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비리 뇌관은 '한승수 입'… 정치권 '메가톤급 파문' 올 수도野 "자원외교 총괄은 한승수" 총공세… 증인 채택 나서이상득ㆍ박영준 등 MB정부 실세들 자원외교 수사 도마에4월 보선, 내년 총선 앞둔 새누리당 초긴장… 친이계 "불똥 튀나"

이명박 전 대통령
야권의 주도로 추진중인 사·자·방(4대강ㆍ자원외교ㆍ방위산업 비리 의혹) 조사 가운데 이명박 정권 당시 핵심 사업이었던 자원외교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 되는 분위기다. 조사가 시작되면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해외자원개발사업 명목으로 소비된 혈세와 더불어 당시 권력실세들의 해외비자금 조성여부다.

야권에서는 이명박정부의 핵심 실세들이 해외자원개발을 내세워 상당한 비자금을 챙겨 해외 비밀금고 또는 차명계좌 등에 은닉했을 것으로 보고 심층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을 비롯해 친이계 인사들은 "해외비자금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박영준, 최시중, 천신일 등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일부 드러난 적 있어 경우에 따라 비자금 꼬리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폭탄 되나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출간으로 '자원외교 주체 공방'이 촉발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국회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 국정조사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향후 있을 자원개발 국조의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자원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생각한다"고 서술했다.

지난달 1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K-water(한국수자원공사)와코이카가 개최한 '물 안보 및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ODA(공적개발원조) 전략개발 세미나'에서 한승수 UN 물과 재해위험 감소 사무총장 특사가 축사하고 있다.
이어 "해외 자원 개발의 총괄 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며 외교관 출신인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를 자원외교의 적격자로 보아 기용했다"고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밝혔다.

야권은 해외자원개발을 두고 '장기정책'이라는 점과 총리실이 주도했다는 회고록의 설명은 핑계와 거짓말이라고 평가했다. 노영민 자원외교 국조특위 위원장은 회고록 내용이 공개된 이후 "해외자원개발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45건 가운데 MB형제가 주도한 것이 90%에 육박한다"며 "청와대가 주도해서 MB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나선 것은 정부 공식 문서로 확인되는데 남에게 잘못 전가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조특위 양당 간사는 증인채택과 관련해 2차 협의에 들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야당은 이명박정부 시절 자원외교에 관여한 '전직' 기관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여당은 '현직' 기관의 장·차관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정조사에서 기관보고 증인을 전직 대상으로 한 전례가 없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자원외교 국조가 확대될 경우 오는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증인 채택에 소극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친이계에선 자칫 불똥이 튈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치권은 여러 증인 후보들 가운데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주목하고 있다. 한 전 총리가 이명박 정권 당시 자원외교에 앞장선 정황이 뚜렷하고 그를 내세워 이명박정부 실세들이 여러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그의 입을 통해 자원외교 실상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홍영표 자원외교 국조특위 야당 간사는 "회고록 발간이 오히려 이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 책임에 불을 지르는 격"이라며 "책에서 말한대로 자원외교 성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는 논리가 맞는지 본인이 증인으로 나와 이야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여당에서 자원외교를 자원 3사가 알아서 한 일이라고 이야기해왔는데 회고록을 계기로 한승수 전 총리까지는 책임이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자원외교 총괄로 한 전 총리를 지목한 만큼 증인채택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 전 총리 이외에 '전직'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경우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증인대상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의원은 '자원외교특사'를 자처하며 세계각지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 내용을 자신의 저서 <자원을 경영하라>에 상세히 기록하기도 했다. 박 전 차관은 자원외교 관련 실무를 주도한 인물로 평가된다.

MB정부 핵심실세 각자 역할

이명박정부는 자원 외교를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설정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핵심 사업으로 정했다. 이명박정부는 이를 위해 해외 자원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를 초대 총리로 내세우며 그를 '자원 외교 총리'라 명명했을 정도였다. 국가적 핵심 사업의 최고 책임자라는 타이틀을 준 것이다. 한 전 총리를 필두로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곽승준 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 등 정권 핵심인사들이 해외자원외교에 뛰었다.

특히 이상득 전 의원은 자원 외교 특사로 해외를 누비며 자원외교에 앞장섰다. 그는 대표적으로 볼리비아의 리튬광산, 나미비아의 우라늄 개발 사업 건을 추진하며 "대한민국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 전 의원은 해발 4,000m의 볼리비아 고산지대에서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다녔던 경험을 자신의 책에 싣기도 했다.

볼리비아 정부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이 전 의원이 검찰조사를 받은 후 구속됐고 그 이후 이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 전 의원은 리튬 확보 사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도저히 이뤄질 수 없는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교통이 불편해 리튬을 생산한다 해도 운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볼리비아 정부가 리튬개발 사업을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와 추진했으나 교통로 개발문제로 백지화 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석연치 않다는 말이 무성했다.

박 전 차관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 아프리카 가나 주택 공급, 미얀마 해상 광구 등 개발 사업들을 지원했다. 아프리카 자원 외교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하지만 그가 지원했던 사업들은 대부분 중단 상태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업은 개발업체(씨앤케이)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그 역시 구설에 올랐다. 곽 전 위원장은 UAE 원전 수주 및 유전 개발권 확보에 관여해 성과를 거뒀지만 뒷말 역시 많았다. 해외자원개발사업 실무는 공기업 사장이 맡았다.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출신으로 미얀마 등 민간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전문가다. 주강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현대종합상사 부사장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 측근으로 꼽혔다.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 출신이었다. 외교통상부(현 외교부)는 해외 진출 창구 역할을 맡았다.

