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친노-MB측 모두 연결돼… '진실' 결과 따라 한쪽은 '치명타'성씨 건설업 하면서 영남에 광범위한 인맥 구축'성-친노' 끈끈한 '부산 커넥션' 널리 알려져성씨 친노 지원 연결고리 L씨, C씨 등 거론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23일 성완종 전 회장 특별사면의 진실규명을 위해 특검을 주장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로비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여야의 공방도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촉발된 정치적 파장이 여권을 넘어 야권까지 넘실대고 있고 최근엔 전 정권까지 삼킬 듯 파열음을 내고 있다. 여야 간 '성완종 게이트' 공방이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 간 '진실게임'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 앞으로 그 실체가 어떻게 밝혀지느냐에 따라 한쪽은 재기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 '성완종 게이트'는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따라 여권, 그 중에서 박근혜정부 핵심 인사들이 가혹한 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정기관과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의 로비가 여권 인사에 국한하지 않고 야권은 물론, 전 정권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검찰 안팎에서 성 전 회장의 '비밀장부'등에 정관계 인사들이 14명, 21명, 심지어 80여명까지 거론되는 것은 로비의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이 중에는 여야 거물급 인사도 포함돼 검찰이 수사 방향과 폭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 성 전 회장은 충청 출신이지만 건설업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활동했고 2000년 초 경남기업을 인수한 후엔 대구ㆍ부산 등 영남지역에 상당한 인맥을 구축했다. 그 중에는 친노(친노무현)와 MB계 인사들도 있었다.

점차 확산되고 있는 '성완종 게이트'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파장이 미칠지 그 향배를 짚어봤다.

새누리당 권성동(오른쪽), 김도읍 의원이 23일국회 정론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에 관한 기자회견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노-MB측'생존 게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8명 인사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두 차례에 걸친 특별사면이 정치권의 '뇌관'이 되고 있다.

여야가 사면의 주체를 놓고 서로 책임 추궁을 하는 상황에서 MB정부 인사들까지 나서면서 '성완종 게이트'는 점차 확전 중이다. 이제는 친노 측과 MB정부 사람들 간의 '진실게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사면의 실체가 어떻게 밝혀지느냐에 따라 친노와 MB측 중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되고 '성완종 게이트'도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성 전 회장은 노무현정부에서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았다. 성 전 회장은 회사 돈 16억 원을 자민련에 불법 기부한 혐의 등으로 2004년 8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그 후 9개월 만인 2005년 5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당시 특사엔 노무현 전 대통령 최측근인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이 포함됐었다.

또 성 전 회장은 2007년 11월 행담도 개발사업 비리에 연루돼 1ㆍ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성 전 회장은 상고를 포기했고, 한 달 뒤 특별사면됐다. 이를 두고 성 전 회장이 사면될 것을 미리 알고 상고를 포기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2005년 사면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부탁을 받아들인 것이고 2008년 사면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요구해 급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차 사면과 관련, 자민련에 몸담았던 정진석 전 의원은 "자민련이 완전히 쪼개져 사면 당시 이미 3~4인 정당으로 쪼그라들었는데 누굴 추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자민련 몫의 사면'이라는 주장에 반박했다. 자민련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비례대표 1번인 JP마저 낙선, 정계에서 은퇴했다.

2차 사면에 대해 MB정부 사람들은 새정치연합의 주장을 "근거없는 책임 떠넘기기"라고 반박했다.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인 장다사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성 전 회장이 상고를 포기한 시점은 (MB 당선 전인) 11월"이라며 "그때 상고를 포기했다는 건 인수위가 가동되기 전에 이미 노무현 정부와 사면에 대한 '딜'이 끝났다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당선인(MB) 비서실 총괄팀장이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노 전 대통령이 MB에게 불만을 표출, 인사자료도 넘겨주지 않는 등 사면을 의논할 상황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은 '대통령 기록물'을 통해 '진실'을 밝히자고 했다. 성 전 회장의 두 번째 특별사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전 의원은 "대통령 기록물을 보자"면서 "(특별사면 기록은) 보존된다. 대통령이 결재했던 문서는 당연히 대통령기록물이니까 대통령기록물관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MB계 인사들은 당시 검찰 수사 기록과 사면의 정황을 제대로 밝히면 사면의 주체가 누구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成-친노'의 '부산커넥션' 의혹

'성완종 게이트'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성 전 회장의 과거 정치권과의 관계와 자주 접촉했던 인사들에 대한 얘기가 여러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 중 성 전 회장을 잘 아는 건설업자들과 영남지역 정치권에 정통한 소식통들 사이에는 성 전 회장이 여권은 물론, 친노계와 MB정부 인사들과도 두루 알고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중견 건설기업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은 충청 출신이지만 영남 지역에서도 건설 사업을 했다"면서 "특히 2000년대 초 경남기업을 인수한 뒤에는 대구ㆍ부산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영남지역 건설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업을 하려면 정관계의 관계도 중요한데 성 전 회장은 그 부분에서 많은 인맥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영남의 한 정치권 소식통은 성 전 회장이 영남지역에서 건설업을 하는데 대구 출신 J씨와의 인연이 크게 적용했다고 말했다. J씨에 대해서는 앞서 건설업자도 알고 있었다. J씨는 대구 출신의 건설업자로 정관계의 마당발로 통했다.

