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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보도] 전직 국정원 고위인사 방산 로비 의혹

역대 정권서 두루 활약한 정황 포착
방산비리 불씨 정치권 옮겨갈 수도
  •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인 김기동 검사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중 정부 국정원 출신 A씨 정권비리로 거액사업 수주
퇴직 시 정권 핵심 방산로비 비리 담긴 문서 다량 반출
A씨"내가 알고 있는 비밀 공개 땐 국가 대혼란 올 것"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그동안의 조사내용을 담은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합수단은 출범 7개월 동안 전직 해군참모총장 2명을 포함해 47명을 구속하고 이들을 포함해 총 63명을 방산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합수단이 육·해·공군 사업 전반에 걸쳐 적발한 비리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했다.

특히 군 최고 지휘관인 참모총장을 비롯해 비리에 연루된 계급장의 별이 무려 25개에 달해 군 전반에 일대 개혁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합수단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히고 향후 추가로 강도 높은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합수단의 조사는 군내 방산 비리에 집중됐으나 정치권 등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외국 방산업체로부터 받은 1,000억원대 중개수수료를 홍콩 등지의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에 숨겨놓은 혐의를 받고 있는 거물급 무기중개상 정의승 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지난 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최근 전직 국정원 직원, 전 정권 핵심관계자 등이 방산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에 따르면 추후 합수단 수사는 김대중, 노무편, 이명박 정권 때 있었던 비리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방산비리의 핵심인사들이 역대 정권에서 두루 활약을 한 정황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또 합수단은 군뿐만 아니라 전 정권 핵심 인사들의 방산비리 연루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계획이어서 경우에 따라 정치권에 방산비리에 의한 메가톤급 무풍(武風)이 불 수도 있다.

정치권 기밀과 무기거래

검찰이 무기중개업계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정의승 전 유비엠텍 대표를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정씨 등 일부 무기중개상들이 전직 국정원 직원 A씨와 연결된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김대중 정부 말기부터 무기중개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현재 방산분야 거물급인사로 자리 잡았다. A씨와 관련해서는 여러 말들이 무성하다. 정치권 등 일부에서는 그가 김대중 정부 때 정권 핵심 비리와 깊게 연관돼 있으며, 이 비리파일을 담보로 방산사업에 뛰어들어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A씨는 과거 국정원 도청 전담팀인 '미림팀'의 실체가 폭로됐을 때 미림팀 업무에도 관여된 인물로 지목된 바 있다. 그런 A씨가 최근 사정기관에 의해 방산비리 연루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는 방산비리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무기중개상들과 불법거래를 한 적도 없고 국방부에 납품된 과정도 아무 이상 없다는 것이다. A씨는 "나와 관련해 일부에서 음해하는 것 같은데, 사업과 관련해 한 치의 불법행위도 없었다"며 "방산사업시장이 혼탁하기 때문에 내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큰일 난다는 일종의 노이로제가 있다. 그래서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했다. 그 근거 자료들도 모두 다 있으니 만약 검찰에서 조사가 들어온다면 명명백백하게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그와 관련된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국정원 고위 인사였던 K씨는 최근 A씨에 대해 불거지는 의혹과 관련 "그가 방산사업을 시작할 때 국정원 내부에서 정권 핵심 아무개가 뒤를 봐주고 있다거나 그의 사업자금이 모 인사에게서 나왔다는 등의 말이 무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K씨는 "당시 국정원에서 그의 사업과 관련해 특정 파트에서 조사한 적이 있는데, 3개월 정도 조사를 진행했을 때 윗선에서 조사 중단 지시가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A씨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정치권의 Y씨는 그의 방산비리 연루 의혹에 대해 여러 면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Y씨는 "A씨는 국정원 내부에서 중요한 핵심부서 최고위급 간부였다. 그런 그가 갑자기 방산사업에 뛰어들겠다고 했을 때 나는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너무 뜻밖의 말을 해서 좀 당황했다. 왜 그가 그 사업을 시작했는지 지금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국정원 소식통들에 따르면 A씨는 김대중 정부 때 정치권과 관련된 비리 파일을 관리했던 이들 중 한명이다. 그가 사업을 시작할 즈음에는 국정원과 정치권에 A씨가 정권에 치명적인 기밀파일을 상당량 외부로 반출했으며, 이 파일의 내용과 존재를 아는 이들은 극소수라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A씨의 사업은 김대중 정부 때 급성장했고 노무현ㆍ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육·해·공군 방산사업 전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헬기 도입사업과 신형 레이더 도입사업 그리고 야간 식별기 공급 사업 등에도 A씨의 회사가 관련 있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정 대표 사업에도 A씨가 일부 연결돼 있다는 말도 들린다.

