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고구려 유물 중국에 팔아 통치자금 마련위해 군 동원해 도굴무기·위폐·마약 거래 막히면서 경제 악화… 통치자금 턱없이 부족고구려·고려 유물 중국 매매 급증… 중국 동북공정에 악용될 수도중국 도굴꾼까지 북한 들어와

최근 우리 고대사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중국·일본과의 역사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동북아역사재단이 동북아역사지도를 제작하는 과정에 중국·일본 주장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과 일제 식민사관(植民史觀)의 내용을 그대로 인정한 듯한 내용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고구려 국경선의 위치를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만든 중국역사지도집과 일치하게 설정한 것과 한사군이 한반도 내에 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상황이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통치 자금 고갈로 인한 위기에 봉착하자 우리 역사 유물까지 대거 중국에 팔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구려, 고려 유물이 집중적으로 반출되고 있어 향후 중국의 동북공정에 악용될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 역사 유물의 중국 반출 내막을 추적했다.

김정은 정권 통치자금 마련 위해 유물 도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고구려 유물을 넘기는 건 민족혼을 파는 것 아니냐?"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지난 주 분개한 목소리로 뜻박의 소식을 전해 왔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통치에 필요한 자금이 고갈될 상황에 처하자 역사 유물까지 중국에 팔고 있다는 얘기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군이 동원돼 평양 인근을 비롯해 유물이 나올 만한 곳을 도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군이 동원된 것은 김정은 정권이 직접 도굴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전에 없던 일이다"고 말했다. 군이 나서다 보니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군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몰래 도굴에 나서고 심지어 중국의 도굴꾼까지 북한으로 들어가 군, 민간인과 함께 도굴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로 고려ㆍ조선 시대 도자기가 반출되고 드물게 고구려 유물이 거래된다고 전했다. 특히 고구려 유물은 100% 중국에 팔린다고 했다. 그는 "고구려 유물의 경우 개인이 구매하기보다는 중국 정부 차원에서 '싹쓸이' 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에서 출토된 유물은 고가에 거래되고 중국 화폐로 받을 수 있어 작년부터 도굴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도굴이 성행하는 것 못지않게 중국에서도 북한 유물을 사들이는데 적극적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는 중국의 고위 관료가 자신에게도 북한 유물 매입에 대해 물어 와 유물 거래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북한 유물 중국 매매 급증

그렇다면 중국과 북한 간에 문화재급 북한 유물 거래가 급증하고, 중국이 북한 유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베이징 소식통은 "김정은 정권의 통치 자금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2013년 말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북한으로 유입되는 해외 자금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김정은 체제를 위협했다는 것이다.

그는 "김일성 주석은 북한을 세운 지도자로 자체만으로 북한을 통치할 수 있었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사실 '돈'으로 당과 군을 관리했다"면서 "그러나 김정은은 아버지의 후광도, 돈도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에 대한 공식 지원을 중단하면서 경제는 더욱 악화됐고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통치 자금 부족으로 입지가 불안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게다가 북한의 해외 주수입원이었던 무기, 위폐, 마약 등의 국제거래가 대부분 막히면서 당과 군의 김 제1위원장에 대한 불만도 점증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김 제1위원장의 통치 자금은 거의 바닥난 상황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 북한 조선대성은행 수석대표인 윤태형의 망명 사건은 북한 지도부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당시 김 제1위원장은 비밀 통치 자금의 근간이 되는 해외 자금 실적이 떨어지자 해외 주재 금융 담당자들을 국내로 불러들였다. 그들에 대한 책임 추궁과 함께 담당자를 교체하기 위한 조치였다. 윤태영 망명 사건은 그러한 배경에서 터진 것이다.

당시 중앙일보는 윤태영이 김 제1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인물로 러시아에서 500만 달러(50억7000만원 상당)의 '혁명자금'(김정은 통치자금)을 가지고 잠적, 제3국 망명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윤태영은 북한의 비자금 등을 맡겨 둔 러시아 6개 지점 은행의 한 지점 책임자로 북한의 해외 비자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김정은 비자금 관리인으로 단정하는 건 무리다. 또한 윤태영이 제3국으로 망명을 타진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이미 미국의 영향권 아래 있었다.

윤태영 망명 사건은 북한으로 유입되는 해외 자금 상황을 표면에 드러낸 것으로 김 제1위원장이 '돈'으로 하는 통치가 어렵게 된 것을 방증한다.

