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본래 속성 자연과 조화 빛나

이우환, 'Relatum - Silence in Seoul', 2008, 철판, 돌
사물이 지닌 본래의 속성과 사물과 자연의 조화를 중시하며 정신성을 강조하는 한국적 미의식이 잘 드러난 작품들이 모처럼 관객을 맞는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6월 23일부터 9월 29일까지 열리는 소장품특별전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물질성 사물의 소리를 듣다'전이다.

이번 전시명에서 '사물'이란 자연 및 인공물을 포함한 물질에 대한 총칭이며 '소리를 듣다'는 표현은 사물 고유의 존재성이 부각될 수 있도록 작가의 의도가 최소한으로 개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대 이후 우리 미술에서는 표현 행위가 억제되고 가능한 한 자연 상태 그대로를 제시하거나 또는 최소한의 형태를 보여주는 등 보다 직관적인 작품들이 제시됐다. 또한 자연의 무한함 속에 인간 존재를 자각하고 의도된 행위의 흔적을 남김으로써 사물의 물질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작품들이 다수 등장했다.

이번 전시는 사물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속성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드러내는 데 주목해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에서 사물이 생성되는 시간성과 자연의 순리ㆍ순환을 내포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작가 28인의 조각, 회화, 영상, 드로잉 등 159여점의 작품이 출품된 전시는 크게 네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원경환, '지표로부터', 1988/2015, 점토, 철사, 현장설치
'사물을 통해 세계를 만나다'에서는 사물의 표면에 균열을 내어 긴장된 화면을 구현, 물질성을 드러낸 곽인식의 작품과 가공되지 않은 사물을 통해 세계와 인간의 만남, 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추구한 이우환의 작품이 선보인다.

'사물과 마주하다'에는 돌, 나무, 천, 철 등의 사물에 심문섭, 박석원, 이승택 작가의 의도된 행위가 흔적으로 남아 물질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데 이는 '스스로 그러함(自然)'을 마주하고 있는 인간 존재의 행위성을 통해 물질성 그 이상의 의미로 확대된다.

'사물을 이미지화하다'는 물질과 이미지의 관계를 제시하거나 물질성과 조형성을 함께 모색한 작품들로 사물이 지닌 물질성을 상기시킨다. 김용익의 '평면오브제', 박석원의 '적 8311'등이 대표적이다.

'흙의 음성, 비의 소리를 듣다'에는 1990년대 이후 자연의 순리, 순환과 관련한 시간성 또는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 작품들이 소개된다. 원경환의 '지표로부터', 이수홍의 '안과 밖- 그 사이'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전시 인쇄물, 작가 노트, 참여 작가들과 평론가의 인터뷰 영상, 일본의 <미술수첩>, 국내 잡지인<공간>지 등을 통해 1970년대 시대적 배경과 해외미술과의 영향관계, 미술계 상황, 작가들의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물질성에 대한 관심 등을 살펴볼 수 있어 전시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에 도움을 준다. 02-2188-6000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