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여성 "성폭행" 신고… '번복'의혹심 의원-피해여성 만난 뒤 진술 바뀌어경찰 무혐의 처리… 검찰 재수사 결과 주목

새누리당 여성의원 모임인 '새누리20'의 문정림, 이자스민, 황인자, 민현주 의원이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성추문으로 물의를 빚은 과 관련, 국회와 당차원의 더욱 적극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과 40대 보험설계사의 성폭행 의혹 사건이 파장을 낳고 있다. 현역 의원이 국회 일정 중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것도 문제려니와 이를 숨기려 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당사자인 새누리당 은 탈당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야권과 시민단체는 심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 여성의원 모임도 심 의원에 대한 국회와 당 차원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고 검찰도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고 있어 경찰의 무혐의 처리로 일단락된 이번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성폭행 의혹 사건의 전말을 추적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성폭행 의혹 사건은 지난달 13일 오전 대구의 한 호텔 객실에서 발생했다. 심 의원이 평소 알고 지내던 40대 보험설계사 A씨를 성폭행했다는 것.

A씨의 지인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3년쯤 지역 인터넷 언론사 간부이자 의 측근인 B씨를 통해 심 의원을 소개받았다. 심 의원과 A씨는 올 6월 29일 B씨 등과 일식집과 노래방 등에서 함께 놀며 급격히 가까워졌다. 이때부터 '오빠, 동생'이라 부르며 전화와 문자도 주고받았다.

사건 당일인 지난달 13일, 심 의원은 A씨를 호텔로 불렀다. A씨는 심 의원이 국회의원이라서 사람들 눈을 피하고자 호텔 객실에서 부른다고 생각해 찾아가게 됐다고 진술했다. 객실 문을 열자마자 심 의원이 덮치는 바람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목디스크를 앓고 있어 저항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성폭행 직후 "아직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이러면 어떡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심 의원은 "가끔 이렇게 만나면 되지… 나 바쁘니까 먼저 나가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A씨의 가방에 현금 30만 원을 넣어뒀고 그날 이후 연락을 끊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을 비롯한 서울시당여성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6일 오후 국회정론관에서 성폭행 논란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A씨는 10여 일 동안 분한 마음에 지인들과 상의했고 성폭력 피해자 전문 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를 찾아간 뒤 24일 경찰에 심 의원을 성폭행 혐의로 신고했다.

경찰 "혐의없음"…검찰 재수사 착수

경찰은 지난달 24일 보험설계사 A씨가 심 의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오자 피해자 조사를 했다. A씨는 처음 조사에서 심 의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A씨는 지난달 26일 심 의원을 만난 후 '성폭행은 없었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하지만 A씨의 지인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6일 심 의원을 만나기 전까지 줄곧 성폭행을 당했다고 느꼈고, 고통을 호소했었다고 한다. 26일 심 의원은 대구의 한 음식점에서 A씨를 만나 무릎을 꿇은 채 "죽을 죄를 지었다"며 용서를 구했고, A씨는 "이러면 내가 너무 미안해지지 않느냐"며 진술을 번복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또한 A씨의 2차 조사가 예정된 이튿날 심 의원의 측근 B씨가 A씨 집에 찾아와 대구경찰청까지 직접 데려다주며 "심 의원이 요즘 형편이 어려우니 하루빨리 대출을 받아 3,000만 원 정도를 마련해 주겠다"며 합의금을 제안했다고 했다.

심학봉 의원
A씨는 26일에 이어 같은 달 27일과 31일에 이뤄진 2차, 3차 조사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며 처음 진술을 번복했다.

심 의원은 3일 오후 9시 30분부터 2시간가량 진행된 조사에서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심 의원은 "성관계를 한 것은 맞지만 성폭행을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피해 여성 A씨와 심 의원의 진술이 대부분 일치하는 데다 A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종결하고 자료 일체를 검찰로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성관계 직후 신고를 하거나 고함을 치며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고 CCTV에도 객실에서 태연하게 걸어 나오는 모습이 찍혀 있어 성폭행 상황으로 보기 어려웠다"며 "다소 강압적이거나 의사에 반하는 상황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두 사람 모두가 성폭행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형사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에서 무혐의 처리한 심 의원의 성폭행 의혹 사건에 미진한 부분이 상당하다고 보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수사에는 형사 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베테랑 검사들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진술을 번복한 과정에 회유나 협박,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시도 등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에 정치권이 나서고 비판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고 있어 심 의원의 성폭행 의혹 사건이 어떻게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은 누구?

경북도당 윤리위원장… 선거법 위반 생환 전력도

경북 구미 출신인 (구미 갑)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구미전자공고를 나온 친박(친박근혜)계 초선 의원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실 지식경제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로 있으며 국회 운영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또한 새누리당 경북도당 윤리위원장을 맡아온 바 있다.

심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유사기관(사조직)을 설립해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1심과 2심에서 모두 당선 무효(벌금 300만 원)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혀 의원직을 유지한 전력이 있다.

한편,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성폭행 혐의를 받는 심 의원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조사기관 리얼미터는 5일에 조사한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0.1%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경찰에서 무혐의를 받았으니 사퇴까지는 할 필요 없다'는 응답자는 13.8%로 집계됐다. 나머지 6.1%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