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황교안-사정기관 국가개혁 박차…첫 타깃은 '사자방' 비리

박근혜 대통령(왼쪽)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신임 법무장관, 검찰 핵심라인 대거 교체 예정에 친이계 촉각 내막
'골든타임'에 국가개혁 실현… 정ㆍ관ㆍ재계 총체적 비리 손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경질이 사정정국 신호탄 될 것"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로 임명되면서 청와대의 다음 행보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총리 임명 동의안이 지난 18일 국회를 통과함에 그동안 표류해오던 국정운영 플랜을 다시 재가동할 계획이다. '성완종 리스트'와 메르스 확산 사태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청와대는 일단 한숨 돌린 후 곧바로 총리 주도의 정국돌파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이완구 전 총리가 지난 4월 27일 '성완종 리스트'파문과 메르스 사태로 크게 상처 입은 청와대는 민심회복을 위해 우선 신임 총리를 선두로 메르스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 전 총리 낙마 이후 52일 만에 신임 총리를 임명한 박 대통령은 신임 총리가 인준을 무사히 통과하자 가장 먼저 메르스 종식을 위해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전 부처의 역량을 총동원해 메르스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 전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총리가 컨트롤타워가 돼 사태 수습의 전면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메르스 사태 종식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거의 매일 부처 수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제의 해결이 절박하기까지 한 상황이라는 게 청와대 소식통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이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일단 청와대는 선결과제를 처리한 후 다음 수순을 밟겠다는 계산이다. 청와대는 이르면 이달 말 정도에는 중대 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고 7월 국정운영 플랜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법무장관 인선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이달 말경 검찰 조직 개편을 부분적으로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직개편 이후 성완종 리스트와 메르스 사태로 잠시 주춤했던 사정정국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하다.

검찰의 이명박 정부 비리 의혹 수사를 놓고 수면위로 떠올랐던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다시 시작될 조짐도 비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와 메르스로 사정정국에 재동이 걸리면서 갈등도 가라앉는 듯했으나 황 총리 주도의 사정정국이 예상되면서 친이-친박계 간의 갈등도 재점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청와대-황 총리-검찰 어디로

박 대통령이 황 총리에게 메르스 종식을 당부하면서 "총리가 사회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의 사령탑이 돼야 한다"며 "사회개혁과 4대 개혁은 지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적 과제인 만큼 중단 없는 개혁을 당부한다"고 말해 향후 정국을 예고했다.

이에 황 총리 주도의 사정기관 인사 개편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황 총리의 후임으로 신임 법무장관이 임명되면 검찰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 수사를 본격화할 것을 집중 검토하고 있는 검찰은 최근 숨고르기 차원에서 일반직 수사인력 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 일반직 인사는 지난 15일 전격 단행됐다. 예년과 달리 대규모 인사라는 말이 들린다. 최근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청주지검 등 검찰 수사관 등 일반직 인사가 지난 15일자로 이뤄졌다. 특히 청주지검은 계장급 등을 포함해 20여 명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와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는 "새 법무장관 인선과 향후 수사에 대비해 검찰이 조직을 새로 구성하는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검찰은 일단 향후 수사에 필요한 수사인력을 재배치한 뒤 지휘부에 대한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황 총리 체제 출범과 더불어 후임 법무부 장관도 지명 수순에 들어간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정라인 정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 역력하다.

청와대는 그동안 자체 검증을 거쳐 4명 안팎의 후보자를 박 대통령에게 올렸으며, 박 대통령은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 절차 때문에 황 총리의 인준을 기다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황 총리 임명장을 수여한 뒤 법무장관 인사를 최대한 서둘러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 역시 법무장관 인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되는 것은 김진태 검찰총장(14기)보다 기수가 낮은 15∼16기에서 법무장관 인선이 이뤄지는 '기수역전' 인사의 가능성이다. 이 경우 올해 12월까지가 임기인 김 총장 거취가 어떻게 정리될지도 주목된다.

황 총리와 관련, 총리 임명과 동시에 정ㆍ관ㆍ재계 전방위로 사정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친이계를 정면으로 겨냥할 것"이라고 우려 섞인 소문이 돌고 있다.

최근 친이-친박계 간의 미묘한 신경전을 놓고 "청와대가 전 정권 비리 의혹 사정을 다시 준비하면서 친이계 내부에 반발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친이계를 겨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정부패척결 작업과정에서 드러난 내용 중 일부가 전 정권 비리 의혹과 연결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조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박 대통령은 정·경 유착에서 비롯된 비리를 척결하지 않으면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라며 "정치적인 이해를 떠나 성역없는 수사를 해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한다는 게 변함없는 대통령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정면돌파로 승부