J씨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권력과 가까이 지낸 인물로 영남지역 여권 인사들과 가까우면서도 김대중정부 때는 건설업뿐만 아니라 무기사업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J씨가 DJ정부부터 노무현 정부를 거쳐 MB정부에 이르기까지 권력과 가까이 지내면서 성 전 회장도 정치권 인사들과 광범위한 교류를 했다는 게 다수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이들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노무현정부 때 노 전 대통령 친척인 L씨와도 가까웠다고 한다. L씨는 노무현정부 당시 여러 게이트에 연루돼 이름이 오르내린 인물로 영남지역 건설업에도 입김을 넣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성 전 회장은 친노 인사들과 가깝게 지내며 부산의 D술집에서 자주 어울렸다고 한다. D술집은 '박연차게이트'의 당사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도 드나들었던 곳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이 D술집에서 인연을 가진 친노 인사들 중엔 노무현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로 들어간 이들도 있고 정치권에 진출한 인사들도 여럿 있다. 친노계인 A의원과 L씨, 지난 대선 때 야권 진영에서 중요 역할을 했던 K씨 등도 성 전 회장과 인연이 있은 것으로 전해진다. 친노계 중진인 충청권 L씨도 성 전 회장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은 MB정부 인사들과도 알고 지냈다. 이 과정에 앞서 정치권 마당발인 J씨의 역할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J씨가 대구 출신이어서 자연스럽게 MB정부 인사들과 가까이 지냈고 그들에게 성 전 회장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진입한 뒤에는 친노ㆍMB계 사람들과 폭넓게 인맥을 구축했다는 게 다수 관계자의 증언이다.

성완종 사면의 연결고리

성 전 회장 사면과 관련해 여야는 상대 측에 책임이 있다며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친노계와 MB측의 진실 게임으로 비화된 양상이다.

여권은 성 전 회장 사면이 노무현정부에서 이뤄진 만큼 사면을 주도한 주체 또한 친노 인사라는 주장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성 전 회장의 사면, 특히 2차 사면의 경우 처음 사면 명단에 없다가 나중에 포함된 것은 MB측의 관여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성 전 회장의 사면을 둘러싸고 여야의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사정기관과 정치권에서 성 전 회장 사면에 특정 인물이 관여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친노 인사들 중엔 노 전 대통령 친척인 L씨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L씨의 전력이나 사면이 대통령의 최종 재가에 따른 것인 만큼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L씨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

또 법조인 출신 C씨가 성 전 회장 사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C씨는 노 전 대통령이 서울에서 변호사 일을 할 때 함께한 인연이 있고 노무현정부에서도 핵심적으로 활동했다. 사정기관과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을 도울 때 직접 지원하기보다 주로 C씨를 통해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권 실세와 긴밀한 사이였던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도 거론된다. 성 전 회장과도 알고 지낸 강 전 회장이 그의 사면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민주당 대표를 지낸 한화갑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사면될 때 강 전 회장의 역할론을 언급한 바 있어 성 전 회장 사면에도 강 전회 장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성 전 회장 사면과 MB정부 인사 관련 여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새정치연합에서 MB정부 실세인 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거론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근거없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진실게임' 한쪽은 치명상

'성완종 게이트'가 성 전 회장 사면에 대한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자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특검을 통한 진실규명을 요구했다.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합니다'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대통령 측근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이든 박근혜 대선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의혹이든 누가 돈을 받았고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 밝히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특히 참여정부의 특별사면 특혜의혹과 관련, "정쟁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야당을 상대로 물귀신 작전이나 펼쳐선 안 된다"며 "단언컨대 참여정부 청와대엔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 다룬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상설특검법을 마다하고 새로운 다른 특검법을 만들어서 특검하자고 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사면 논란과 관련해 떳떳하다면 문 대표가 조사를 받으라"고 역공을 취했다.

'성완종 게이트'는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남긴 메모상의 8명에 대한 조사와 함께 성 전 회장 사면의 실체에 대한 진실게임으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여야의 정치 지형, 박근혜정부, 차기 대선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성완종 게이트'의 후폭풍에 정국이 들썩이고 있다.



윤지환 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