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무성 독주… 野, 문재인 불안한 1위… 잠룡들 대선행보 승부수 띄워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을 찾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보수-진보 넘나들며 영역 확대… 미국 방문 계획도
문재인, '혁신' 통해 대세론 회복 나서… 박원순, 대선 광폭 행보
안철수, 차별화·세력화… 김문수·오세훈, 총선 통해 재기 노려

4ㆍ29 재보선 이후 정치권은 때이른 '대망론'으로 들썩였다. 여야 잠룡들이 차기 대선을 2년여나 앞둔 시점에 경쟁적으로 대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여권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4ㆍ29 재보선 압승에 기반해 차기 주자다운 보폭을 넓히고 있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재기를 통해 차기 대선에 다가가려 한다.

야권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고공행진이 4ㆍ29 재보선 이후 제동이 걸리면서 차순위 잠룡들의 도전이 거세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은 차기 대선용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차별화ㆍ세력화를 통해 대권 의지를 다지고 있다. 손학규 정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최근 여론의 지지를 받으면서 차기 주자로 부상하고 있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꾸준하게 이름을 올리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차기 대선의 최대 잠재적 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주목 대상이다. 대선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반 총장은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해 개성공단 방문을 시도하는 등 잠룡으로 의심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왼쪽)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성장을 위한 남북경제협력' 좌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껏 달아올랐던 잠룡들의'대망론'은 최근 '메르스 정국'에 묻혀 주춤하지만 신중 모드 속에 저마다'존재감'을 알리는 행보는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누가 뛰나

2017년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잠룡은 여야 줄잡아 20명 가까이 된다. 이 가운데 대선후보로 꾸준하게 이름값을 하는 인사가 유력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여권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야권에서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각각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추격하는 잠룡이 여럿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지난달 26~29일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김무성 대표가 전주 대비 2.0%포인트 상승한 24.2%를 기록, 자신의 최고 지지율을 3주 만에 다시 경신했다. 4주 연속 1위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표는 1.2%포인트 하락한 18.3%로 6주 연속 하락하며 2위에 머물렀다.

'광화문 세월호 천막' 수사와 관련한 발언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1.2%포인트 하락한 13.4%로 3위를 유지했다. 지난주 5위로 내려앉았던 안철수 전 대표는 1.4%포인트 상승한 7.7%로 한 주 만에 4위를 회복했다. 이어 김문수 전 경기지사 6.8%, 안희정 충남지사 4.4%,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4.1%로 공동 7위, 남경필 경기지사 3.7%순이었다.

<데일리한국>이 창간 1주년 기념으로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5~16일 이틀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16.0%를 얻어 1위에 올랐다. 2위는 14.2%를 얻는 문재인 대표가, 3위는 11.5%를 기록한 박원순 시장이 각각 차지했다. 이어 안철수 전 공동대표(8.5%),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6.1%), 김문수 전 경기지사(5.6%), 안희정 충남지사(3.0%), 원희룡 제주지사(2.0%), 홍준표 경남지사(1.6%), 남경필 경기지사(1.5%) 순이었다.

차기 대선주자와 관련, 여권에서는 김무성 대표,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전 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표, 박원순 서을시장, 안철수 전 대표가 1∼3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가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밖에 홍준표 경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천정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 총장은 앞서 데일리한국-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서 36%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1위에 올랐다. 반 총장에 이어 김무성 대표가 11.2%로 2위를 차지했고, 문재인 대표는 10.3%로 3위를 기록했다. 4위는 박원순 서울시장(7.8%), 5위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4.3%), 6위는 안철수 전 대표(3.7%)가 차지했다. 그 뒤로는 안희정 충남지사(2.3%), 정몽준 전 대표(2.2%), 남경필 경기지사(1.4%), 원희룡 제주지사(1.3%) 순이었다.

반 총장은 모든 연령대와 지역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런 흐름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어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 뛰어든다면 대선구도는 크게 요동칠 것이 예상된다.

與, 김무성 독주에 차순위 주자 힘겨운 추격

여권 잠룡 중에는 김무성 대표의 독주가 돋보인다. 김 대표는 4ㆍ29 재보선 완승 이후 여야를 불문하고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차기 대선을 겨냥한 김 대표의 행보는 그야말로 광폭적이다. 김 대표는 15일부터 20일까지 지난달 재보궐선거가 이뤄진 지역 4곳을 찾았다. 감사를 표하는 순회 일정이라지만 차기 대선용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었다.

김 대표는 5월 17, 18일 적지인 전남 광주에선 5·18민주화운동 전야제와 기념식을 찾아'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이어 23일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를 맞아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했다. 김 대표는 26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근대화 정신을 이어받아서 국가 개조에 헌신을 하겠다"고 썼다.

이처럼 영호남을 비롯해 전국을 돌고,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을 과감하게 오가는 광폭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대권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는 말이 무성하다.

김 대표는 최근 미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방미시 수도 워싱턴을 시작으로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등 미국 주요 도시를 방문해 미국 정부의 주요 인사를 만나고 외교. 경제 협력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뉴욕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회동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김 대표의 방미가 성사될 경우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이다.

김 대표의 독주에 다름 잠룡들의 차기 대선행보는 미미해 보인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내년 총선을 통해 일단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정몽준 전 대표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 출마가 변수다.