박 대통령은 황 총리가 청문회를 통과한 직후부터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시장 구조개편, 공공기관 개혁 등 표류해오던 국가개혁 작업 준비를 곧바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총리는 정치개혁, 부정부패 척결 등을 총괄하고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연금개혁과 노동시장 개편을 담당하고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교육 및 사회 개혁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국가개혁 작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과의 대화와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신임 정무수석은 중진의 국회의원 출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인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소식통에 따르면 6~8월이 국가개혁의 성패를 결정하는 '골든타임'으로, 이완구 전 총리의 사퇴로 국가개혁 작업에 다소 차질이 빚어진 만큼 노동시장ㆍ공공기관 등 개혁 작업에 가속도를 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메르스가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청와대는 관련 사태가 어느정 도 잦아든 시점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교체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청와대는 문 장관 경질이 국가개혁 재점화 시기로 잡고 있다"며 "일부에서 국가개혁 작업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성역없는 정화작업을 한다는 게 청와대의 방침이다. 따라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개혁의 첫 번째 타깃은 정ㆍ관ㆍ재계의 비리가 총체적으로 뒤엉켜 있는 자원외교 비리와 방산비리 의혹이다. 이에 청와대는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자원외교 수사를 완주하겠다는 각오다. 일각에서는 경남기업 등 전 정권 비리와 관련된 기업수사를 정치권 등 전방위로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공부문 개혁과 관련해 이달 말까지 세부 실천과제를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임기 반환점을 돌게 되는 8월까지는 연금개혁과 4대 부문 혁신, 정치개혁, 부정부패 척결 등 핵심 국정과제에 대해 실질적인 성과를 국민들에게 내보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일단 이달 중 메르스 확산 저지에 성공할 경우 다음달 중순까지는 '황교안 내각'을 구축하기로 하고 7~8월 부분 개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각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친박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경제활성화ㆍ정치개혁 등 핵심 과제들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개각은 청와대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따라서 개각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뒤로 접어 둔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청와대와 함께 검찰도 사정을 전방위로 확대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포스코, 경남기업 등에 이어 추가 기업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방위 사정 준비 끝

검찰 주변에서는 "현재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 사건들을 살펴보면 사건의 정치권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은 현재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 비리에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이 연루된 정황을 발견하고 수사 중이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의 영국 개발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김 전 처장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013년 추진한 차기 호위함 등 해군 함정에 탑재될 해상작전헬기 선정 사업을 추진했는데, 당초 유력했던 미국의 '시호크' 대신 영국 기종인 '와일드캣'이 선정되면서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보훈처장을 지낸 김 전 청장이 금품을 받고 막판에 기종이 와일드캣으로 바뀌도록 군 고위 인사 등을 대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와일드캣의 시험평가결과서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박모 해군 소장을 구속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 정치권 인사 K씨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K씨는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여러 국책사업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적지 않아 그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 될 경우 정치권의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또 패션기업 신원그룹의 박성철(75)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국세청이 고발한 박 회장의 탈세 관련 자료에 대한 분석 작업을 마치고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지난 16일 밝혔다.

이에 앞서 국세청은 신원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서 박 회장의 탈세 혐의를 적발, 박 회장 아내와 회사 관계자 등에게 190억원 상당의 세금을 추징하고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 회장은 1999년 신원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갈 당시 지분을 포기했으나 2003년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가족과 지인 등의 명의로 주식을 보유해 증여세 등 수십억원을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워크아웃을 졸업할 당시 부인 명의의 광고대행사를 통해 그룹 지주회사격인 ㈜신원의 주식을 사들인 박 회장은 이후 사실상 경영권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해외도박 사실이 있는 기업인들을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어서 사건이 재계 전반에 확대될 전망이다. 예컨대 폭력조직의 원정도박 알선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기업인들의 연루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원정도박자들을 마카오 도박장으로 안내하고 수수료를 받아 챙긴 혐의로 폭력조직 '학동파' 부두목 이모씨(53)와 행동대장 정모씨(37)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해외에서 거액의 원정도박을 벌인 기업인들을 향해 수사에 착수했다. 원정도박에 가담한 기업인들은 마카오 외에도 필리핀, 캄보디아 등에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조사 대상 가운데는 여러 명의 기업인들 포함돼 있으며 이들 중에는 알 만한 기업인들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계가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황교안 법무장관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 총리 인선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후속 개각에 관심이 집중된다.

총리 교체 때마다 소폭 이상의 개각이 단행됐던 이전 경우와는 달리, 이번엔 황 총리 지명으로 공석이 된 법무장관 자리를 메우는 선이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공석이 된 법무장관 후임 인사는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총리 인선결과 발표 직후 "법무장관은 언제 발표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후임 인선은 필요한 법적·정치적 절차를 거쳐 진행될 걸로 생각한다"면서 "굳이 늦추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개각은 박 대통령이 향후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후 중폭 개각 정도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내각에 입성한 장관의 경우 집권 3년차를 맞아 '국정 피로도'가 높은 데다, 보통 국회 청문절차 종료 시 소폭이상의 개각을 단행하는 선례가 많았다는 이유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최근 외교부, 산업부 등 일부 부처 장관 후보군에 대해 인사검증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