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잡은 문재인 '정통-개혁' 분열 조짐… 4월 선거 야권 분산 '위기'문재인 당 대표 선출 후폭풍… '신당' 현실화되나4월 선거 야권 각자 후보내… 새정연 패배할 수도'친노세력' 결집이 향후 총선정국 대비 시나리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정적인 누리과정 실행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탈당에 이은 신당합류 선언과 더불어 문재인 신임 당대표가 선출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복잡한 기류에 휩싸일 전망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야권재편이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무성하다. 야권 분열이 향후 정치권의 거대한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신당 창당의 뇌관을 건드린 것은 '국민모임'이다. 국민모임 측은 당장 4ㆍ29 보궐선거 3곳에서 후보를 낸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선거연대 등 야권 분열론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야권의 움직임은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얼마 전 정 전 고문의 신당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정치연합은 집안 분위기 추스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신당이 어떤 인물을 영입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당이 영향력 있는 인물을 영입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끌어낼 경우 새정치연합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박지원 이인영 의원 등 야권 핵심 인사들은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현할 정도로 위기감을 표시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야권연대의 분열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4월 보궐 선거 계파 갈림 기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9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주변에서는 야권 분열조짐과 관련해 "신당과 야권 재편의 필요성이 곳곳에서 제기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문재인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더라도 4월 보궐 선거 때 고전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새정치연합 새 대표는 입지를 세울 틈조차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 관악을과 성남 중원을 등 수도권과 야권 텃밭인 광주 서구을 모두 해체된 통합진보당의 자리였다. 해체 이후 새정치연합이 물려받는 그림이 이상적이지만 야권이 분열될 경우 군소 야권후보가 난립하면서 표를 분산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새정치연합의 초조함은 커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이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4월 보궐선거에서 승리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새정치연합의 단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촉구한 것도 분열을 우려해서다. 야권 분열 조짐은 벌써 감지되고 있다. 이 선거를 통해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곧바로 첫 정치적 시험대에 오르게 됐지만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헌법재판소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옛 통합진보당 이상규·김미희 전 의원이 4월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새정치연합은 물론, 진보정당 추진모임인 '국민모임'과 정의당 또한 별도로 후보를 낼 계획이라 야권 후보 난립이 예상된다.

또 오병윤 전 의원(광주 서을) 또한 이달 중순께 출마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3곳(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중원을, 광주 서을)은 전통적인 야권 강세 지역이지만, 야권 후보가 적어도 4~5명 이상 나오는 분열 구도에서 치러지면 야권은 가장 힘겨운 선거를 치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관악을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38%를 차지한 이상규 전 의원의 조직력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국민모임에서도 깜짝 인사를 낸다고 공언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김희철 전 의원과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정태호 지역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경기 성남 중원을도 야권의 심기를 복잡하게 하는 지역이다.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는 지난 총선 때 김미희 전 의원과 겨뤄 654표(0.66%) 차이로 떨어진 바 있다. 그만큼 지역조직이 탄탄하다. 이에 맞설 김 전 의원도 옛 진보당의 당권파인 경기동부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최대 1만표(득표율 10%) 정도의 득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여당 후보에 맞서는 야권 표는 그만큼 갈리게 되는 셈이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 서을도 쉽지 않다. 지난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에서 이정현 후보가 나서서 39.7%를 득표한 바 있다. 오병윤 전 의원과 탈당한 이용섭 전 새정치연합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보이고, 새정치연합에서도 조영택 지역위원장, 김하중 전남대 교수 등 후보들이 난립할 상황이라 새누리당이나 국민모임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정치연합 일부 의원들은 일단 야권연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표나 박지원 의원 모두 야권연대에 부정적이다. 새정치연합 중진 의원들은 정의당, 국민모임 또한 옛 진보당과의 야권연대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국민모임 측은 독자행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자칫 참패를 맛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야권 소식통에 따르면 관악을에는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성남 중원을에는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 광주서구을에는 천정배 전 의원을 후보로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새정치연합에서는 정 전 고문의 탈당과 천정배 전 의원의 탈당 검토 이외에 추가적 이탈은 없지만 이들뿐만 아니라 추가 이탈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야권 주변에서 친노와 비노의 분리가 타진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4월 보궐 선거가 끝난 이후인 5월 경 본격 논의를 시작해 늦어도 8월 정도에는 분당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 분열로 4월 보궐선거에서 패하면 분당 논의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문재인의 선택 당 운명 결정

