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친이계 '사정' 충돌 임박?친이-친박 당권 vs 비선실세 놓고 혈투조짐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막전막후… 배후설 증폭"청와대 인선 이후 최대 위기 올 수" 위험한 소문

이병기 신임비서실장과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고심 끝에 비서실장 인선을 단행해 그 배경을 놓고 여러 관측과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나 권영세 전 주중대사 홍사덕 민화협회장 등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됐으나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뜻밖의 인물이 비서실장으로 내정돼자 정치권 안팎에서 "비서실장 자리를 놓고 모종의 파워게임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비서실장과 더불어 국정원장 인선까지 단행했는데 이는 앞서 "청와대가 사정라인과 정보라인을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과 맞아떨어지는 것이어서 향후 청와대의 움직임에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의 선택 후폭풍 오나

박 대통령은 2월 27일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지난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비서실장 교체를 시사한 이후 46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그 사이 이완구 국무총리 발탁과 청와대 조직개편, 4개 부처 개각 등을 마무리 한 뒤 최종적으로 비서실장 인사를 단행, '문건파동' 이후 청와대 개편의 큰 틀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박 대통령 특유의 '깜짝인사'가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현직 국정원장에 그간 거론되지 않은 자신의 최측근 인사를 전격 발탁 했다. 이는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직업외교관 출신인 이 신임 실장은 초대 주일대사와 국정원장을 연이어 역임한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또 그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로 꼽히는 인물로 2007년 대선 경선캠프에서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았다. 이어 지난해 대선 때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박 대통령을 도왔다. 이에 따라 이 실장은 향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도와 실세 '왕실장'이 아니라 조언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 실장은 국정원장에 임명된 지 불과 8개월 정도만에 자리를 옮기게 돼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원장이라는 핵심 요직을 정치적 필요에 따라 쉽게 갈아치우는 것은 외교안보라인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비서실장 외에 국정원장으로 이병호 전 안기부(현 국정원) 2차장을 발탁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에는 김성우 현 대통령 사회문화특보가 기용됐다. 신설된 대통령 정무특보에는 주호영, 김재원,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임명됐다. 홍보특보에는 과거 민주당 쪽에 몸담았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으로 옮겨온 김경재 전 의원이 추가 임명됐다.

이번 인사를 놓고 청와대와 여권 안팎에서는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와 당권을 쥔 친이계가 운명을 건 '피의 암투'가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라인-검찰 수사라인 인사에 이어 청와대 비서실과 국정원 수장까지 교체한 것은 향후 이를 통한 대대적 사정작업에 착수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벌써부터 검찰 주변에서는 "사정 기관이 일부 국회의원들에 대한 내사를 진행 중"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여권 안팎에서 "친이계가 청와대와의 진검승부를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친이계 내부에서 "이번 청와대 인사를 놓고 국정을 농단하고 있는 제 2의 세력이 있다"는 규탄과 함께 박 대통령을 움직이는 막후 실세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의 움직임이 친이계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친이계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친이계 내부에서는 청와대 비선실세를 파헤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친이계 폭풍전야 조짐

청와대가 사정라인과 정보라인을 개편하고 사자방 조사 협력 움직임을 보이자 야권 등 정치권에서는 친이계가 반격의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인해 불거진 정씨 비선실세 의혹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친이계가 활용할 불씨는 '비선실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씨가 여전히 비선실세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정조사나 특검 등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친이계 일부에서는 "정씨 외에도 박 대통령을 수시로 독대하며 정국을 움직이는 인물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여권 주변에서는 "친이계 핵심부가 이른바 '박근혜 파일'을 확보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비선실세가 세간에 드러날 것이라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다.

비선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인물은 정씨와 함께 정씨의 전 부인 최순실씨와 B씨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B씨는 청와대와 직접 접촉하는 인물이 아니라 외곽에서 친박계 유력인사들과 접촉하며 박 대통령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박관천 경정이 검찰조사 과정에서 최순실이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라고 지목한 인물이다. 박 경정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여러 추측을 낳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터무니없는 황당한 주장으로 일축됐다.

하지만 친이계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박 경정의 말을 '황당한 주장'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과정과 이명박 정권 기간 중 수집된 '박근혜 파일' 속에 박 경정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수사기관 등에서는 정씨의 부인이었던 최씨는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딸로 지난 30여년 동안 박대통령을 실질적으로 보좌해온 인물이라는 소문이 분분하다. 정씨만 박 대통령의 보좌역을 해 온 것이 아니라 두 부부가 함께 박 대통령을 도와왔다는 것이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정씨와 최씨가 이혼 절차를 밟을 당시 검찰은 두 부부와 청와대와의 관련성 여부를 상세히 조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최씨가 청와대 핵심부와 연결돼 있다는 첩보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수집한 첩보 내용을 살펴보면 "최씨가 수시로 청와대로 들어가 박 대통령과 독대를 한다는 소문이 청와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거나 "박 대통령이 심적으로 최씨에 의존하기도 한다며 청와대 핵심부도 이 같은 부분을 알고 있으나 함구하고 있다"는 내용 등이 있다. 다만 이러한 내용은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동향 첩보'라는 점에서 검찰은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새누리당 일부에서 "친이계가 비선실세에 대해 물밑으로 심층적인 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이와 관련된 상당한 근거를 확보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번 비서실장 인선을 놓고도 정치권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방산비리 등을 통해 친이계를 압박하는 한편 국정원 정보라인을 동원해 친이계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