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반음식' 짬뽕 기세 짜장면 위협한국인의 '국과 밥'조합 짬뽕과 어울려다양한 식재료와 요리법 가능한 '열린 음식'후발주자 짬뽕 '추억 속 짜장면'넘어설 듯'황해원' '진흥반점' '대흥각' '덕취원'독특

김제 '대흥각'
‘탕반음식’ 짬뽕 기세 짜장면 위협

한국인의 ‘국과 밥’조합 짬뽕과 어울려

다양한 식재료와 요리법 가능한 ‘열린 음식’

후발주자 짬뽕 ‘추억 속 짜장면’넘어설 듯

‘황해원’ ‘진흥반점’ ‘대흥각’ ‘덕취원’독특

보령 '황해원'
한때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5대 짬뽕’이라는 표현이 유행한 적이 있다. 전국 몇몇 짬뽕 집을 거론하면서, 그중 ‘최고의 집 5곳’이라고 손꼽은 것이다. 근거는 없는 ‘주장’이었다. 뚜렷한 기준도 없었고 어느 네티즌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관능적인 평가에 불과했다.

짬뽕의 경우, 어느 집이 낫다고 말하기 참 곤란한 음식이다. 중국에서 시작했으나 한국에서 심하게 변형되었다. 좋든 나쁘든 한국식 짬뽕이 나왔다. 중국의 짬뽕 원형이라고 알려진 ‘초마면’과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되었다.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그 이전에 초마면이나 중화우동 혹은 짬뽕이라는 이름으로 있었다 해도 전국적으로 유행한 것은 1970년대 무렵부터다. 불과 40년 정도의 역사다. 아직 끝없이 진화하고 있는 음식이다. 당연히 ‘5대 짬뽕’이라는 표현은 흐지부지되었지만 반향은 컸다. 시골 한적한 곳의 짬뽕이 널리 알려지고, 외지인들은 줄을 서고, 현지사람들은 “왜 저러지?”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중에는 서울로 진출 체인 사업을 시작한 업체도 있다. 현지의 브랜드를 무단 사용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어쨌든 ‘대한민국 5대 짬뽕’은 그렇게 흐지부지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짜장면이 짬뽕보다 우세했다. 나이가 든 세대들은 누구나 짜장면을 먹었던 ‘추억’이 있다. 졸업식 날, 부모님과 같이 중화요리 집에 가서 짜장면, 탕수육을 먹었다. 그 짜장면들은 추억 속에 남아 있다.

세상에 추억 속에 남은 음식을 이길 음식은 없다. 졸업하던 날의 아름다웠던 기억들, 오래간만에 가졌던 부모님들과의 다정한 가족 회식, 중식당 특유의 낡은 의자와 탁자들 그리고 우중충한 나무계단, 졸업과 더불어 겪었던 만남과 헤어짐까지. 짜장면을 전 국민이 추억의 음식으로 기억하고 누구나 ‘나만의 최고 짜장면’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짬뽕과 짜장면을 섞은 ‘짬짜면’은 우리 국민들이 중식당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두고 헛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선택은 서서히 짬뽕으로 기울고 있다. 짬뽕전문점들은 비교적 성업인데 짜장면 전문점은 드물다. 1970∼80년대 유행하기 시작한 짬뽕은 이제 서서히 우리나라 중식당을 평정하고 있다. 아직 ‘추억 속의 짜장면’을 못 잊는 사람들도 있지만 후발주자 짬뽕의 기세가 거세다.

대구 '진흥반점'
짜장면과 달리 짬뽕은 국물이 있는 음식이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탕반(湯飯)음식이다. 탕반음식이 국과 밥이라면 짬뽕은 밥 대신 오히려 누구나 좋아하는 면이 들어 있을 뿐이다. 우리는 국물이 있어야 밥을 먹는다. 국이 없는 밥은 맨밥이다. 맨밥은 목이 멘다. 밥을 먹다가 목이 메는 것은 참을 수 없다. 무슨 국이든 국물이 있어야 밥을 먹는 이유다. 짜장면과 달리 짬뽕은 국물이 있는 탕반음식이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짬뽕을 택할 때 내뱉는 말이 있다. “얼큰한 짬뽕 국물로 해장하고 싶다” 짬뽕은 어느새 한국인의 해장국 메뉴가 되었다.

한국형 짬뽕은 맵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인들은 짬뽕을 매운 맛으로 만들었다. 짜장면 위에 고춧가루를 뿌리지만 짬뽕의 얼큰한 맛에 비하면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짜장면 위의 고춧가루는 짬뽕의 얼큰한 매운 맛을 따르지 못한다.

짬뽕은 짜장면에 비하여 열려 있는 음식이다. 짜장면이 면과 변형된 첨면장인 춘장이 결합한 것이라면 짬뽕은 면과 국물 그리고 고명의 결합이다. 문제는 고명이다. 돼지고기, 꽃게, 새우, 오징어, 문어, 낙지, 홍합, 각종 어패류, 미더덕 등의 해산물과 배추, 양배추, 당근, 양파, 감자, 붉은 고추, 푸른 고추 등 여러 채소들이 등장한다. 어떤 해산물, 채소를 사용할는지는 주방의 선택이다. 얼큰한 정도의 매운 맛과 혀가 얼얼하고 입의 감각을 잃을 정도의 매운 맛도 있다.

다양한 식재료와 요리법의 다양함은 짬뽕의 영역을 넓혔다. 중국 초마면에서 시작된 짬뽕은 이제 한국형 탕반음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충남 보령의 ‘황해원’은 나이든 노부부가 운영하는 시골의 작은 중식당이다. 짬뽕이 특이하다. 이른바 웍(WOK)질을 통해 불 맛을 얼마나 내는지를 맛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이 식당은 아예 그 부분은 포기했다. 마치 한국인의 국물처럼 큰 들통에 국 재료 넣고 끓인다. 면 위에 이 국물을 얹어서 내놓는다. 중국식 초마면과는 거리가 멀지만 완전히 한반도의 음식으로 변형된 경우다.

동해시 '덕취원'
대구의 ‘진흥반점’은 더 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배추나 양배추 대신 김치 수준의 배추가 올라가 있다. 먹으면 얼큰하고 “국물에 면을 말아서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중독성도 있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늘 줄을 선다.

전북 김제의 ‘대흥각’도 재미있다. 돼지고기가 고명의 주류를 이룬다. 양파, 애호박 채 썬 것, 풋고추, 석이버섯 등이 보인다. 국물은 붉고 얼큰하다. 그리 과하게 맵지 않다. 늘, “밥 말아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원도 동해시의 ‘덕취원’은 게살삭스핀으로 유명한 집이다. 푸짐한 양의 삭스핀이 압도적이다. 짬뽕도 메뉴판에 있지만 ‘덕취원’의 ‘삭스핀+국수’도 재미있다. 삭스핀을 덜어서 국수 위에 올리면 ‘나만의 짬뽕’이 된다. 삭스핀이 4명 정도가 아니면 다 먹기 힘들 정도로 양이 많다. 면 위에 올려서 마치 짬뽕처럼 먹으면 2∼3명이라도 가능하다. 어차피 짬뽕은 열린 음식이다. 나만의 짬뽕도 시도해볼 만하다.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