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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취재] 지금은 여성 대변인 시대

남성 전유물이던 정치권에서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친화력 강점
나경원 조윤선 박선숙 등 대변인 거쳐 '스타 정치인'으로 활약
현재 여야에 4명 대변인 포진...정부 부처에서도 '여성 입' 늘어
  • 나경원(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박선숙 전 청와대 대변인,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 민현주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
[이선아 기자] '대통령의 입' '당의 입' '정부 부처의 입'으로 불리는 대변인. 최근 적잖은 여성 정치인이 대변인을 거쳐 '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면서 여성 대변인이 한층 더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스타 정치인'으로 꼽히는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은 모두 당에서 대변인을 지냈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국내 정치권에서 여성 대변인이 탄생하기까지는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청와대에서 여성 부대변인 '구인난'을 겪었을 정도였다.

20여년 전에 '여성 입' 못 구했던 청와대, 박선숙·김행 대변인 배출

20여년 전을 되돌아본다. 청와대는 1994년 1월 직제 개정으로 부대변인제를 도입해 여성 부대변인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보름이 넘도록 적임자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당시 청와대가 찾는 여성 부대변인 조건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가정적으로 안정된 여성 ▲밉지도 곱지도 않으면서 TV화면에 적합한 여성 ▲표현력을 갖춘 사람 ▲언론 전반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필수적은 아니지만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사람 등이었다. 인사가 늦어지자 여성계 일각에서는 "선발 기준이 까다로운 게 아니냐", "가정이 안정돼야 한다는 조건은 기혼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성차별이다" 등의 불만이 표출되기도 했다. 청와대 측도 억울한 입장이었다. 정작 청와대가 원하는 인물은 주변의 만류 등으로 번번이 부대변인 자리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는 국회의장비서실에서 통역 등을 맡았던 K씨, 아나운서 출신 C씨, 교육학박사 C씨 등을 여성 부대변인으로 검토했으나 본인의 고사 또는 친지들의 만류로 모두 불발됐다.

결국 청와대 여성 부대변인은 그로부터 4년 후에 탄생한다. 1998년 1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박선숙 당선자 부대변인을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최초의 청와대 여성 부대변인이 나온 것이다. 이후 박씨는 2002년 여성 최초로 청와대 공보수석 겸 대변인(차관급) 자리에 오른다. 박 대변인은 나중에는 환경부차관,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거쳐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을 지내는 등 정치권에서 맹활약했다. 그 뒤 청와대 '입' 역할을 한 여성 인사로는 이지현 외신 대변인(노무현 정부) 김은혜 대변인(이명박 정부) 김행 대변인(박근혜 정부) 등이 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를 지낸 김행 전 대변인은 현재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맡아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여성 권익 대변에 앞장서고 있다. 또 MBC기자와 앵커를 지낸 김은혜 전 대변인은 요즘 종편TV에서 시사 프로를 진행하는 앵커를 맡고 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딸로 SBS 기자와 앵커를 지낸 이지현 전 대변인은 최근 줄리안리앤컴퍼니 대표로서 잡지 '아르스비테'(ARS VITAE)를 창간했다.

