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동 붐' 경제 동력 활용… MB정부 '자원외교' 해결 시각도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알-무슈리프 궁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협정 서명식을 참관했다. 박 대통령과 알 나흐얀 왕세제가 정상회담장에서 환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중동 4개국 방문… '세일즈 외교' 큰 성과
중동 순방 사·자·방 조사 시기와 맞물려 자원외교 도마에
야권 MB정부 자원외교 문제 집중 추적… 해외비자금 추적
MB 측 "자원외교 성과는 무시한 채 부정적으로 왜곡만 해"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들어 첫 해외 순방으로 중동을 택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한 데 이어 6~8일 카타르를 방문한다.

박 대통령은 순방 각국 정상과 회담을 개최, 양자 실질협력 현안과 한반도, 중동정세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한, 각국별로 재외국민, 기업인 간담회를 실시해 재외동포들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지원 방안을 협의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중동 방문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동 진출을 성사시킨 이후 40년만의 방문으로 '제2의 중동 붐'을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중동 방문이 이명박정부 시절 사ㆍ자ㆍ방(4대강ㆍ자원외교ㆍ방위산업)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자원외교'와도 관련된 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즉, 엄청난 국고 손실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 MB정부의 자원외교 문제를 재검토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습하거나 야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해외비자금 의혹에 대해 정확한 내용을 알기 위한 것도 박 대통령의 중동 방문 목적에 포함돼 있다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 중동 순방 성과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중동 순방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먼저 박근혜정부의 외교 지평을 중동지역으로까지 확장했다는 의미가 크다. 또한 올해 해외건설 진출 50주년 기념 및 중동진출 40여년을 맞아, 2000년대 후반 이래 일고 있는 '제2의 중동 붐'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이행의 촉진 등 우리나라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방문한 중동 4개국은 우리나라와 중동 지역 교역액의 74%를 차지할만큼 중요한 국가들이다. 박 대통령은 3월 1~3일 첫 번째 방문국인 쿠웨이트에서, 사바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에너지, 건설ㆍ플랜트, 교통ㆍ철도, 정보통신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국간 실질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3~4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살만 신임 국왕과의 정상회담 및 사우디 왕실 주요 인사를 접견하고 외교ㆍ안보 분야의 협력은 물론, 에너지ㆍ원전, 건설ㆍ플랜트, 보건ㆍ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관계를 도모했다. 특히 국내 제약기업과 병원의 진출은 주목할만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박 대통령은 4~6일 UAE 방문에서는 우리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원전 수출 대상국이기도 한 만큼 모하메드 왕세제와의 정상회담 등에서 양국간 폭넓은 실질협력 강화 방안에 관해 협의했다.

박 대통령의 6~8일 카타르 방문은 지난 11월 타밈 국왕의 국빈방한 이후 4개월만에 답방하는 것으로 양국은 정치ㆍ경제ㆍ문화 분야 등에서 미래지향적인 동반 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사우디ㆍUAE 주목하는 이유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앞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4개국이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사우디아리비아와 UAE에 비중이 두어질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우리나라의 최대 원유수입국이자 중동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UAE는 걸프지역 내에서 우리와 유일하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로, 미국ㆍ중국에 이어 박 대통령이 취임 이래 두 번 방문한 세 번째 국가라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는 전언이다.

반면 사정기관과 정보관계자들 사이에선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세일즈외교'에 맞춰져 있지만 MB정부 시절 자원외교와 관련된 부분도 있다는 말이 적잖이 회자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중동 순방에 나선 데는 MB정부 때 자원외교에서 비롯된 문제와 갖가지 의혹을 해결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설명이다.

MB정부의 자원외교는 임기초부터 국가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추진됐지만 해외자원개발이라는 명분으로 과다한 자금이 출혈되고 실속 없이 진행됐다는 평가가 상당하다.

새정치민주연합 'MB정부국부유출자원외교진상조사위원회'에 따르면 MB정부 시절 결정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공기업들이 쏟아 부은 금액은 41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자원사업은 대부분 부실로 드러났다.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Harvest)를 포함해 26개 해외 유전개발사업에 17조1,796억원을 신규 투자했지만 이중 국내 비축용으로 도입할 수 있는 광구는 영국 다나(DANA)사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광구 정도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1조원 가까이 투자한 캐나다 가스 광구 3곳 중 2곳의 사업을 이미 접었다. 광물자원공사가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한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은 부도가 난 상황이다.

진상조사위원회 소속 홍영표 의원은 "2018년까지 31조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총 투자비는 7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자원외교가 졸속ㆍ부실하게 추진됐다는 것 외에 MB정부 당시 권력실세들이 자원외교를 통해 해외에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노영민 자원외교 국조특위(정부 및 공공기관 등의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해외비자금 은닉과 관련한 질문에 "당시 해외자원개발사업은 경제성이나 수익성 등을 모두 무시한채 진행했고, 지금까지도 아무런 성과가 없는 사업을 진행했다면 틀림없이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 해외비자금 의혹에 무게를 두었다.

이어 노 위원장은 "우리가 의혹을 가질 수 있고 제보도 있다"면서 "국내로 유입된 자금이라든지 또 이러한 자금이 국내 기업의 주식투자에 관련돼 있다라는 혐의가 일부라도 밝혀진다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지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MB 측 관계자들은 "해외비자금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박 대통령 중동 순방 자원외교 관련?

이렇듯 MB정부의 자원외교에 관한 문제와 의혹에 논란이 이는 가운데 MB 측과 사우디아라비아ㆍUAE가 연루된 정황이 있고 박 대통령이 이번 중동 순방을 통해 그러한 문제를 해소하려 했다는 측면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정보관계자 일부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초 각각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것이 자원외교를 둘러싼 문제 및 의혹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새정치연합 자원외교 국조특위의 한 의원은 "UAE와는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이면의'특혜'를 줬다는 말이 많았고 석유개발 등에서도 의심스럽고 불투명한 부분이 많아 '뒷거래'의혹이 제기됐다"며 "해외 은닉자금 존재 여부 등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측은 자원외교를 부정적으로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한 측근 인사는 "UAE 방문은 모하메드 왕세자 초청에 따라 재임 시절 우리 업체가 참여하도록 계약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유전 개발 사업 현장 등을 돌아보기 위한 것이고,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은 '사우디 산업개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출국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야권은 MB정부 실세들이 해외자원개발을 내세워 상당한 비자금을 챙겨 해외 비밀금고 또는 차명계좌 등에 은닉했을 것으로 보고 심층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과 관련, UAE 방문에 맞춰 3일 UAE 두바이가 인천 검단신도시에 36억 달러(약 3조9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에 대해 의문 부호를 단다. UAE 측에서 갑자기 인천에 글로벌 기업도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두바이는 지난해 경기도 파주시와 '퓨처시티(future city)' 비슷한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UAE 측이 태도를 바꾼 것이 박 대통령의 UAE 방문과 관련 있고, MB정부의 자원외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UAE 측이 인천 투자를 결정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의혹과 추측들에 대해 MB 측은 "UAE는 이명박정부 시절 해외에서 첫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한 나라이고 이 전 대통령과 UAE 정상과는 막역한 사이"라면서 "UAE도 한국에 관심을 갖고 전략적으로 투자한 것이지 자원외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우리의 사법적 영향권 밖인 해외에서 이루어져 자금 추적이 어렵다면서도 확보한 자료와 제보를 토대로 해외비자금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이홍우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