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 공세-친노 역공 '文 체제' 흔들… 계파 갈등 심화, '대안론' 꿈틀4·29 재보선 후폭풍 '文 책임론' 공방 가열비노 압박에 문 대표 '역패권주의' 반박천정배·손학규 변수 등장… '文 대안론' 나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기득권에 안주해서는 우리 당의 희망도 미래도 없다"며 사실상 비노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4ㆍ29 재보궐선거 전패 책임론을 둘러싼 새정치민주연합 내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내 계파 간 갈등이 수면 위에서 충돌하는 가운데 문 대표의 거취와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2선 후퇴를 둘러싼 마찰이 지속되고 있다.

비노 진영의 압박에 수세에 몰리던 친노 측이 '역 패권주의'를 앞세워 반박에 나서면서 파열음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표 체제에 대한 호남 민심 이반과 천정배 의원을 축으로 한 신당론, 오랜 칩거 끝에 정치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의 행보는 새정치연합의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흔들고 있다.

문 대표는 당내 갈등을 추스르며 여러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더욱 가열되고 있는 내홍은 쉽게 풀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친노-비노 간 대립은 내년 4월 총선과 차기 대선과 맞물려 한층 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흔들리고 있는 문 대표 체제와 새정치연합의 내부를 들여다봤다.

친노 정청래 파문 文에 악재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모인 구 민주당 의원들 모임인 '민주헌정포럼' 오찬에서 정대철 전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선 친노그룹에 대한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4ㆍ29 재보궐선거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간 갈등은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과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 파문으로 새정치연합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 친노-비노 간 대립이 접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졌고,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 8일 새정치연합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 최고위원이 문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최고위원에서 사퇴한 것은 친노-비노 간 대립 양상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날 주 최고위원은 정 최고위원이 "사퇴할 것처럼 하면서 사퇴하지 않는 것은 공갈"이라고 한 발언에 "공개석상에서 이런 말은 치욕적"이라며 "저는 지금까지 공갈치지 않았다. 저는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 사퇴해야 한다"며 회의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문 대표는 내분 수습을 위해 정 최고위원에게'최고위원직 직무 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비노 진영의 반응은 싸늘하다. 심지어 문 대표가 4ㆍ29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정 최고위원 문제로 국한하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비노계 성향의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전순옥 의원은 "출당도 못하면 우리 당은 봉숭아 학당으로 남는 것"이라 말했다. 주 최고위원 측은 "정 최고위원을 징계 하라고 사퇴한 게 아니다.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답을 문재인 대표가 내 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호남 대표성을 띤 박지원 의원도 "문재인 대표가 '혁신 하겠다'고 한 지 2주가 됐는데도 아무 것도 없다"며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12일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당 인재영입위원장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호남 중진인 김동철 의원은 12일 정 최고위원의 출당을 당 지도부에 공식 요청하면서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최고조로 치닫는 분위기다.

문재인 당 화합 시도 외면당해

문 대표도 당내 갈등이 계속되자 비노 진영에 손을 내밀며 수습에 나섰다. 지난 13일 문 대표는 당내 화합을 위해 비노진영 의원들과 오찬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별 소득 없이 쓴소리만 듣고 헤어져야 했다.

이날 회동에는 김영환, 변재일, 유성엽, 정성호, 최원식, 전순옥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최근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박주선, 조경태 의원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직접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신 '사퇴 촉구 목소리가 많다'는 여론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재일 의원은 "지금의 문 대표 및 최고위원 등 지도부로는 당원들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면서 "대표가 사퇴까지 포함해 이번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엽 의원은 "문 대표가 지금이라도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재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한다.

특히 이날 오전 문 대표가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해 사실상 '직무정지' 조치를 내린 것에는 처분이 너무 가벼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의원은 "참석자들 대부분 출당조치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놨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노진영에서 거론되는 '친노패권주의'와 관련, 문 대표는 "특권정치·패권정치라는 것은 없다"며 반박했고, '비선 논란'이 언급되자 "의사 결정은 당내 전략단위의 공적인 논의를 다 거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 대표가 당 쇄신을 위해 내놓은 카드도 외면당했다. 문 대표는 최근 핵심 당직자들과 당 쇄신 방안을 논의하며 내년 총선과 관련해 안 전 공동대표 측과의 협력 방안을 검토했고, 11일 안 전 대표에게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당 인재영입위원장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안 전 대표는 13일 이와 관련 "지금은 빠른 시간 내에 당내 혼란을 수습하는 게 최우선으로, 구체적 실행계획을 갖고 하나씩 실행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文 ,비노에 작심 비판…갈등 심화

