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권 유지…ICJ 제소 겨냥도일본 검정 교과서 '독도= 일본 땅'담아日 외교청서 처음으로 '독도 영유권'실어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거친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 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들 교과서는 "일본 고유영토임에도 이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등의 일방적인 설명을 실었다.
일본 아베 정권의 '독도 도발'이 점차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은 6일 중학교 역사·지리·공민 사회과 3개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담은 데 이어 7일에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주장이 들어간 2015년 외교청서(외교백서격)를 공개했다.

이처럼 아베 정권이 독도 영유권을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나온 것은 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 2기 정권이 출범하면서다. 아베 정권은 이듬해인 2013년 2월 시마네(島根)현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에 중앙정부 인사(내각부 정무관)를 처음으로 파견했고, 지난해 1월에는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홍보를 정부 홈페이지 개설했다. 올해 2월에는 시마네현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마쓰모토 요헤이 내각부 정무관을 파견해 3년 연속 중앙정부 인사를 파견했고 4월 6일에는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전국 중학교에서 사용할 사회과의 지리(4종)·공민(6종)·역사(8종) 등 3개 과목 총 18종의 교과서 모두에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다" 등의 일방적 주장이 담기게 됐다.

이는 2011년 검정을 통과해 현재 사용 중인 일본 중학교 지리, 공민(사회) 역사 교과서18종 가운데 11종(지도에만 표기한 것까지 포함하면 14종)이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전제로 기술했으나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표현한 것은 4종뿐인 것과 대조된다. 이번 검정 결과 불법 점거 표현을 담은 교과서는 18종 가운데 13종으로 3배 넘게 대폭 늘었다. 또한 대부분의 교과서가 '일본 고유의 영토'와 '한국의 불법 점거'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써 내년부터 일본의 350만 중학생 전원이 '독도=일본 영토'라 배우게 된다. 종전 일본의 독도 교육이 '한일간 독도 영유권 주장에 이견이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게 하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독도를 둘러싼 '현상변경'을 '당위'로 가르친다는 점에서 일대 전환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 젊은 세대 간에 독도에 대한 인식이 판이하게 다르게 되고 양국간, 세대간 갈등의 잠재적 요소로 남게 됐다.

또 7일 공개된 2015년 외교청서는 독도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기술을 담았다. 이는 아베 정권 이전인 민주당 정권 때부터 들어간 내용이지만 올해 특별한 것은 9년 만에 영문판(전문)을 만든다는 것이다. 일본이 이를 통해 종전 70주년을 맞아 일본의 전후 평화주의 행보와 향후 외교정책을 홍보하면서 동시에 영토 주장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국제사법재판소 제소하나

이처럼 아베 정권이 '독도 도발'을 노골화하는 데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단순히 '기록 남기기용'이나 '지지층 달래기' 차원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으로 향후 국제사법재판소(ICJ·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에 제소하는 것을 노리면서 치밀하고 체계적인 대내외 공세를 본격화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만일 독도 영유권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뤄질 경우 일본은 유리한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어 막상 재판이 진행되면 한국이 불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설령 국제사법재판소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본은 재판소 상정을 반대하는 한국에 비해 국제사회에 독도 영유권에 대해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 수 있다는 논거도 제시된다.

실제 1952년 1월18일 우리 정부가 국무원 고시 제14호로 '인접 해양에 대한 주권선언'을 하자 일본은 독도 영유권에 대해 시비를 걸어왔다. 그리고 1954년 9월 일본은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자고 제의한 적이 있다. 2005년 3월에는 일본 자민당 외교관계 합동회의에서 고무라 마사히코 전 일본 외상이 독도 문제의 ICJ 제소를 거론했고,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도 "선택 방안 중 하나로 늘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에 동조한 바 있다. 만일 일본이 일방적으로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일본 주장 국제효과 대비해야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일방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경우 현 단계에서는 국제사법재판소에 강제관할권이 인정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1978년 4월 개정된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소 규칙(Rules of Court) 제38조 제5항에 따르면 가능하다. 해당 규칙은 '원고국이 청구의 상대국에 의해 아직 부여되고 있지 않은 동의, 또는 표명되고 있지 않은 동의에 재판소의 관할권을 의거하려 하는 경우에도 그 청구는 당해 상대국에 송부돼야 한다. 다만, 청구의 상대국이 당해 사건을 위한 재판소의 관할권에 동의할 때까지는 그 청구를 총계장부(總計帳簿·General List)에 기재해서는 안 되며 절차상의 어떠한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이것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일방적으로 제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상대방의 동의가 있을 때까지 그 일방적 제소는 재판소의 사건 총계장부에 기재되지 않고 절차상의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한·일 문제에 적용하면 일본은 일방적 제소가 가능하지만 한국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그 일방적 제소는 효력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방적 제소가 비록 사법적 효력은 없을지라도 국제사회를 향해 막대한 정치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상대방이 응하지 않으면 일방적 제소를 한 측은 이를 근거로 정치적 공세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이 일방적 제소를 했는데 우리가 이를 거부하면 일본은 국제사회를 향해 '한국은 독도 영유권 재판에서 승소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재판에 응하지 않는 것이고, 이것은 한국의 독도 점유가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라는 의미다'고 대대적인 선전을 펼 수도 있다. 한국의 독도에 관한 현재의 '조용한 외교'가 국제 여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교과서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1951년 연합국과 일본 사이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초안 등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용호 영남대 교수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분석·활용해 국제사회에 우리 논리를 확산하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며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제2조 a항은 '일본국은 한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제주도, 거문도 및 울릉도를 포함한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 및 청구권을 포기한다'고 돼 있을 뿐 독도를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독도가 교섭과정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조약 초안 및 그와 관련한 문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향후 독도 문제가 제3의 중재재판소나 사법기관에 상정될 경우 해당 기관이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의해 이뤄진 영토 처분과정에 상당한 법적 의미를 부여할 가능성이 있고 초안 등 관련 문건들이 유용한 증거로서 재판에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는 "우리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일방적 제소는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상식에서 탈피해야 하고,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국제재판소의 재판관할권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원칙론에 안주해서도 안 된다"면서 "국제사법재판소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만반의 대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