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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청와대 개편' 순항할까

핵심요직은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 십상시 역할만 바꿔 '뒷말 무성'
정치권 거센 교체 요구 '김기춘 실장 유임' 이유 따로 있나
핵심 '비서 3인방' 업무범위 조정·보직 이동만 '눈가림식'
  • 지난 23일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를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결위원 초청 행사 때 박 대통령과 나란히 입장하는 이 후보자의 모습. 연합뉴스
청와대가 지난 23일 오전 10시 조직개편과 인적쇄신안을 전격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총리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내정하고 청와대 개편을 단행했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조차 교체 요구가 적지 않았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유임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청와대 개편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야권 등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번 청와대 개편에 대해 "국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김 실장을 비롯해 안봉근 등 3인방을 포함한 이른바 '십상시들'에 대한 인사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번 개편과 관련해 각종 분석과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 소식통들 사이에서 개편과 관련해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돼 있던 시나리오의 일부였고 시기만 조정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또 이번 개편안은 박 대통령이 밑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터지기 훨씬 전인 작년 초중반에 십상시 등 문고리 권력에 의해 그려진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다만 청와대 내부 사정이 여의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시기가 맞지 않아 실행을 미뤄왔으나 문건 유출 사건 이후 정치권과 여론의 요구에 의해 계획된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3일 청와대가 발표한 수석 내정자. 왼쪽부터 정책조정수석에 현정택전KDI원장, 민정수석에 우병우 민정비서관, 미래전략수석에 조신 연세대 교수.
반쪽짜리 청와대 개편 뒷말

지난 9일 사퇴한 민정수석의 경우 최근에 발생한 인사 변수다. 이를 포함한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핵심요직은 대부분 지난해 그려진 그림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개편 내용을 살펴보면 국정기획수석실에서 개편된 정책조정수석실의 수석에 현정택 전 KDI 원장이 내정됐다. 신설되는 민정특보에는 이명재 전 검찰총장, 안보특보는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홍보특보는 신성호 전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사회문화특보는 김성우 SBS 기획본부장이 각각 내정 됐다. 또 그동안 주목을 끈 김영한 전 수석의 후임으로는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민정수석으로 승진 발탁됐다. 미래전략수석에는 조신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가 내정됐다.

청와대는 여야의 요구에 내부 조직 개편을 단행했지만 이번 인사에서 십상시들은 대체로 자리를 유지하거나 역할만 바뀌었을 뿐 청와대에 머무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향후 이들의 역할에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개편 이후 십상시를 비롯해 비선실세 문제가 더 이상 불거지지 않도록 여러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안봉근 이재만 등 핵심권력 3인방을 비롯한 십상시가 특정 사안에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청와대는 각별히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 23일 발표된 청와대 특별보좌관 내정자들. 왼쪽부터 민정특보에 이명재 전 검찰총장, 안보특보에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홍보특보에 신성호 전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사회문화특보에 김성우 SBS 기획본부장.
이번 개편과 관련해 주목을 끄는 대목은 핵심 3인방 등에 대한 인사를 비롯해 주요 보직 인사가 지난해 초부터 이미 상당부분 정해져 있었으며, 박 대통령을 비롯한 일명 '문고리 권력'이 인사 내용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동정에 밝은 여권의 한 인사에 따르면 청와대는 비서실장 교체와 더불어 정무 홍보 민정 라인 일부를 교체할 계획이었으며, 시기는 당초 지난해 중순경으로 예정했으나 비서실장 교체 문제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계속 미뤄졌다. 이 인사는 "청와대 내부에서 비서실장과 관련해 고민이 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 일부에서도 비서실장 교체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도 비서실장을 교체하지 못했던 이유가 따로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김 실장 교체는 다른 문제들과 연결돼 있는데, 여러 검찰 수사와 더불어 청와대 내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에서 김 실장 교체를 몇 번 준비했었다가 번번이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구체적인 이유는 밝힐 수 없고 김 실장과 청와대 핵심부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십상시 인사와 관련된 말들도 무성하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이 터졌을 때 "안봉근 등 문고리 권력 3인방이 자리를 보존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여권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문고리 권력을 청와대에서 내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들 3인방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절대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의 고민은 '신뢰'