작년 후반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김 제1위원장의 달라진 행보도 같은 맥락이다. 김 제1위원장의 현장 순시는 과거 군(軍)에 집중돼 있었으나 점차 공장, 수산 기지 등 산업 현장으로 바뀌었다. 한마디로 '돈'이 되는 곳 중심으로 순시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김 제1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의 동행이다. 김여정이 김 제1위원장의 순시에 부쩍 자주 등장하는 것을 두고 다수 북한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실세' 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하고 있으나 사실은 더 중대한 임무를 띠고 있다는 전언이다.

베이징 소식통을 비롯해 중국내 북한 소식통은 김여정이 김 제1위원장의 '금고지기'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베이징 소식통은 "김정은이 산업 현장을 방문하고 나면 동행한 김여정이 기업 책임자를 만나 경영과 수입에 관한 얘기를 나눈다고 한다"고 전해왔다.

김 제1위원장의 그간의 발언과 동선을 종합하면 그의 최대 관심사는 통치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돈 관리'는 그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친동생 김여정에게 맡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유물 도굴과 중국 판매 또한 통치 자금 마련과 관련있다는 게 베이징 소식통의 전언이다. 유물 도굴에 군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김 제1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소식통은 해석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의 '금고'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은 한 북한의 유물 도굴과 중국 판매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노림수' 따로 있나

북한 역사 유물이 중국에 대거 반출되는 것과 관련 중국의 태도가 주목된다. 중국내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민간인보다는 북한과 인접한 단둥시 관계자 등 정부 관련 인물이 유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중국이 북한 유물을 매입하는 것이 단순히 수익을 얻기 위한 것으로만 보기 어려운 배경이다.

때문에 중국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 중에는 중국이 북한 유물을 매입하는 데에 '숨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한다. 즉, 중국이 북한 역사 유물을 역사적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과 관련 있다고 의심한다. 동북공정은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연구 프로젝트로 중국은 고구려ㆍ발해 역사도 중국 역사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중국이 고구려 유물을 구입하는 데 전력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향후 동북공정에 유리한 증거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해석한다.

사실 중국은 1990년대 북한 학자를 앞세워 고대사를 왜곡한 의심을 받고 있다. 중국 대학의 한 조선족 교수(역사 전공)는 "1990년대 초 북한 상황이 무척 어려울 때 중국은 북한 학자들, 특히 고대사 전공 학자들을 베이징 등으로 초청해 연구하게 했는데 그들 중에 종래 입장을 바꿔 중국 학계의 주장에 동조를 해 충격을 준 적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불순한 작업으로 어려운 처지의 북한 학자들을 포섭해 역사 변절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 역사학계에 정통한 국내 학자들 중엔 "중국이 북한 유물, 특히 고구려 유물을 구하는데 전력하는 것은 동북공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학자는 "중국이 북한내 고구려 유물을 확보한 뒤 동북공정을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가령 북한으로부터 입수한 고구려 유물을 동북공정에 유리한 특정 지역에 묻어둔 뒤 수십년이 지나 마치 처음 발굴된 것처럼 역사 왜곡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동북아역사재단의 고구려 국경선의 위치를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만든 중국역사지도집과 일치하게 설정한 것이나 '한사군 한반도설'은 동북공정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동북아역사재단이 참고한 연구 자료 중 상당 부분이 일제의 황국사관의 전파기관인 조선사편수회에 참여했던 이병도 전 서울대 교수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동아시아의 고대사 연구는 진전돼 고구려 장수왕이 수도를 옮긴 평양이 지금의 평양이 아닌 중국 요양현(遼陽縣·랴오양현)이라는 역사 기록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고구려 유물 또한 동명왕 1년(BC 37년)에 도읍했다는 환인현 오녀산성에서 고구려 중기에 해당하는 동천왕(247년)~고국원왕(342년)기의 것이 집중적으로 나왔다. 따라서 북한내 고구려 유물은 고구려 후기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 고구려 본령은 현재 중국의 동북부, 이른바 만주일대에 걸쳐 오랜 기간 존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고구려가 융성했던 지역은 중국 영토이고 고구려 역사를 기록한 사서 또한 대부분 중국에 남아 있다. 제대로 된 고구려 연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의 고구려 유물이 중국으로 넘어간다면 몇 십년이 지나 북한에서 고구려 유물이 대거 출토될 경우 고구려 역사가 한반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증거로 활용될 여지도 있다.

김정은 정권에서 우리 역사 유물이 중국으로 매매되는 것은 북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이는 한민족 역사의 훼손으로 남북이 통일된 후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남북이 통일에 앞서 '역사 바로잡기'차원에서 공조가 필요한 상황으로 남북 교류와 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