새정치민주연합 원로들까지 나서 친노 중심의 당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상황에서 문 대표가 "기득권 세력" "역패권주의"운운하며 비노를 정면 겨냥하면서 당내 내홍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비노 성향 원로들은 14일 4ㆍ29 재보선 패배를 둘러싼 내홍과 관련, 문 대표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가동을 촉구했다. 또 문 대표가 내홍 수습책의 일환으로 전날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해 '직무정지 카드'를 내놓은 데 대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이 못된다고 비판했다.

정대철ㆍ김상현 상임고문과 이훈평ㆍ이철ㆍ정한용ㆍ천용택ㆍ최종원ㆍ홍기훈 전 의원 등 '민주헌정포럼' 소속 회원 30여명은 이날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동은 비노진영 인사가 주축이 된 만큼 문 대표와 '친노그룹'에 대한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같은 날 오후 문 대표는 '당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형태로 당 내홍 상황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려다 보류했다. 이날 문 대표는 친노 패권주의 청산 요구의 본질이 결국 내년 공천권을 받아내기 위한 '문재인 흔들기'라는 것을 공개하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다음날인 15일 당 혁신 방향과 관련, "기득권에 안주해서는 우리 당의 희망도 미래도 없다"며 "국민을 위하고 국민이 바라는 모습으로 나아갈 것으로 다짐한다. 그 길에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표가 이날 기득권에 안주한다는 표현을 쓰면서 특정 세력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사실상 비노진영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노진영에서 문 대표를 향해 사퇴를 촉구하거나 공천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구태 정치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비노 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끝까지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발끈하고 있다. 특히 전날에 이어 이날 공식 회의에서도 기득권과 정치 개혁을 언급한 점은 비노 요구에 대해 사실상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문 대표를 위시한 친노와 비노진영의 한판 대격돌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천정배ㆍ손학규 변수도 관건

4ㆍ29 재보선 참패 이후 문 대표의 리더십이 추락한 가운데 호남 한복판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과 최근 정치 재개 가능성이 점쳐지는 손학규 전 대표의 행보도 새정치연합의 내홍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천 의원이 당 밖에서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손 전 대표가 당 안팎에서 구심력을 발휘한다면 당 내홍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천 의원은 4ㆍ29 재보선 광주 서을에서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면서 호남민심의 실상을 보여줬다. 이에 기반해 천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한'전국적 개혁정당'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내년 4월 총선에는 '뉴DJ' 구상을 바탕으로 광주 8곳, 나아가 호남 30곳에 독자 후보를 내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런 천 의원의 구상에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4ㆍ29 재보선에 나타난 호남 민심이 새정치연합에 계속 등을 돌린다면 천 의원이 호남에서 세력화를 도모할 수 있고 문 대표 체제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천 의원이 예상보다 추진력을 얻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호남 정가를 중심으로 천 의원 신당에 기대가 모아졌지만, 호남의 기대가 천 의원 개인에 국한돼 세력화까지는 이어지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손학규 전 대표는 새정치연합이 내홍에 휩싸이면서 최근 부쩍 주목받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지난해 7ㆍ30 수원 팔달 보궐선거 패배 직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 토굴에 칩거하며 현실정치와 거리를 둬왔다.

그러나 최근 새정치연합이 4ㆍ29 재보선 참패로 인해 당 내분이 격화되자 당 안팎에서 손 전 대표의 구원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노 일부에서는 문 대표에 필적할 만한 인물로 손 전 대표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손 전 대표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손 전 대표는 최근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한 빌라를 전세로 얻었다. 2011년 4ㆍ27 분당을 보궐선거 출마 당시 마련했던 분당의 아파트 전세계약이 만료됐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손 전 대표가 구기동에 거처를 마련한 것을 두고 정치재개를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한다. 손 전 대표가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명분을 대며 정계복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체제로는 선거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손학규 대안론'이 부상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손 전 대표는 단숨에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하게 된다. 손 전 대표가 문 대표 체제에 가장 위협이 되는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