김 전 지사는 대구 수성갑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달 25일 석가탄신일에 경주 불국사와 대구 지역 사찰을 방문했으며, 29일에는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의 사무실을 찾았다. 김 전 지사가 내년 총선에서 재기하면 여권의 기반인 TK(대구.경북)를 대표하는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할 수도 있다. 더욱이 이곳에 출마할 경우 김부겸 전 새정치연합 의원과의 빅매치가 성사돼 총선 때부터 전국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종로구나 비례대표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며 총선 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종로구는 정치적 상징성 만큼 변수가 많아 오 전 시장 출마가 유동적이다. 오 전 시장이 종로 출마가 불발될 경우 현재 그가 거주하고 있는 광진 출마나, 서울 노원 병에서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와의 빅매치설이 오르내린다.

정몽준 전 대표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 출마 여부에 따라 차기 대선과 내년 총선 스케줄이 달라진다. 정 전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FIFA 회장과 대선 출마를 동 시에 도전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FIFA 회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경우 다른 출마자를 지원하고 차기 대선 준비에 나설 수도 있다.

정 전 대표가 총선에 나선다면 정치적 비중과 차기 대선을 고려해 서울 전체를 상징하는 종로나 중구 출마가 점쳐진다.

이밖에 홍준표 경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도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으나 홍 지사는 '성완종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사실상 대선주자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원 지사는 차기보다 차차기 대선후보로 더 많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野, 문재인 등락에 차순위 위협적

야권에서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4ㆍ29 재보선 참패와 당내 갈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전 대표의 추격 범위안에 있다.

문 대표는 '혁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고 차기 주자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려고 한다. 최근 '희망스크럼(대권주자 협의체)'결성이나 '혁신위원회' 출범은 그러한 행보의 일환이다. 그러나 당내 분위기가 계파에 따라 갈리고 문 대표의 복안도 출발부터 삐걱이는 상황이다. '희망스크럼'구성에 안철 수 전 대표 등 비노(비노무현)계가 불참하고, 혁신위원회의 활동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문 대표가 '문재인 대세론'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다.

야권 대선주자 중 지지도 2위를 달리고 있는 박원순 시장은 차기 대선에 가장 적극적이다. 박 시장은 문 대표가 추진하는 '희망스크럼'에 대선 주자 중 거의 유일하게 참여해 문 대표와 연대를 꾀했다. 또한 당의 친노(친노무현), 비노 가리지 않고 교류하며 최약한 당내 입지도 강화하고 있다.

박 시장의 차기 대선 행보는 외부 활동에서 두드러진다. 박 시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경찰이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유가족 천막지원과 관련, 사실상 박 시장을 대신해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소환 조사하자 "잡아가려면 나를 잡아가라"라며 "임 부시장을 구속할 수 있으면 하라. 그러면 그는 다음 총선에서 틀림없이 당선된다. 나도 자동으로 (당선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유족의 아픔과 한을 생각하면 그것(천막) 좀 허가해 주는 게 뭐가 그렇게 그런가. 유족들 다 쫓아내는 게 좋은가"라면서 "민주사회가 좋은 게, 서울이 좋은 게 이런 무한자유를 누리는 거지 않나"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서울시정 책임자의 발언이라기보다 사실상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는 야권 지도자로서의 견해를 가감없이 표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시장이 올해 들어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 이른바 '7017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미국 뉴욕 하이라인파크와 같이 만들겠다는 7017 프로젝트는 오는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 대선이 있는 해다. 그래서 7017 프로젝트가 차기 대선과 관련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대선 도전의사를 밝혀 화제가 됐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일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민주광장에서 열린 TBS라디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 특집 현장방송에서 2017년 대선 출마 의향에 대한 질문을 받고 "판단은 국민들 몫"이라며 즉답을 피하다 질문이 거듭되자 "그럼요"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 하나씩 뚜벅뚜벅 실제로 결과를 만들어가며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소장 정연호) 창립 2주년 행사를 5일 열기로 했다가 메르스로 인해 무기한 연기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안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만큼 안 전 대표가 차기 대선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표적 친노 인사로 차기 대선 출마 여부는 문재인 대표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표가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순항할 경우 안 지사의 대권 도전은 다음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문 대표가 낙마한다면 안 지사가 친노를 대표해 차기 대선에 나설 수도 있다. 안 지사는 도정에 충실하겠다고 했지만 당 행사나 친노 모임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면서 차기 주자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반기문, 손학규의 행보는

반기문 총장의 출마 여부는 차기 대선의 최대 변수이다. 반 총장은 대선 출마에 함구하고있고, 전문가들도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견해가 갈린다.

그러나 반 총장이 지난 5월 한국 체류 중 북한 개성 방문을 시도한 것 등에 비춰 여건이 조성되면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개성 방문이 무산된 뒤 "기회가 되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반 총장의 북한 방문 가능성을 높게 본다. 방북이 성사될 경우 반 총장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반 총장의 지인들 중엔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 관심이 있으며 '권력 의지'도 상당해 출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모습 자체가 국민에게 '지도자'의 모습을 각인시켜 차기 대선에 유리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지 자자하다.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도 차기 대선의 변수다. 손 전 고문은 내년 총선이나 차기 대선 출마에 말을 아끼고 있으나 최근 수도권 상경이 잦고, 정치인들과의 만남이 늘어나면서 이미 정치권에 발을 들여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 전 고문은 최근 지인의 상갓집에 들러 "정치욕심이 곰팡이처럼 피어오르지만 산 생활로 닦아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서는 손 전 고문의 정치 복귀가 임박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손 전 고문은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뿌리인 호남에서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로 나와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손 전 고문은 아직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심정적으론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게 다수 지인들의 견해이다.

특히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당이 친노ㆍ비노 간 대립으로 분열 양상을 보이면서 손 전 고문의 복귀와 대선 행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