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라인 통째로 교체, 검찰 인사 중용MB정부 '사자방 비리' 의혹 수사 가속…MB측 박영준 재판 차기 비서실장 촉각…황교안 법무장관 내정설에 '역할' 주목친이계, 청와대 "비선 실세' 불씨로 청와대ㆍ친박계에 맞설 수

[주간한국 윤지환 기자] 청와대의 후속 인사를 놓고 여러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친이계(친이명박계)와 친박계(친박근혜계)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친이계 내부에서 “청와대가 당내 특정 계파를 겨냥해 숨겨뒀던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확정됐거나 추가로 단행될 인사가 향후 청와대의 행보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민정라인을 통째로 교체하고 검찰인사까지 단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 조직개편을 둘러싼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청와대가 친이계와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청와대가 사정라인을 대폭 개편 보강해 MB정부의 핵심들을 상대로 한 비리 의혹을 추가로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정황은 곳곳에서 묻어난다. 검찰 등 사정기관 소식통들에 따르면 검찰ㆍ경찰이 MB정부 때 제기된 비리 의혹 중 여권 관계자가 연루된 사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사건의 경우 이미 관련 정황증거를 상당부분 확보했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다.

친이계 향한 청와대의 발톱

청와대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정리된 직후부터 개편을 부분적으로 단행하고 있다. 청와대가 가장 개편에 신경 쓰는 곳은 민정실이다. 표면적으로는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파동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경질성 인사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청와대 소식통은 “항명파문은 민정라인 완전 개편을 위해 부각시킨 일종의 쇼라고 볼 수 있다”며 “유출된 문건 내용의 일부가 민정실에서 생산된 것임을 확인한 청와대가 이러한 부분을 감추기 위해 ‘항명파문’이라는 명분을 만들어 민정실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다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조직개편에 이어 민정수석실 비서관들을 전원 교체하는 등 정보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주목을 끄는 대목은 청와대가 신임 공직기강비서관에 또다시 현직 검사를 기용했다는 점이다. 야당은 현직 검사는 공직에 쓰지 않겠다던 박 대통령의 공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에 유일준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이 내정됐다. 앞서 청와대는 2013년에도 초대 민정 비서관으로 현직인 이중희 인천지검 부장검사를 임명한 바 있다. 이때 청와대는 MB정부의 여러 비리 의혹과 기업인 비리를 집중 수사해 일부에서는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등을 내세운 ‘사정정국’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야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를 비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후보 시절,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없애겠다고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을 두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않는 대통령”이라고 야권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구나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은 검찰청법으로도 금지돼 있어 박 대통령의 ‘원칙은 지킨다’는 소신도 말뿐이라는 비난이 적지 않다.

야권이 박 대통령의 인사를 피난하고 있지만 청와대의 이 같은 움직임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쪽은 아이러니하게도 여권이다. 여권 내 친이계 안팎에서는 청와대의 검찰인사 중용을 두고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친이계 내부에서 “청와대의 개편이 향후 사자방 수사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적지 않다. 청와대는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이 MB정권 비리 조사를 요구하는 이른바 ‘사자방 국정조사 요구’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친이계는 친박계를 비롯해 야권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친이계와 청와대의 신경전이 더 날카로워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와 관련된 징후도 하나둘씩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원전 비리에 연루돼 기소된 박영준(55)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징역 6월과 벌금 1,400만원, 추징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1월 29일 확정했다.

박 전 차관은 2010∼2011년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으로부터 원전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한수원 입장을 고려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이모씨로부터 한국정수공업의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처리 설비 공급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었다.

1·2심은 “죄질이 불량하고 범행 후 정황도 나빴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전 차관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이씨의 진술을 믿지 않고, 700만원 수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형을 정했다.

일명 ‘왕차관’으로 불린 박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 실세로 꼽힌다. 그는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시행사인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민간인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징역 2년을 확정 받았다.

한편 원전 비리 사건으로 징역 6월을 더 복역한 박 전 차관은 미결 구금일이 형기를 초과해 작년 11월 13일 출소했다.

MB계 숨통 조이는 '사자방 조사'

친이계의 우려대로 이 전 대통령의 여러 비리 의혹이 국정조사와 특검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될 경우 친이계는 치명상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청와대가 현직 검사를 민정라인에 앉히자 친이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검찰 출신 인사를 움직여 야권과 함께 MB 정부의 여러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움직이는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또 청와대 주변에서는 “민정라인뿐만 아니라 비서실도 검찰 출신인사를 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은 “8월 중 추진할 계획이었던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며 “후임으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비서실장 자리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가 기존의 비서실장 후보들보다 황 법무부 장관이 김 실장 후임으로 적당하다는 의견 쪽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황 법무부 장관이 비서실장 자리에 오를 경우 비서실과 민정실이 검찰라인으로 구성된다.

최근 추진되는 검찰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 주변에서 “황 법무부 장관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황 법무부 장관의 비서실 운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이 같은 소문이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야권은 이명박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 개발 사업의 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월 22일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이 전 대통령의 증인 채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취임 한 달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혈세 낭비를 응징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며 “필요하면 국정조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증인채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증인채택엔 성역이 없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개발사업 관련해서 실상이 파헤쳐져야할 것”이라며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4대강 비리, 해외자원과 관련한 예산낭비를 철저하게 따지고 국감 대상 선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이명박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수천억원을 버렸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해당 사업의 주무장관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감에 증인으로 나와 국민적 의혹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이 전 대통령보다 당시 주무장관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당시 지식경제부 장관)를 겨냥하는 것 아니냐”고 분석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낮다. 최 부총리를 겨냥할 경우 청와대 등 친박계의 협조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야권이 청와대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친이계 중 전 정권 핵심인사를 집중적으로 겨냥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의견도 적지 않다. 또 황 법무장관의 비서실장 내정설과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황 법무장관은 지난 연말 청와대가 검토했던 기업인 가석방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청와대가 비서실장 자리로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와 친이계의 총성없는 전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 친이계가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도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친이계가 청와대의 비선실세에 대해 추가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미묘한 표정이 거론된다. 이 대표는 최근 문건 파문과 관련해 “K, Y가 주범”이라는 내용의 메모를 들켜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일부 언론의 비선실세 존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아 ‘비선실세’ 불씨는 아직 남아 있다고 보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