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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합동수사단 '방산비리' 수사 박차

전 정권 겨냥 전방위 사정 본격화… MB 핵심 측근 비리 수사 시동
수십조원 예산 움직인 거물급 '방산 로비스트' 지목 조사
방산비리 여권실세-대기업-로비스트 '검은 커넥션' 포착
박근혜vs이명박 '대통령의 위험한 시간' 승자는 누구?
  • 김진태 검찰총장
그동안 깃털만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온 방산비리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규태(66) 일광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의 방산비리 수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정기관의 칼날이 어디까지 미칠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위사업청에 대한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은 현재 혐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합수단은 그가 방산비리와 관련, 거물급 방산 로비스트로 지목하고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수사가 정·관·재계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회장은 무개중개업계 거물로 통하는 인물로 지난 2009년 '불곰사업'으로 불린 러시아와 우리나라 간 무기거래 과정에서 8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으나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그 내막에 다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비리에 전 정권 핵심 실세들이 연루돼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동시에 박근혜 정부가 이 회장을 통해 지난 정권의 비리를 들추어내려는 것 아니냐며 합수단의 수사를 놓고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사업(EWTS) 비리 의혹이 제기된 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일광그룹 본사 인근의 이태규 회장 개인 사무실에서 수사관들이 압수물품을 차량에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 회장 방산비리 빙산일각

이 회장의 방산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합수단은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비리에 국내 대기업 계열사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합수단에 따르면 일광공영은 훈련장비를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국내 에이전시를 담당하며 훈련장비의 국산화를 내세워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수백억원대의 연구개발 사업을 추가한 정황이 확인됐다. 또 일광공영은 실제로는 연구개발을 실시하지 않고 개발비만 착복한 것으로 합수단은 파악하고 있다. 이 비리에 이 회장과 SK그룹 계열사인 SK C&C에서 근무했던 권모 전 상무 등 이 회사 관계자들이 깊게 연루된 사실이 합수단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합수단은 이 회장과 SK C&C의 연결고리를 추적하는 한편 이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의 용처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 중이다. 합수단 조사 결과 EWTS사업 비리에는 일광공영과 SK C&C 그리고 일광그룹 계열사인 (주)솔브레인·일진하이테크 등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일광공영이 중개업무를 담당한 EWTS사업은 방사청이 지난 2009년 4월 터키 하벨산사와 EWTS시스템 도입을 조건으로 9,600여만달러(약 1,100억원)에 체결한 계약이다. 당초 하벨산사는 방사청에 약 5,000만달러를 공급가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나서 입찰가를 1억4,000만달러로 부풀렸고 결국 최종적으로 9,600여만달러에 계약이 이뤄졌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5,000만달러짜리 사업을 훈련장비의 국산화를 명목으로 9,600만달러까지 불린 후 연구개발비를 내세워 차액 중 상당부분을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하벨산사로부터 EWTS시스템을 들여오더라도 기술이전이 안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때 곤란할 수 있다"며 국내 업체를 통한 자체적 EWTS시스템 기술 개발을 방사청에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국내 협력업체로 SK C&C를 추천했고 SK C&C가 다시 일광그룹 계열사인 (주)솔브레인과 일진하이테크에 재하청을 주는 식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재하청 부분에도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요되는 연구개발비는 4,500만달러로 책정됐다. 당초 사업예산 5,000만달러에서 자신이 불린 4,500만달러를 딱 잘라 떼어 간 셈이다.

이 회장은 EWTS시스템 기술 국산화를 내세워 연구개발비를 챙겼지만 기술개발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이 회장은 일진하이테크 등을 통해 자체 개발이 아닌 외국 회사에서 성능 미달의 부품을 들여와 마치 개발한 것처럼 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합수단은 이 회장이 연구개발을 명목으로 사업비를 부풀렸다고 보고 이 회장에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합수부 수사 전방위 확대