여야 정치권의 여성 대변인… 좋은 이미지 외에 정무적 감각 필요

정치권에서는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여성 부대변인 바람이 불었다. 신한국당, 국민회의, 자민련 등 주요 3당은 각각 30대 여성 변호사인 김영선(신한국당) 추미애(국민회의) 고순례(자민련)씨를 부대변인으로 영입해 '여성 입 대결'을 벌였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1998년도에는 공동여당인 국민회의, 자민련과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여성 부대변인이 김현미(국민회의), 이미영(자민련), 김영순(한나라당) 등으로 이어졌다. 당시 청와대와 세 정당의 '입'으로 자리매김한 여성 부대변인들은 여성 특유의 친화력으로 유권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야 정당들은 이어 2008년 4·9 총선을 앞두고는 일제히 여성 대변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유권자 표심 잡기에 나섰다. 통합민주당은 차영 전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을 선거대책위 공동대변인에, 한나라당은 조윤선 대변인을 임명하며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비슷한 이유로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친박연대, 진보신당 등도 각각 여성 대변인을 기용해 6개 정당이 모두 '여성 입'을 전면에 내세웠다. 2002년 한나라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으로 발탁돼 정당 사상 최초의 여성 대변인을 지낸 조윤선 대변인은 2008년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2002년만 해도 여성 대변인을 발탁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환영을 받았지만 이제는 실력과 경험뿐 아니라 다른 여성 대변인들과의 차별화까지 기대하는 것 같다"며 한층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얼굴에서 풍기는 좋은 이미지 외에도 정무적 감각과 말솜씨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조윤선 대변인은 이후 665일 동안 대변인을 맡아 당내 최장수 대변인이라는 기록을 갖게 된다. 이후 2012년 대선 선대위 대변인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그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여성부장관을 거쳐 지난해 6월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청와대 정무수석 자리에 올랐다. 그는 현재 여야를 가리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조 정무수석의 서울대 2년 선배인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2006년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아 2008년까지 활동하며 이름과 얼굴을 알려 스타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 나 위원장은 '스마트 리더십'과 정무 감각을 갖춘 대변인으로 평가를 받았다. 그는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서울 중구에서 재선에 성공하고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당선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휴지기를 가졌다. 지난해 서울 동작을 보선에서 승리하면서 재기한 그는 지난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 선출돼 '화려한 컴백'에 성공했다.

현재 여야 주요 정당에는 여성 대변인과 원내대변인이 포진해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권은희(56) 대변인과 민현주(46) 원내대변인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유은혜(53) 대변인과 서영교(51) 원내대변인이 수시로 마이크를 잡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최근 탕평 인사 차원에서 고 김근태 의원계 출신인 유은혜 의원을 당 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유 대변인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와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19대 총선 때 경기 고양 일산 동구에서 당선돼 원내대변인을 역임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경북대 전자공학과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KT네트웍스 전무를 거쳐 19대 총선 때 대구 북갑에서 당선됐으며, 지난해 김무성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대변인을 맡고 있다.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를 거쳐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문해 당 대변인을 한차례 역임했다. 이화여대 정외과 재학 중 총학생회장을 지낸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춘추관장 등을 거친 뒤 19대 국회에 입문해 원내부대표 등을 역임했다. 서 대변인은 박원순 서울시장후보 유세본부장과 문재인 대선후보 선대위 공동유세단장을 지내고 서울시당 여성위원장을 맡는 등 홍보·전략·조직 분야에서 활약해왔다.

정부 부처로도 확대되는 여성 대변인 '바람'

여야 정당의 여성 대변인들은 부드러운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면서 면대면 접촉을 넓히고 있다. 타고난 임기응변에 여성 특유의 온화함과 친화력까지 갖춘 여성 대변인은 정치권뿐 아니라 정부 부처로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근 인사혁신처, 여성가족부 등의 부처에 여성 대변인이 임명돼 거센 '여풍'(女風)을 실감케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9일 신임 대변인(2급)에 박난숙(51)씨를 임명했다. 부산 출신인 박씨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 행정학석사를 마쳤다. 박 대변인은 1993년 5급으로 공직에 입문해 여가부 가족정책팀장, 청소년정책과장, 여성정책과장 등을 역임하면서 여성·가족·청소년 정책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지난해 11월 안전행정부에서 분리돼 공식 출범한 인사혁신처 초대 대변인 자리도 여성인 이은영(40)씨가 꿰찼다. 이씨는 광주 송원여고와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한 뒤 행시 42회에 합격한 후 안행부 균형인사정보과장 등을 역임했다. 행정자치부 역시 지난 8일 온라인 대변인에 5급 사무관인 최영선(38)씨를 임명했다. SNS 등 새 미디어를 통한 정책 홍보·온라인 여론 분석 등을 총괄 담당하는 온라인 대변인에 임명된 그는 1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기관급(4급)으로 올랐다. 방송구성 작가 출신인 최씨는 경기도 대변인실을 거쳐 2007년부터 행자부에서 기획 홍보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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