친박계의 한 인사는 문고리 권력 3인방의 권력은 박근혜 정부 말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인사에 따르면 청와대 인사 구성을 비롯해 국정운영 방향까지 이들 3인방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다. 다만 이들이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들은 박 대통령과 그 핵심라인이 지시하는 내용을 충실히 실행하는 '가신(家臣)'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이들 3인방을 문고리 권력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박 대통령이 이들 3인방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며 "이들은 일단 인사문제나 외부 이권 문제 등에 개인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일절 없고 입이 무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들이 하는 일은 의심하지 않고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청와대가 술렁이는 상황에서도 이들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는 변함이 없었다. 이 때문에 친박 핵심을 비롯해 청와대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대대적인 개편을 한다 해도 이들 3인방에 대한 인사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개편문제와 관련해 "당면한 과제부터 처리하고 난 후…"라고 사실상 유보의 입장을 보인 것도 바로 이런 내막이 있기 때문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한 청와대 소식통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모든 청와대 내부 운영을 십상시가 중심이 돼 처리했다"며 "그런데 이제 갑자기 십상시와 핵심 3인방을 빼고 대통령이 인사 문제를 챙기라고 하면 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박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은 인사문제와 관련해 결정할 수 있는 관련 데이터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결국 이번 청와대 개편은 회전문 인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또 청와대는 대폭 개편도 검토했으나 실행이 쉽지 않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새인물로 검토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친박계 인사들 주변의 지지세력들인데, 청와대는 현재 이들에 대한 검증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여권 인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청와대는 십상시들에 대해 자리 재배치를 전면 단행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새 구조를 통해 새인물 영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인물 동향에 밝은 한 인물은 "수첩메모 사건으로 새누리당 비박계의 십상시들에 대한 적계심이 확인된 이상 청와대가 당장 개편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비박계와 야권의 압박에 적절한 대응을 위해 청와대 외곽 세력이 현재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고리 3인방과 비선실세

이번 개편과 관련해 문고리 권력 3인방의 거취를 살펴보면 소식통들의 전언을 뒷받침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핵심 비서 3인방 가운데 일부에 대해 업무범위 조정 및 보직이동 조치를 취했다. 이는 이들에 대한 여론의 퇴진 압박에 부분적으로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직개편에 따르면 3인방 중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면서 총무비서관의 기능 가운데 하나였던 청와대 인사위원회 배석을 하지 않도록 결정했다. 이는 3인방의 인사문제 개입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제2부속비서관실 자체가 폐지됨으로써 자리가 없어졌지만, 조만간 있을 청와대 비서관(1급) 인사 때 홍보수석실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다만 홍보수석실에 새로운 비서관실을 신설하지는 않고 기존 비서관 중 한 명을 교체하면서 안 비서관을 그 빈자리에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의 경우 자리를 유지함과 동시에 폐지되는 제2부속비서관실의 업무까지 맡아서 하게 됐다. 박 대통령 '측근 3인방' 가운데 유일하게 업무범위가 커진 것으로, 직책명도 '제1'이라는 표현을 떼어낸 '부속비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3인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조치는 이들을 내치지는 않으면서도 부분적인 업무범위 조정과 보직이동으로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들 3인방을 곁에 두는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일부에서 나도는 소문대로 박 대통령이 이들 없이는 국정을 살필 수 없는 상황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청와대는 비선실세 의혹과 십상시 논란이 가라앉은 이후인 7~8월 경 청와대 개편을 추진하기로 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파장이 잦아 든 후 인사 문제와 관련해 십상시가 기존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보직이 변경됐다고는 해도 결국 모두 통할 수 있는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박 대통령은 당초 3인방은 그대로 두고 청와대 개편은 8월 중 단행할 계획이었으며 이때 김 실장도 교체할 계획이었다"며 "김 실장 교체 이외에 내부 정보라인과 비서실 라인 그리고 홍보라인을 교체하려 했으나 여론의 요구로 김 실장 외 나머지만 일부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소식통은 "이번 인사는 상당부분 이미 계획된 내용이었고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이전에 인사문제에 절대적으로 관여했던 이들의 시나리오"라며 "박 대통령이 개편 요구에 따라 이번 인사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3인방에 대한 인사 역시 문건 유출 사건 직후 사태 수습의 일환으로 계획됐던 내용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가 30%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박 대통령이 총리 교체 등을 통한 인적쇄신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국정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집권 3년 차에 국정 동력을 상실하고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개편안을 밝힌 이날 한국갤럽이 정기여론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박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5%포인트 떨어진 30%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2주 동안 10%포인트나 떨어져 30%대도 위협받게 됐다.

반면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5%포인트 오른 60%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의 2배를 기록한 것이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차가 30%대에 들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50대 이상 연령층의 지지가 빠르게 빠지는 추세여서 여권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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