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숙청·월권 행위… '팽' 당하나김정은 신임 얻어 권력 남용… 지배층 불만·갈등 고조중국 '돈의 힘' 활용… '북한판 이완용' 비판도과장된 보고 올려 김정은 자극하는 방법으로 정적 숙청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를 맞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맨앞 오른쪽)이 당·정·군 고위 간부와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모습. 참배에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우리의 국정원장에 해당하는 북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의 도를 넘는 월권 행위가 권력층 내부의 파열음을 내고 있다. 김원홍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임을 배경으로 과도한 숙청과 월권행위를 일삼으면서 북한 권력층 내부의 불만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 북한 소식통들 사이에는 김원홍이 권력남용이라는 자충수로 '팽(烹)' 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김원홍이 권력횡포를 부리는 이면에 북한에 진출한 중국 관료와 사업가의 '돈의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판 이완용'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면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도 따른다.

김정은의 '공포정치'를 막후에서 뒷받침하며 최측근 실세로 우뚝 서있는 김원홍의 행보와 향후 거취를 전망해봤다.

김정은 공포정치의 막후 실세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숙청은 공포정치의 극한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김원홍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장
국가정보원은 현영철이 4월 30일경 평양 강건 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수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총살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현영철 숙청의 사유로 ▦김정은에 대한 불만 표출 ▦ 김정은 지시 수차례 불이행 혹은 태만 ▦ 김정은 주재 군 훈련일꾼대회(4.24~25)에서 졸고 있는 모습 등을 꼽았다.

현영철이 고사총으로 총살됐다는 국정원의 보고에 대해 국내외 정통한 북한 소식통들은 "사실과 다르다" "아직 생존해 있다" 등 다른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숙청(불이익) 대상이 된 것은 사실로 전해진다.

국정원은 또한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과 변인선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도 숙청 또는 처벌됐다고 공개했다. 이들은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그를 보좌한 측근 그룹이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 등에 따르면 이들 군 핵심과 김정은 측근 그룹의 처형 배후에 김원홍 보위부장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2013년 12월 북한 최고 실세인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 때도 김 보위부장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측근 그룹과 김원홍의 부상

현재 김정은 체제의 실세그룹은 2013년 장성택 처형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인물들이다. 당시 장성택 처형은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보위부 등 이른바 '공안라인'과 2013년 11월 김정은 위원장과 백두산 삼지연에 동행한 '삼지연 그룹'이 속전속결로 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신뢰를 받고 있는 공안라인의 중심인물은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다.

'삼지연 그룹'에는 삼지연군을 방문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박태성 당 중앙위 부부장, 김병호 선전선동부 부부장, 홍영칠 기계공업부 부부장,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이 포함돼 있다. 같은 날 삼지연 군부대 방문에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영철 정찰총국장,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동행했다.

장성택을 제거해 김정은 체제를 강화한 북한 '공안라인'과 '삼지연그룹'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은 김원홍 보위부장이 유일하다.

장성택 숙청 후 김정은 체제에서 '공안라인'과 '삼지연 그룹'이 신실세그룹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최근까지 변함없이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은 '공안라인'이다. 조연준 제1부부장과 김원홍 보위부장은 김정은의 집권 이후 엘리트의 잦은 교체와 강등에도 불구하고 직책에 전혀 변화가 없다.

반면 '삼지연 그룹' 멤버들은 김정은이 계급을 올렸다 낮췄다 하는 '견장정치'와 조직력이 약해 힘을 잃었다. 그나마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실세'와는 거리가 있고, 최룡해 당 비서와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별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마원춘 설계국장과 한광상 재정경리부장은 최근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정은 친위그룹의 두 축인 당 조직지도부와 국가보위부 간 파워게임에서 보위부가 우위를 점하면서 김원홍 보위부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게 베이징 소식통의 전언이다. 김원홍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인민군 보위사령부(우리의 기무사령부에 해당) 사령관으로 오랫동안 정보업무에 종사했다. 2010년 2월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에 임명된 뒤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군부대 시찰을 수행해왔다. 그리고 2012년 4월부터 국가안전보위부장을 맡고 있다. 이듬해 최고 실세인 장성택을 제거한 후에는 김정은 체제 신실세그룹의 선두에 있다.

중국 '돈의 힘' 김원홍 조종하다

김정은 체제에서 김원홍의 국가보위부가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데는 보위부의 특성과 함께 중국 '돈의 힘'이 적잖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위부는 북한 엘리트에 대한 감시를 수행하는 조직 특성상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북한에 진출한 중국 관료와 사업가들이 돈과 정보로 김원홍을 밀면서 더욱 큰 힘을 가지게 됐다는 게 베이징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북한내 중국인들이 김원홍에 돈을 대주면서 김정은의 신임을 얻도록 하고 있다"면서 "그 대가로 중국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만들거나 인사에도 개입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김원홍 또한 중국인들의 돈과 정보를 토대로 김정은의 신임을 얻고 그릇된 정보를 올려 정적을 제거하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 4월 현영철의 숙청에도 중국 측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은 전해왔다. 현영철이 러시아와 가깝고 군도 대내외 경제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중국에겐 거슬리는 인물이다. 또한 경제를 통해 북한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대북 전략과도 배치된다. 다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원홍이 현영철의 방러 후 행적을 추적해 약점을 잡아냈고, 군의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김정은에게 보고해 결국 현영철이 숙청당했다는 것이다. 소식통 중에는 현영철 숙청의 배후에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하는 주장도 있다. 때문에 북한 권력층 내부와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 김원홍을 '중국 앞잡이' '북한판 이완용'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북한 소식통들이 정작 우려하는 것은 중국이 김원홍 그룹을 이용해 인사에까지 개입, 북한이 중국의 조종을 받는 상황이다. 그런데 북한 일부에선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때문에 북한 권력층 내부에선 김원홍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해왔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