하지만 이 같은 관측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일단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보궐선거의 중요성보다 신당과 탈당 인사들에 대한 문제가 더 비중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신당의 움직임이 분당 논의의 핵심변수가 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표는 보궐, 신당, 분당 등 여러 문제를 의식해 발언을 조절하고 있지만 이미 야권 일각에서는 분당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분당이 추진될 경우 주체는 박지원 의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대 규칙이 변경된 것과 관련해 "반칙에 대해서 저는 주위 분들과 거취에 대해 상의 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야권 분열이 반드시 수면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불안 섞인 전망이 나온다.

전대 당시 박 의원은 "문재인 새정치연합 당 대표 후보가 여론조사 규칙을 포함한 2ㆍ8전대 경선시행세칙이 지난해 이미 제정됐다는 객관적인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다"면서 "전준위에서 여론조사 규칙을 문 후보에게 유리하게 변경한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박 후보가 전대 결과에 불만이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현재 야권의 상황으로 미뤄 더 문제삼을 경우 제살 깎아 먹기 형국이 될 수 있어 논란을 피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의원 측은 경선 당시 지난해 12월 29일 제정된 경선시행세칙 자료를 공개하며 경선 규칙 변경은 '친노의 만행'이라고 강경발언을 하며 반발했다.

또 박 의원은 "투표 하루 전에 규칙을 바꿔버리는 그들을 보고 손학규 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왜 그랬을까 하며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가 분열의 길로 가지 않고 떳떳하게 친노들이 왜 그러한 일을 하는지 국민과 대의원 당원들에게 설득해서 심판받자는 마음이 교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분당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는 대목은 전대 당시 "전당대회가 아닌 분당 대회"란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로 전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전대에서는 그동안 눌러왔던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의 갈등이 폭발하듯 격화됐다. 이 때문에 당 인사·개혁, 공천 등에서 문재인 신임 대표가 어떤 행보를 보이더라도 '친노 대 비노' 프레임은 결국 분당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관측까지 나오게 한다.

또 새해 직후 있었던 당명 변경 논란도 안철수 의원으로 대표되는 '새정치 세력'과 민주당 세력 간 갈등이 언제든지 촉발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야권 주변에서는 박 의원이 신당 창당 등의 형태로 홀로서기를 시도할 경우 자신을 따르던 동교동계를 비롯한 반 친노 세력들의 줄 탈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친노와 비노 간의 계파 갈등으로 수없이 많은 지적을 받아왔으나 당이 혁신되지 않은 점도 분당론을 부추기고 있다. 문 대표는 '대통합의 길'을 강조했으나 결국 분열과 반목으로 정의당·국민생각 등 군소 야당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정당인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새정치연합의 미래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일단 누군가에 의해 탈당 러시가 시작되면 분당은 불가피한 조치가 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새정치연합은 계파갈등과 이념적 갈등으로 인한 내부의 밑바닥 정서가 불안하기 때문에 분당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비교적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당하거나 침몰하거나

야당 내부에서는 현재 지지율로는 다음 총선 때 수도권뿐만 아니라 텃밭까지 빼앗길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야권 일각에서는 친노와 비노계가 서로의 노선을 강조하다 보니 내부 계파 싸움에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는 자성과 함께 더 이상 한 지붕에 있는 것은 무의미하며 각자의 길을 가는 게 최선이라는 주장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새정치연합 동교계를 중심으로 분당 요구가 나오고 있다. 계파갈등과 부족한 역할로 인해 야당내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20∼30% 초반인 것으로 나타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울러 신당이 새정치연합의 분열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신당으로 핵심인사가 이동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론 등으로 내분이 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새정치연합 내에 관망했던 의원들이 신당으로 이탈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친노계는 당장 야권에 확산되고 있는 야권 분당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문재인·정세균·이인영 의원 등 친노와 486·재야 출신 인사들은 "분당은 현재 야당의 여건을 보면 자살행위일 뿐만 아니라 누구도 분당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4월 보궐 선거 확정 선거구 3곳(경기 성남 중원을·서울관악을·광주서구을)은 모두 전통적인 야권 강세 지역이지만 야권 후보가 '난립'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야권후보가 난립할 경우 선거전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야권후보 단일화가 절실하지만 난제가 많아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