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비노' 갈등 속 중도파 신당 관망… '문재인당'되면 분열할 수도정동영 탈당, 신당행 촉발 또는 '찻잔 속 태풍'될 수도범 호남계, 문재인(친노) 5월 중 결별한다 관측 나와2·8 전당대회, 4월 보궐선거 야당 앞날 시험대 될 것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경선 첫 토론회가 열린 15일 오전 토론회 장소인 광주 남구 월산동 광주 MBC 공개홀에서 왼쪽부터 이인영, 박지원, 문재인 의원이 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전 고문의 탈당과 신당합류 선언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복잡한 기류에 휩싸일 전망이다.

야권재편이 급물살을 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당 창당의 초석을 놓은 국민모임 측은 당장 4ㆍ29 보궐선거 3곳에서 후보를 낸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선거연대 등 야권의 분열론이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야권의 움직임은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지난 11일 정 전 고문의 신당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정치연합은 심란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신당이 어떤 인물 영입할지 그리고 영향력 있는 인물의 영입과 적극적 협력이 가능할지가 성공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박지원 이인영 의원 등 당권도전자들은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현하는 정도로 심경피력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들은 진보연대의 분열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4월 보궐 이후 계파 갈림

야권 주변에서는 야권 분열조짐과 관련해 "지금 상황이 이어질 경우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4월 보궐선거 때 고전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새정치연합 새 대표는 입지를 세울 틈조차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 관악을과 성남 중원구 등 수도권과 야권 텃밭인 광주 서구을 모두 해체된 통합진보당의 자리였다. 해체 이후 새정치연합이 물려받는 그림이 이상적이지만 야권이 분열될 경우 군소 야권후보가 난립하면서 표를 분산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새정치연합의 초조함은 커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이 "4월 보궐선거에서 승리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새정치연합의 단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촉구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새정치연합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신당 추진을 하고 있는 국민모임 측은 독자행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모임 측은 4월 선거에서 3곳에 모두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야권 소식통에 따르면 관악을에는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성남 중원구에는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 광주서구을에는 천정배 전 의원을 후보로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새정치연합에서는 지난 11일 정 전 고문의 탈당과 천정배 전 의원의 탈당 검토 이외에 추가적 이탈은 없지만 이들뿐만 아니라 추가 이탈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야권 주변에서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친노와 비노의 분리가 타진되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전당대회와 보궐선거가 끝난 이후인 5월 경 본격 논의를 시작해 늦어도 8월 정도에는 분당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 분열로 4월 보궐선거에서 패하면 분당 논의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말도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더 많다. 일단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보궐선거의 중요성보다 신당과 탈당 인사들에 대한 문제가 더 비중 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신당의 움직임이 분당 논의의 핵심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 대표 후보들도 이 부분을 의식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전대 후보들은 당 대표가 되더라도 보궐, 신당, 분당 등 여러 문제를 의식해 발언을 조절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일단 누군가에 의해 탈당러시가 시작되면 분당은 불가피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새정치연합은 계파 갈등과 이념적 갈등으로 인한 내부의 밑바닥 정서가 불안하기 때문에 분당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비교적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노-비노-신당 삼각함수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분당 요구가 물밑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는 계파 갈등과 부족한 역할로 인해 야당의 지지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20% 초반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야당 내부에서는 현재 지지율로는 다음 총선 때 수도권뿐만 아니라 텃밭까지 빼앗길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야권 일각에서는 친노와 비노계가 서로의 노선을 강조하다보니 내부 계파 싸움에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는 자성과 함께 더 이상 한 지붕에 있는 것은 무의미하며 각자의 길을 가는 게 최선이라는 주장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다.

선거 경쟁으로 인한 문제는 부분적 합종연횡과 유연한 통합책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진보 정당들과의 관계와 관련, 야당 내 진보 성향 의원들은 분당보다는 과거와 같은 선거 연대를 다시 추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와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 등 비노의 대표적 인사들은 현재 전당대회와 거리를 두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반면 박주선·강창일·김동철·이상민·정성호·최재천·최원식 의원 등 중도 성향 의원들은 '구당구국(救黨救國)모임'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등 모임을 유지하며 야권 분열 현실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노계는 당장 야권에 확산되고 있는 분당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문재인·정세균·이인영 의원 등 친노와 486·재야 출신 인사들은 "분당은 현재 야당의 여건을 보면 자살행위일 뿐만 아니라 누구도 분당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통진당 해산 이후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신당이 친노와 강경파를 배제한 중도 신당일 경우 이동을 고민해 볼 것"이라는 의견이 늘고 있다. 이에 비노계 내부에서는 신당으로 인재가 유출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친노와 결별하고 비노계 결속을 통해 전향적 친노 인사를 일부 영입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말도 나온다.

신당이 새정치연합의 분열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신당으로 핵심인사가 이동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론 등으로 내분이 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새정치연합 내에서 관망했던 의원들이 신당으로 이탈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신당의 성공과 야권 재편은 얼마나 참신한 인물이 합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정 부분 세력이 호응해 결단해야 야권 재편이 가능한 상황에 신당의 추진 동력이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당의 성패는 좀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지금까지 신당 합류파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은 최규식·김성호·임종인 전 민주당 의원과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 최순영 전 민노당 의원 등이다. 이들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인물들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인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이동이 야권에 아직 큰 영향은 주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신당이 인재영입의 산을 넘지 못하면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공산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야권 인사는 "신당창당의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세력을 더 확장할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으나 정 고문의 정치적 입지나 평가를 감안하면 신당 합류 인사들이 오래 자리에 머물며 정 고문의 곁을 지킬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 25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