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靑, 핵심라인 교체 속도 …김기춘·'십상시' 등 거취 주목민심 흉흉… '인적 쇄신' 늦으면 당·청 공멸 위기 팽배청와대 민정실 찬바람 씽씽…"정보라인 물갈이 예고"청와대 수석들 교체 불가피… '특보' 신설 가시화될 듯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9일‘정윤회 비선실세’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가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여야 모두 청와대 조직개편 촉구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심지어 일부 친박계(친박근혜계)에서조차 청와대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청와대가 핵심라인 개편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하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 불거진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과 연초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성 사퇴에 이어 최근 홍보수석실 소속 음종환 전 행정관의 '문건 배후 지목' 논란 등으로 휘청거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같은 파문이 잇따르면서 청와대를 향한 쇄신 압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 등 여론까지 싸늘한 반응을 보이면서 박 대통령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박 대통령에 용단을 내려야 할 시기라며 개편을 재촉하고 있다. 특히 비선 실세로 지목된 십상시 중 최측근 비서 3인의 교체여부에 대해 미온적인 답변을 내놓아 교체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청와대 개편 기자화견서 암시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소통할 수 있는 조직으로 청와대를 개편할 것임을 암시한 바 있지만 언제 어떻게 어떤 폭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여권 일각에서 소극적 개편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개편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향후 총선정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비박계 안팎에서 "청와대가 개편을 통해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당 차원에서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청와대가 십상시와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교체는 유보하고 주요 부서만 손질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청와대가 정보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을 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이번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시달렸던 민정실과 비서실 구성원을 대거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김 실장과 십상시 3인방에 대한 교체는 유보하는 대신 부서개편에 중심을 둘 것이라는 이야기다.

청와대의 고민 '직진 불가론'

청와대 개편과 관련, 박 대통령이 김 실장에 대해 교체를 일단 보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개편이 기대와는 달리 소폭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무성하다. 그러나 음 전 행정관 논란은 청와대 내 공직기강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개편이라는 뇌관을 건드린 형국이 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이대로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국정운영에 심각한 지장이 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치권과 관가가 술렁이고 있지만 청와대 핵심부는 정작 이런 상황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동정에 밝은 한 인사는 "바깥에서는 청와대 개편이다 뭐다 말이 많지만 정작 박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핵심부는 현재 상황을 그리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일부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 잠잠해질 것으로 보고 있고, 비박계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이 인사의 말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파문 진화를 위해 김 실장의 교체를 추진하지 않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개편은 일부 부서, 특히 정보 수집 등과 관련된 일부 부서를 재편하고 내부 관계자들을 교체하는 선에서 일단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소식에 밝은 한 여권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 전까지 김 실장에 대한 교체를 유보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실장뿐만 아닐 십상시들 역시 이번 검찰조사에서 드러난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교체할 이유가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었으나 이번 개편요구가 박 대통령의 생각을 바꿀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핵심인사들에 대한 교체를 뒤로 미룬 이유를 살펴보면, 박 대통령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연루된 사람들은 대체로 다 책임을 졌기 때문에 추가로 다른 사람들을 더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수석의 사퇴를 두고도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문건 작성 및 내용과 관련해 청와대 핵심 실세 모두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민정실의 경우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사건 초기 이미 "김 전 수석에 대한 책임 추궁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청와대 안팎에 파다했다.

말하자면 검찰수사에서 문제가 있는 이들은 다 드러났고 청와대 내 문건의 또 다른 핵심으로 지목된 민정수석도 사퇴했으니 모든 일은 다 마무리됐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놓고 볼 때 검찰 수사 이후 박 대통령의 개편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여권의 한 인사는 "청와대 김 실장 교체를 8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개편과 더불어 김 실장에 대한 퇴진요구가 커지고 있어 청와대가 더 이상 버티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청와대 안팎에선 취임 2주년을 맞는 내달 25일을 즈음해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를 포함한 4기 참모진 구성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설 민심을 고려해 설 연휴 이전인 2월 초·중순께 조직개편이 단행된 것이라는 관측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 설연휴 이전에 큰 폭의 조직개편이 이뤄진다면 인적쇄신에 귀를 닫았다는 비판여론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개편 밑그림 속도

