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검찰 등 사정라인 교체 내막후임 비서실장 누가 되나… 사정기관 인사에 친이계 촉각

청와대가 조직 개편을 통해 민정실 등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검찰인사도 추진해 그 배경과 인사안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사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수일 내 검찰 간부 인사가 발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장급 이상 승진 및 전보 인사를 결정했다. 법무부는 이번 주 초 검사장급 이상 승진 대상 인사들에 대한 검증 작업을 모두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고검장급 9명, 검사장급 37명 중 공석은 6자리다. 인천지검장과 제주지검장은 그동안 공석이었고, 국민수(52·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검장과 송찬엽(55·17기) 서울동부지검장이 최근 사표 제출해 공석이다. 또 이건주(52·17기)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한무근(52·17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도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상당폭의 인사가 단행될 조짐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 "청와대가 검찰인사를 통해 향후 사자방 수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실제로 법무부는 최근 다수의 16~17기 인사들에게 "원활한 인사를 위해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사퇴 권유를 한 것으로 알려져 특정 사안에 대비해 검찰 라인을 개편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검찰 등 사정라인 개편 추진

검찰 내부에서는 16, 17기 중에서도 추가로 사퇴자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이 기수에 해당하는 인사들 중 일부가 사퇴 결심을 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렇게 될 경우 검사장급 인사가 최소 8석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주목을 끄는 대목은 이번 검찰 인사에 청와대의 의견이 상당히 반영된 점이다. 민정수석실에서 최근 검찰 내 16기 인사들에게 사퇴를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곧 물러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 후임인 차기 비서실장도 검찰출신인사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유력시 되는 인물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일각에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황 장관의 경우 소신이 뚜렷하고 현 정권에 크게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비서실장으로 현 부의장이 유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비서실장은 검찰 출신인사가 아니라 정치적 교감이 가능한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적지 않다. 한발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이 홍사덕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의장을 차기 비서실장으로 굳히고 있다는 소문까지 무성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움직임이 시선을 끈다. 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총괄간사 유기준 의원)은 지난달 29일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회의 상임의장을 초청해 대규모 세미나를 국회에서 개최했다.

국가경쟁력강화포럼 따르면 홍 상임의장은 이 세미나에서 남북관계를 주제로 강연했다.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지난해 10월 세미나에서 여론조사 전문가를 초청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설'을 조명하고, 같은 해 11월 세미나에서는 역시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장관을 초청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홍 의장의 비서실장 유력설에 무게가 더해진다. 그러나 비서실장이 홍 의장이 임명될 경우 활력 넘치고 참신한 인재를 중용하지 않고 대통령이 조언그룹에 속한 고령자에 의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비선실세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고령자의 중용은 무능력한 박근혜 정부의 단면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임을 감안, 홍 의장을 비서실장으로 앉히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홍 의장이 자리에 앉을 경우 검찰 조직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박근혜 정부가 검찰 외 다른 사정기관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당초 4대강사업과 해외 자원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해 사정기관의 수사를 검토했으나 결국 대통령의 뜻에 따라 검찰 등이 수사를 벌이지는 않았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MB의 비리의혹과 관련해 "새 정부가 전 정부의 잘못을 들춰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현 정부는 MB정부 비리 의혹과 관련, "이전 정부가 벌인 일"이라며 선을 긋고 감사원 감사 등만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부분이 박근혜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정치적으로 경쟁관계였던 친이계가 언제든지 친박계의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서다. 친이계 등 비박계를 중심으로 개헌논의 촉구가 계속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또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때 친이계가 보여준 모습은 야권과 다를 바 없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MB정권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검찰조직을 개편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지만 최 부총리가 해외자원 개발 사업 비리 의혹의 '연결고리'로 묶여 있어 다른 포석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 주변에서는 친이계 인사들의 개인비리 수사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이와 관련해 A의원이나 K의원 등 친이계 비박계 의원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검찰 외에 경찰 조직도 개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문건유출 사건 이후 경찰 내 핵심 수사 조직을 개편했다. 핵심부서 관계자에 대한 인사와 더불어 광수대 등 주요 수사 조직에 대한 개편도 단행했다. 서울경찰청광역수사대는 역시 서울청 내 경제범죄수사대와 통합해 지능범죄수사대로 탈바꿈시켰다. 이는 경찰의 경제수사 영역을 경제사범 수사에 국한시키지 않고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전방위로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청와대 주변에서는 청와대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내부 조직과 국세청 조직개편 그리고 감사원도 조직을 개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 등은 공정위원장을 교체했지만 아직 조직 개편은 숙제가 남아 있어 추가 조직개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새해 들어 청와대가 사정기관의 인사개편과 더불어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향후 정치권에 대한 사정기관 수사를 강화할 목적 아니냐는 추측이 적지 않다.

한편 최근 방산비리 수사가 다시 속도를 냄에 따라 방산비리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금씩 무게를 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출범한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63)과 천기광 전 공군 중장(68) 등 전직 군 최고위급 장성의 혐의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의 칼끝이 과거 정권 시절 이들의 로비와 연결된 현직 군 관계자와 정치권 등을 향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이에 박근혜 정부가 올해 들어 방산비리 수사가 광범위하다고 결론내리고 이를 위해 사정라인을 정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없지 않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