠깐 봤다. (조응천이) 줄을 대고 그런 걸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문건 얘기고, 공천 얘기고 전혀 없었다"면서 "(이준석이 전한 얘기가) 워낙 황당해 이동빈과 음종환을 잘 아는 안봉근(청와대 제2부속비서관)한테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고, 안봉근이 당사자(음종환)한테 물어보니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다고 한다고 회신을 해왔다"고 밝혔다.

'수첩 파문'과 관련,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수첩 속 KㆍY가 김무성ㆍ유승민이라는 주장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 문건 파문과 두 사람을 연결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친박계 한 의원도 "일게 청와대 행정관과 정치를 모르는 젊은이(이준석) 간에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판단했다.

단, 비박계의 한 의원은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청와대가 당, 특히 비박 진영을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며 "당청 관계는 더 멀어지게 됐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 전 비대위원이 신중하게 처신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술자리에서 오간 이야기가 집권 여당 대표를 음해한 것으로 판단해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조용히 대표에게 따로 보고하는 게 맞을텐데 상식적으로 의원들이 그렇게 많은 공개석상이나 마찬가지인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수첩 파문'으로 김 대표와 차기 원내대표가 유력한 유 의원이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의도된 사건'이라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박근혜 키즈'인 이 전 비대위원이 수첩 속 'K,Y'를 '김무성ㆍ유승민'으로 공개된 자리에서 거론한 것이나, 이 전 비대위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음 전 행정관이 'K,Y'를 '김무성ㆍ유승민'으로 말한 것은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수첩 파문'이 지지율 하락에서 보듯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음모'라기보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이런 정치권의 시각과는 달리 정보 관계자들 사이에는 'K,Y'에 대해 전혀 다른 견해를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대체로'청와대 문건' 사건과 김무성 대표, 유승민 위원은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K,Y'가 사정기관이나 언론 등과 연계된 정보통으로 '비선 실세' 정윤회씨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해 '청와대 문건' 사건을 일으킨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25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