일단 청와대는 정책·홍보·소통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춰 과거 사례를 참고해 조직개편의 윤곽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책 기능 강화의 경우 노무현 정부가 도입했던 정책실장 제도와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수석이 정책실장 또는 정책팀장을 겸임했던 전례를 살펴보면서 장단점을 따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잇단 청와대발 파동의 원인을 집중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민정·홍보·정무수석실의 기능재편과 인사교체 작업도 예상보다 크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여권 내에선 민정수석실의 경우 현재 공석인 민정수석을 채우는 것과 동시에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기능정비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아울러 음 전 행정관의 문건배후 발설 논란으로 당청갈등 양상이 도드라지게 드러난 만큼 정무·홍보수석실의 기능 재편 및 인사 교체도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여권에서 제기된다.

또한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핵심비서관 3인방의 역할조정론도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세 사람 교체는 없다"고 못 박았지만, 문건배후 논란이 터지면서 비박계를 중심으로 이들에 대한 공세가 재차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선 문건배후 파문으로 물러난 음 전 행정관이 정호성 비서관과 가까운 사이임을 들어 더 이상의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비서관 3인방의 역할을 축소 또는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인사위원회 불참 또는 제1·2부속 비서관실의 통합 등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조직개편을 망설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조직개편을 추진한다해도 당장 비서실장을 포함해 적절한 후임자를 찾기 힘든 까닭이다. 청와대가 지목한 후임자가 자질 논란 등 구설에 휘말릴 경우 조직개편이 오히려 역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는 조직개편 및 특보단 신설이 자칫 '옥상옥', '위인설관', '회전문 인사' 등으로 비쳐질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최대한 신중하게 조직개편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기류다.

경우의 수 놓고 복잡한 계산

또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정치권과 여론의 요구를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 이번 '쇄신'은 반드시 '물갈이'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실상 '청와대 4기 비서진' 출범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 문제점 개선 차원에서라도 상당한 수준의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무·홍보라인 개편 외에 논란의 중심에 서 왔던 민정수석실 기능·업무 재편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오는 가운데 김영한 전 민정수석 사임으로 인해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업무분장 재검토 요구도 많은 상황이다.

대통령이 설치를 약속한 특보단을 놓고도 여권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친박 중진인 김성조 전 의원과 이성헌 전 의원, 19대 총선에 불출마했던 현기환 전 의원,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이사장, 초대 방통위원장을 지낸 이경재 전 의원, 박 대통령 후보시절 원로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 중 한명인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사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지만 청와대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김 실장의 거취는 조직 개편과 함께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조직을 새롭게 개편하겠다"며 김 실장 거취에 대해 "당면한 현안이 수습되고 나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김 실장의 교체 가능성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교체를 유보하겠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김 실장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 만큼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수 있는 직책을 맡기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 청와대 주변에서 박 대통령이 비서실장 교체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심지어 여권 내에서는 사실상 확정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김 실장의 후임을 빨리 찾지 못할 경우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권 내부에서는 적절한 후임자 물색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비서실장 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김 실장이 이번에 물러나지 않고 한동안 자리를 지킬 것으로고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김 실장 교체 요구는 정치권 일부의 요구일 뿐 국민적 촉구사항은 아니라는 청와대의 판단이 그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비서실장 후보로 홍사덕 민주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 유력시되고 있지만 안병훈 기파랑 사장은 이 자리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청와대 주변에는 나오는 말들을 종합해 보면 특보단장 격인 정무특보에는 서청원 최고위원 기용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친박계 의원 초청 만찬에서 서청원 의원을 정무장관으로 기용해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건의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 최고위원의 '정치적 무게'를 고려할 때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이외에 정진석·이경재·이성헌·현기환 전 의원 등이 정무특보로 거론되고 있다.

경제와 정책 특보에는 지난 대선에서 활약한 '브레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정책실이 신설될 경우 국정기획수석실이 정책실로 확대 개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특보단과 관련해선 여권 내부에서 여러 인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설이 유력한 정무특보에는 친박계 김성조, 이성헌, 현기환 전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홍보 및 시민사회 단체 등을 담당할 특보 신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25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