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출신 채용해 관급공사 따내국토부 공무원 임원 채용 후 업계 급성장 감사 적발도 없어E사 임원진에 국토관리 공무원포진 각 지역 영업담당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토부와 대한항공의 유착이 드러나 양쪽 모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 토목건설업체가 국토부 로비를 통해 전국의 관급 공사를 상당부분 수주해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전직 국토부 고위 공무원들을 대거 임원으로 채용해 국토부를 상대로 로비를 해온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 업체는 각 지역의 전직 국토관리청 공무원 인사들을 임원으로 영입한 뒤 이들에게 과거 근무했던 지역 공사 수주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일부 임원은 공사 관련 책임 공무원을 만나 공사 수주 등을 부탁했다는 증언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사정기관이 해당 내용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한국>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이들 '관피아'의 활약으로 최근 수년 사이 급성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업체는 타 업체보다 단가가 현저히 높은데도 공사를 수주했는데, 업계에서는 차익 중 일부를 리베이트로 공무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뒤 봐주는 세력 있나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관피아'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원장과 임원을 비롯한 주요 요직에 퇴직 공무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억대 연봉까지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동원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전북 남원 순창)이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국토부와 대통령실 국토해양비서관 등 관련 공무원 출신 임직원은 11명이다.

강 의원은 이들을 소위 '관피아'로 볼 수밖에 없다며 "현재 이재붕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과 정광용 부원장을 비롯해 관피아들이 교통사업본부장과 경영지원팀장 등 주요 요직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관에서부터 서기관, 국장급 공무원으로 구성된 이들은 최대 1억6,409만원의 연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지난해부터 4명의 관련 공무원들이 전문위원과 선임연구원 등으로 채용됐다고 설명했다.

해당분야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연구조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토부 전 차관과 교통정책실장 등을 전문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 의원은 주장했다. 전문위원에게는 자문명목으로 월 200만원이 지급된다.

토공사 전문업체인 I사에 재직 중인 전직 국토부 공무원들을 살펴보면 실태가 거의 유사하다. 예컨대 I사에 근무하는 A씨는 사장 직함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경영이 아니라 전관예우를 통한 공사수주업무를 하는 것이다. 이 대가로 이들은 적지 않은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에서 A씨와 유사한 업무를 하는 국토부 출신 임원들을 살펴보면 K씨, H씨, S씨, J씨 등이다. 이들은 작게는 20억원대에서 많게는 70억원대에 이르는 공사를 수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근무했던 지역에서 공사를 수주해 로비 의혹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K씨와 H씨의 경우 부산과 대구 등 주로 영남 지역을 담당하고 있고 S씨는 호남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A씨는 충청도 지역의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사장님'으로 그는 충청도 국토부 산하 기관에서 고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I사는 이렇게 수주한 공사를 통해 상당한 공사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I사는 공사수주뿐만 아니라 다른 입찰 업체가 공사를 낙찰을 받아도 국토부로부터 자신들이 낙찰업체의 하청을 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업계 일을 싹쓸이 하다시피 해온 정황이 적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사는 로비를 본격화하기 전까지 공사 실적도 별로 없고 기술력도 없는 회사였다"며 "I사가 공사한 영남지역의 한 곳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태로 공사가 마무리됐다. 부실공사라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다 아는 내용이지만 국토부의 눈치를 보느라 누구도 문제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기관에 따르면 경상도 강원도 등 각 지역의 도로 공사 관련 I사와 연결된 '관피아 비리'가 만연하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 자료도 적지 않다. 이 중 충청권의 한 지역 국도 공사 관련 문건을 보면 I사는 A씨를 통해 공무원들을 포섭한 정황이 엿보인다.

I사 조직적 로비 의혹도

I사의 공사 관련 문건에 따르면 충청권 모 지역의 국도 공사를 발주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드러난다. 조달청이 발주한 해당 지역 국도 포장공사는 B사가 시행했는데, 이 회사는 I사의 특허공법을 이용해 공사를 추진했다. 문제는 B사가 이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공사를 수주한 B사와 하청업체 E사간에 마찰이 생긴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B사는 공법과 자재는 I사의 것을 사용하되 공법을 수행하는 공사 장비는 다른 업체를 통해 공급받겠다고 I사에 밝혔다. I사는 이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I사는 "우리 회사의 공법과 자재를 사용하려면 우리 회사 장비를 사용하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그게 아니라 공법과 자재는 우리 것을 쓰면서 장비는 다른 회사 장비를 쓰겠다고 하는 것은 불허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왔다.

B사가 공사에 불참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런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면서 양사 간의 갈등은 깊어졌다. 문제는 국토관리사무소 측의 태도다. B사가 다른 회사 장비를 사용해 공사하겠다고 하자 사무소는 I사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공사 계약을 진행할 수 없다고 나온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사무소의 이런 반응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하도급 계약과 관련해 사무소와 B사가 작성한 합의서를 보면 공법시행에 필요한 자재는 E사에서 조달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공사 장비는 낙찰업체 즉, B사가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다른 업체 장비를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공사와 관련해 건설기술진흥법 신기술사용법 조항에 따른 것으로, 조달청이나 국토교통부도 이에 대해 특허기술공법과 관련한 재료와 기술은 해당사에 국한되지만 장비는 예외라고 규정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국토부는 그러나 I사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국토부측 관계자는 "I사에 특혜를 주거나 공사 이권을 배려한 적 없다"며 "A씨는 국토부 직원과 따로 만난 적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로비 의혹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I사 측도 로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I사의 한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음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에 국토부 출신 인사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관피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요즘 로비 같은걸 해서 공사를 따 낸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공사와 관련해 내부 인사가 공무원과 따로 만나 사업 이야기를 하거나 청탁한 적은 일절 없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주간한국>(www.hankooki.com) 제25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