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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의혹 규명' 승부수 띄운 안철수 앞날은?

보안전문가 과시로 존재감 부각 기회 잡아
증거 확보 사실상 어려워 성과 내기 힘들어
이념 대결로 진행되면 성공여부 떠나 부담
[조옥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새로운 정치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가정보원의 불법 민간인 사찰 의혹을 파헤칠 새정치연합 사령관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동안 정치권의 뉴스 중심 지대에서 멀어져 있던 그에게는 존재감을 한껏 부각할 수 있는 무대가 열린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15일 국정원이 스마트폰 카카오톡까지 도·감청이 가능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운용한 정황이 드러나자 한국 최초의 백신을 개발한 ‘보안전문가’ 안 의원에게 국정원 불법카톡사찰의혹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겼다. 안 의원은 이날 “국민 인권과 관련해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면서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생활 침해로, 국민 한 사람이 모두 자신의 PC와 휴대폰이 불법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진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위원장직 수락 이유를 밝혔다.

안 의원이 밝힌 대로 국정원 민간 사찰 논란은 국민적 관심사가 지대한 탓에 벌써부터 그에게 쏟아지는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그렇기에 안 의원은 이 문제를 적극 파헤쳐 성과를 보일 경우 전문가로서의 평가와 함께 ‘야성(野性) 강화’란 이미지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은 없다”며 적극 해명하고 있는데다, 국가안보와 관련한 사안의 민감한 특수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안 의원이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위원장직을 수행하며 국정원의 불법을 밝혀내는 성과를 얻어내면 단숨에 지지율 급상승을 이끌어 낼 수 있지만 내세울만한 소득을 얻지 못한다면 그에게 걸었던 기대만큼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하다. 실제 안 의원이 국정원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야 할 곳에는 온통 험로가 드리워져 있다.

먼저 ‘국민을 상대로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국정원의 해명을 반박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입수하기가 쉽지 않다. 국정원 관계자가 증거를 갖고 나와 양심고백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확증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대로 국정원의 해명이 추호도 거짓이 없는 진실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안 의원은 헛물만 켜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이날 “알려져 있기로는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한) '해킹팀'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원격으로 삭제가 가능하다”며 “그래서 만약 설치가 됐더라도 원격으로 삭제됐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지 않으면 시간이 경과할수록 증거를 찾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정원이 설사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더라도 원격으로 삭제했다면 이를 밝혀낼 방법이 없는 상황을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은 국민 정서상 이념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에 대해 “대북용 해외정보전 차원“이라면서 “지금 북한이 행하는 여러 형태의 도발에 대해 우리 국정원에서 당연히 대비를 해야 한다”고 국정원을 두둔했다. 원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시기가 지난 총선과 대선에 걸쳐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대선·총선에 개입한다고 얼마나 영향이 있겠나”라며 “(국정원이)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단언했다.

안 의원은 이처럼 ‘21세기의 새로운 안보위협으로 떠오른 사이버공간에 대한 대비'라는 여권의 이념 공세에도 부딪힐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는 아무래도 안 의원의 지지층에게도 어떤 식으로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이후 존재감이 약화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 상위권에 올라 있다. 야권 강성 지지층에게는 야성이 부족하다며 외면 받는 게 사실이지만 야권의 중도층, 부동층에서는 여전히 그를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논란은 여야는 물론 사회 각 진영의 이념대결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안 의원이 입을 타격이 적지 않다. 야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정원을 물고 늘어지면 중도와 보수층에게 외면을 받게 되고 반대로 전문성만 앞세워 논리적으로 대응을 하려다가는 야권 지지층에게 비판받을 게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혹시 안 의원도 과거 정치인들이 즐겨 애용했던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갖가지 의혹만 제기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그의 이미지에는 치명적이다. 그에게 이번 위원장직은 ‘양날의 칼’이 아닌 마이너스 요인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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