아울러 합수단이 이 회장 외에 다른 로비스트들의 뒤도 캐고 있다는 소문이 검찰 주변에서 무성하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경우 전 정권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단은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부풀려진 금액이 상당부분 이 회장의 비자금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고 일광공영의 자금흐름 추적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합수단은 이미 일광공영 계열사뿐만 아니라 이 회장의 비자금 세탁창구로 의심되고 있는 A교회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여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또 합수단은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UAV) 능력 보강사업 과정에서 제기된 일광공영 계열사의 기밀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특히 이 부분은 향후 경우에 따라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정찰용 무인기 사업 비리 의혹에 여권 관계자가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사업과 관련해 지난 전 정권 핵심 실세가 뒤를 봐줬다는 말이 무성해 합수단 수사가 이 부분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최근 청와대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합수단의 방산비리 수사가 거물급 로비스트를 겨냥하고 있는 시점에 청와대와 여권이 부패척결을 선언하자 이를 두고 여러 추측과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산비리 수사가 정치권과 관가로 확대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 끊임없이 "방산비리 수사가 정·관·재계로 확대될 것이며 청와대와 사정기관이 수사확대 가능 여부를 긴밀히 타진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어서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첫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정부 역량을 총동원해 우리 사회의 적폐와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특히 해외자원개발과 방위사업 등 이명박 정권과 연관된 비리 사건을 구체적 부패 사례로 지목했다. 최근 검찰이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를 권력형 비리를 담당하는 특수1부로 배당했다. 사정 칼날이 이명박 정권을 정조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이 총리는 특히 "최근 방위사업과 관련한 불량 장비·무기 납품, 수뢰 등의 비리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한 배임, 부실투자 등도 어려운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핵심사업인, 일명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사업) 가운데 자원외교와 방위사업 비리를 대표적 부패 사례로 적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가 전 정권에 대한 사정 작업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리가 총리 자리에 오르고 적응기간을 끝내자마자 이처럼 전 정권을 겨냥하고 나서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MB정권 사정 시나리오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이 총리가 방위사업비리, 해외자원개발 논란 등과 더불어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등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하면서 검찰과 경찰 등에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특수부

이 총리는 "정부는 모든 역량과 권한, 수단을 총동원해 구조적 부패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겠다"며 "고질적인 적폐와 비리를 낱낱이 조사하고 그 모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엄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과 경찰 등 법집행기관을 비롯해 모든 관련 부처가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부분에선 '부정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대대적인 사정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향후 검찰 특수부가 본격적으로 전 정권 사정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칼끝에 정·관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와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전 정권 핵심 실세였던 L씨와 K씨 그리고 P씨 등이 조사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또 지난 정권에서 MB 정부의 가려진 실세로 알려진 A씨도 방산비리 등에 연루돼 검찰 수사가 예고된 상태라는 말이 무성하다. 전 정권 각종 해외 사업과 무기구입 사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B씨도 검찰이 강도높은 수사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전 정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되면서 친이계의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에 청와대 주변에서는 "청와대가 현 정권 인사들 중 한 명을 희생양으로 삼고 전 정권 인사 사정작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검찰 주변에서 "현 정권 D씨와 관가의 H씨에 대한 비리 연루 첩보가 검찰과 민정실에 보고돼 검찰 특수1부가 이를 조사할 수도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특수1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수사에 가장 근접해 있다. 특수부는 최근 형사부와 조사1부에 흩어져 있던 자원외교 관련 각종 고발 사건을 모두 재배당받아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수부는 일단 여러 부서에 나눠져 있던 사건을 모아 정리하는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주변에서는 '사건의 전면검토 작업'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인, 공무원, 기업의 부정부패를 수사하는 특수부가 자원외교 관련 사건을 모두 맡은 점을 감안할 때 검찰 수사가 방산비리에서 정치권과 재계의 로비, 횡령 등 부패 수사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특수부에는 감사원이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와 관련해 1조3,300여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올 초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고발한 사건과 정의당이 자메이카 전력공사에 지분투자를 결정한 이길구 전 한국동서발전을 8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재배당된 상태다.

또 한국광물자원공사, 가스공사, 석유공사의 전·현직 사장 6명과 이 전 대통령, 최경환 경제부총리(당시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고발된 사건도 역시 특수1부가 맡았다. 재계 수사도 추진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등 해외에서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도 검찰의 내사가 진행 중이다.

포스코건설은 발주처에 리베이트로 쓰기 위한 비자금이었다고 자백에 가까운 해명을 했지만 검찰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포스코건설이 일부 비자금을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해 자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6일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대기업들의 부정부패와 불공정거래를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강조해 향후 검찰 칼끝이 정치권과 기업을 향하게 될 것임을 암시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올 초 신설된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기업 비리 수사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사건을 법리적으로 처리하는 형사부의 기능을 넘어 특별수사 방식으로 불공정거래 관련 비리를 캐기 위해 새로 만든 조직이다. 공정거래위에 대한 고발요청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불공정거래 수사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도 특수1부가 수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특수1부는 과거 대검찰청중앙수사부(중수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이 의혹 수사에 특수1부가 투입된 사실만으로도 관련 의혹 수사가 전 정권 핵심 실세를 시작, 전방위로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명박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치중했고 한국가스공사·석유공사·광물자원공사 등 3개 공기업이 투입한 돈만 43조원 규모다. 그러나 상당한 액수가 손실로 연결되면서, 무리한 사업 추진에 대한 책임론과 이 과정에서 측근 비리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청와대는 국가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준 사건인 만큼 검찰을 통해 신속하고 철저히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편 자원외교 관련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2조원대 국고 손실을 초래한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 김형찬 당시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이 깊숙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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