이명박정부는 출범과 함께 에너지자원담당 대사직을 신설하고, 2008년 73개 재외공관을 에너지 거점 공관으로 지정했다. 현지 전문 인사를 에너지 보좌관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 당시 외교통상부는 2010년 김은석 국무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이 에너지자원대사에 임명되면서 자원외교에 올인했다. 김 전 대사는 2011년 민관 합동 사절단을 이끌고 에티오피아·우간다·카메룬·수단 등을 방문했고 그때마다 자원 개발 성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김 전 대사는 박 전 차관과 국무총리실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여러 면에서 석연치 않다. 이를 뒷받침하듯 김 전 대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업은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려 구설을 낳았다.

한승수는 자원외교 적격자

정치권은 한 전 총리가 자원외교와 관련해 상당한 내용을 알고 있는 인물로 꼽고 있다.

실제로 과거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삼청동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정부의 첫 총리후보자를 지명하게 됐는데 저와 함께 일할 총리 후보자 발표를 국민 앞에 하는 것이 예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 총리 이름을 초대 총리로 거론한 후 (한 후보자는) 누구보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저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부탁을 드렸다"며 "또한 과거 정부에서 일하는 동안 매우 화합적으로 일을 해 새 정권이 지향하는 국민화합 차원에서도 적합한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후보자였던 한 전 총리는 차기총리의 역할인 구체적 자원외교 방향에 대해 "우리가 석유가 한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인데, 경제성장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에너지 수요가 늘어난다"며 "이제까지는 (에너지 수급을) 중동에서 했는데 에너지 다변화가 중요하다. 중동, 아프리카, 러시아, 남미 등에 적극적으로 활동을 전개해 에너지원 다변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추진된 자원외교는 청와대(이명박 대통령)→국무총리실(한승수 총리)→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최경환 장관)→측근 정치인(이상득 의원 등)→에너지 공기업(강영원·김신종 사장 등)→민간기업으로 이어지는, 말하자면 총체적 국정과제였다.

자원외교 국정조사는 한국석유공사와 해외자원개발협회를 시작으로 한국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및 자회사, 국무조정실, 외교부, 법무부 등 기타기관, 산업통상자원부 등 기관보고가 진행된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자원외교 관련 "해외 자원 개발의 총괄 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 이명박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한승수 총리를 임명한 것은 그 같은 이유였다"며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자원외교 총괄지휘를 맡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해외 자원개발 양해각서 체결 건수를 살펴보면, 이 한승수 전 총리보다 6배나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한 전 총리를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자신을 비해가려는 것"이라고 비난이 나온다.

동시에 이 전 대통령이 한 전 총리를 자원외교 핵심으로 지목한 것을 두고 "그는 바지였을 뿐 실상 자원외교 실체 규명의 열쇠가 아닐 수도 있다"는 추측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자원외교특사로 전 세계를 돌았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나, 자원외교 실무를 도맡았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점이 이런 추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편 이상득 전 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MB정권의 공신으로 불리는 이들이 자원외교를 통해 입힌 손실액이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순옥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MB정부가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투자 및 손실규모에 대해 총정리한 자료를 살펴보면 MB정부 기간동안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석탄공사, 한전 및 발전 자회사는 총 80개의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기업들이 투자한 총액은 31조2,663억원으로 이중 이익을 낸 사업은 13건으로 1조 4214억원에 불과한 반면, 36개사업에서 총 2조7,596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투자손실액은 공기업의 제무제표에 반영된 당기순손익을 기반으로 계산된 금액에 불과해 소득없이 철수수순에 들어간 사업의 손실규모를 포함하면 4조에 육박한다는 것이 전 의원의 주장이다.

특히 전 의원은 이번 조사결과에서 MB가 자원외교의 핵심 정점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MB는 외교정책에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자원 보유국과 장기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자원 외교를 맺겠다는 이른바 '맞춤형 에너지·자원외교'를 국정 핵심과제의 하나로 강화하기로 하고 인수위원회는 자원외교를 MB의 국정철학을 핵심정책으로 삼았다. 그리고 2008년 1월 14일 당선인 신분이었던 MB는 신년기자회견에서 차기 총리 인선기준등을 거론하며 '자원외교형 총리'를 뽑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인수위에서는 차기총리에 대한 질문에 "글로벌 마인드가 있는 총리여야 한다"는 수준의 답변을 준비하였지만 MB가 직접 나서서 '자원 외교'라는 표현을 넣었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자원외교에 대한 MB의 구상이 인수위의 전략을 넘어섰고, 취임 이전부터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MB가 자원외교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이유"라고 지적했다.

한 전 총리의 행보도 미스터리다. 전 의원에 따르면 한승수 총리(당시 UN기후변화 특사)는 국무총리로 지명되기 이전인 2008년 1월 28일 "이명박 당선인도 활동하겠지만 저도 열심히 해서 우리의 애로인 자원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 그는 총리 재임기간 동안 총 4건의 자원개발 사업관련 MOU를 체결했지만 이 중 3건은 성과없이 끝났고 우즈벡에서 체결한 나망간‧추스트 탐사사업은 2014년 성과없이 철수해 총 487억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