창과 방패 승부 갈릴까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A씨에 대한 조사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검찰은 정 대표에 대해 1,000억원대 수수료를 해외에 빼돌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주요 범죄혐의 소명 정도와 그에 대한 법률ㆍ사실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현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정 대표는 1993년 율곡비리 때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어 22년 만에 다시 검찰조사를 받게 됐으나 그의 반발이 거세 검찰수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정 대표를 시작으로 차세대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군 수뇌부의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하려던 검찰이 결정적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합수단에 따르면 정 대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독일의 잠수함 건조업체 하데베(HDW)와 엔진제작업체 엠테우(MTU) 등 외국 방산업체로부터 받은 1,000억원대 중개수수료를 홍콩 등지의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에 숨겨놓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정 대표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을 세탁해 국내로 들여온 뒤 차세대 잠수함 사업 등을 주도하는 군 고위층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썼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검찰은 정 대표 수사를 확대하는 시점에 그와 함께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을 거치며 활동해온 A씨에 대한 수사를 병행할 예정이었으나 A씨에 대한 수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당장 A씨보다 정 대표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A씨는 자신과 관련된 소문 중 과거 정권 비리 파일을 빼돌려 은닉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일부에서 정치권 비리 파일을 빼돌려 빅딜을 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하자 A씨는 "그런 파일들을 수집하는 것도 국정원의 업무 중 하나 아니냐. 국정원이 대외업무도 하지만 그런 일도 주업무다"라며 "비리 파일에 대해서는 나만 아는 것이고 나만 알아야 하는 것 아니겠나. 세간의 소문들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내가 기밀을 빼돌려 빅딜을 해 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그건 내가 취급한 정보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내가 비밀문서를 빼돌려 빅딜을 시도했으면 왜 힘들게 이 사업을 하고 있겠나. 더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많은데"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알고 있는 기밀은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국가적 비상사태가 올 수도 있다. 국정원이 그렇게 허술한 곳이 아니다"라며 "누가 목숨 걸고 그런 짓을 하겠나. 비리파일이 있다는 것은 말해 줄 수 있지만 내가 그것을 빼돌리거나 빅딜을 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정 대표의 비리와 연관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는 그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한다"며 "그 정 대표라는 사람하고 나는 업무의 종류가 완전히 다르다. 나는 무기브로커가 아니다. 그리고 내가 로비를 하거나 그 사람과 엮여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 대표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장교로 복무했다. 1977년 전역한 뒤 독일의 엠테우(MTU) 한국지사장으로 근무했고 1983년에는 학산실업(현 씨스텍코리아)을 설립해 직접 무기중개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1993년 한국군 전투력 증강을 위한 율곡사업 당시 김철우 전 해군참모총장에게 3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보석으로 풀려난 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을 받았다.

이 밖에 합수단은 통영·소해함 장비 관련 납품비리와 해군 정보함 사업 비리, 공군 전자전훈련장비 납품 사기, K-11 복합형 소총 납품 비리 등 각종 사업 관련 비리를 적발해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해상작전헬기 도입비리로 구속기소된 현역 해군 소장 박모씨와 통영함 사건과 해군 호위함 납품 비리에 각각 연루된 황기철·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해 전·현직 장성 10명, 예비역을 포함한 영관급 장교 27명이 기소됐다.

해군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도입 로비 혐의로 구속된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과 거물급 무기중개상인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도 재판에 넘겨졌다.

합수단은 정옥근·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과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을 비롯해 모두 63명(구속 47명, 불구속 16명)을 기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소된 이들 중 전·현직 군인은 38명이다. 군별로는 해군이 28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군이 6명, 육군은 4명으로 집계됐다.

비리가 드러난 방위사업 규모는 모두 9,809억원이다. 해군의 비리 규모가 8,402억원으로 가장 컸고, 공군 1,344억원, 육군 45억원, 방위사업청 18억원 등이다. 현재 수사 중인 대상도 41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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