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압수수색 이틀 전 움직였다"검찰, 가장 중요한 핵심 장소 조사 놓쳐 '봐주기 의혹'

정준양 전 회장이 머물렀던 비밀사무실 전면.
검찰이 포스코에 대한 비자금 조사를 강도 높게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정보가 포스코 측에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내부에 포스코 장학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이 포스코 비리의 단서가 될 대외비 문건을 적지 않게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데, 정 전 회장은 검찰의 포스코 압수수색 이틀 전 사전 대비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검찰이 이주 중으로 정 전 회장을 소환할 예정인 상황에 수사정보가 피조사자 측에 유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혐의로 정 전 회장과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다음 주에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정 전 회장 등이 출석하면, 성진지오텍 인수 과정에서 제기된 배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의 수사 정보가 직접적으로 포스코 측에 유출됐는지 아니면 포스코 측이 다른 통로를 통해서 따로 파악한 것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검찰의 포스코 압수수색 직전에 포스코 측은 압수수색에 대비해 긴밀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정 전 회장 검찰 내 빨대 있나

<주간한국>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이 검찰의 포스코 압수수색 이틀 전에 강남 무역센터 39층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을 부랴부랴 정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회장의 이 집무실은 포스코가 무역센터에 임대해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은 포스코의 비상임 고문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정 전 회장을 위해 이 장소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내부에 상당한 돈을 들여 대공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집무실은 당초 화장실이나 샤워시설이 없는 공간이지만 정 전 회장을 위해 수천만원(시공 추정액)의 상당한 공사비를 들여 배관을 끌어와 개인화장실과 세면장 공사를 했다.

정 전 회장의 이 집무실은 비밀장소에 가깝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만큼 존재를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 장소에 대해 포스코 측에 문의해본 결과 포스코 관계자는 “그런 부분(정 정 회장 집무실 무역센터 임대여부)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 사옥이 무역센터와 멀지 않는데, 그곳에 왜 따로 장소를 임대하겠나. 사실여부를 확인해봐야겠지만 포스코가 그곳에 사무실을 임대할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따로 그곳에 임대 계약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석연치 않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이곳을 매일 드나들던 정 전 회장은 특별히 마련된 개인집무실에서 포스코 업무를 계속 이어간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포스코의 관계자들이 이곳에 수시로 찾아와 정 전 회장에게 따로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또 포스코는 이곳뿐만 아니라 34층에도 사무실을 추가로 임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 전 회장의 움직임과 용도를 미뤄 34층은 정 전 회장이 포스코 관련 자료를 보관하던 창고 겸용으로 쓰인 것 같다는 게 무역센터 관계자들과 목격자들의 전언이다.

<주간한국>이 익명의 사정기관 관계자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이 장소에서 포스코와 관련된 여러 업무를 관리했을 가능성이 크고 34층과 39층에 포스코 관련 대외비 자료를 보관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포스코를 압수수색한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 압색 결과 정 전 회장이 포스코 핵심 자료를 많이 가져 나간 것 같다”며 “아직 일부만 파악했지만 압색 내용물 보고서를 대략 살펴보면 누락된 부분이 많아 정 전 회장이 가지고 있는 대외비 자료가 적지 않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리 핵심 자료 보관 창고

문제는 검찰의 압수수색 정보를 정 전 회장이 사전에 입수하고 몸을 피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어떻게 정 전 회장이 검찰 수사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검찰 압수수색 이틀 전 복수의 포스코 관계자가 정 전 회장 집무실에 다급히 찾아와 정 전 회장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은 압수수색 예정 보고를 받고 부랴부랴 사무실을 정리했으며, 34층과 39층에 있는 모든 짐을 다 치운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이틀 만에 모든 자료를 피신시켰고, 이틀 후 검찰은 포스코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그림인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검찰의 압수수색 정보가 유출된 정황뿐만 아니라 검찰이 정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고의로 피하고 있는 의심도 든다. 검찰은 정 전 회장 때 있었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포스코 본사를 덮쳤으면서 정작 핵심 자료가 보관돼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 전 회장의 집무실과 창고는 건들지도 않았다.

특히 이 사무실은 포스코가 정 전 회장을 위해 마련해준 장소로 무역센터와 포스코가 임대계약을 했다면 검찰이 이 장소를 몰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또 이곳은 포스코 관계자와 정 전 회장의 측근들이 수시로 드나든 장소이기 때문에 베일에 가려진 비밀장소라고 보기도 힘들다. 이 경우 두 가지로 나뉘는데, 검찰이 사건 수사를 위한 사전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고의로 수사대상 장소에서 누락시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 검찰이 이번에도 계열사 비리 등 ‘깃털’만 잡아들이는 ‘용두사미’ 수사를 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이런 검찰의 움직임을 볼 때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만약 검찰 내부에서 포스코 또는 정 전 회장에게로 수사정보가 유출됐다면 이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야심찬 정부의 의지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은 것이 아닐 수 없다.

또 포스코 측은 정 전 회장에 고문료나 활동비 등이 지급됐는지 지급됐다면 얼마나 지급됐는지 여부에 대해서 함구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금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고 답을 피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지난 20일 박모 전 포스코건설 상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비자금 조성 과정에 정 전 회장 등이 관여했는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 동남아시아사업단 등을 통해 100억 원대 비자금이 조성됐고, 이 중 40억 원 이상의 돈이 국내로 흘러들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국내 건설 사업에서도 또 다른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 포스코건설 하도급 업체인 흥우산업과 계열사를 지난 17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