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실세와 친분 비자금 조성… 농협회장 선거 놓고 검은 뒷거래 정황

농협의 특혜대출 등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NH농협은행 본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수사관들을 보내 기업 여신 심사 자료와 대출 심사위원회 회의 자료, 관련 규정집 등을 은행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농협비리 수사 검찰 최원병 회장 최측근 이모씨 주목

이씨, MB 정권 핵심 실세와 친분 농협 비자금 조성 도우미 의혹

농협회장 선거 놓고 최 회장 '검은 뒷거래' 정황도 포착

농협 "검찰수사 어차피 오래 못 간다" 여러 의혹들 부인

농협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농협과 관련된 문제제기와 각종 비리 의혹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농협의 특혜대출 등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통일로 NH농협은행 본점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충정로1가 농협중앙회. 연합뉴스
최근에는 농협중앙회 회장 선출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원병 회장은 농협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부정선거 등 여러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차단하고 선거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기존의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변경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오히려 간선제가 내부 부조리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농협 내부에서 "최원병 회장이 총선출마를 위해 차기 회장 자리를 자신의 측근인 이모씨에게 넘기려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는 회장 선출방식 변경에 따른 논란이 제기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복수의 농협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인물은 이씨다. 이씨는 이명박 정권 핵심 실세와 친분이 두터워 그를 둘러싼 뒷말이 무성했다. 지난 정권 당시 농협 주변에서 "최 회장이 이씨를 통해 정권 핵심부와 소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단 이씨는 <주간한국>과의 전화통화에서 출마여부에 대해 "출마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완곡한 표현을 썼다.

또 최 회장의 최측근으로 '최 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에서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농협회장이라는 자리가 누구 한사람이 염두에 두고 있다고 되고 말고 하는 자리가 아니지 않나. 누군가 그런 소문을 악의적으로 생산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정치권 농협 수술대 위로

농협중앙회 회장 선출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정치권으로 확산되면서 최 회장 이후 선거 방식이 바뀔지 주목된다. 핵심은 농협 회장 선출은 현행 대의원 중심으로 회장을 선출하는 '간선제'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방식이 문제라고 보고 조합장 전체가 참여하는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검찰이 최 회장의 '특혜성 대출의혹'을 비롯해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농협 내부에서 "현행대로 회장 선출이 이뤄질 경우 비리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간선제는 현직 회장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대의원들에 로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지난 12일 농협중앙회 회장 선출 제도 변경을 골자로 한 법률안 발의가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승남 의원은 농협중앙회 회장 선출제도를 '직선제'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신정훈 의원도 지난 6월 중앙회장 선거 시 조합장 전체가 직접 투표로 선출할 수 있도록 하자며 개정안을 제출, 현재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 의원은 "농협중앙회의 경우 회장의 권한남용 방지, 선거과열로 인한 혼탁선거 방지 등을 이유로 회장을 일부 조합장으로 구성된 대의원회에서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협동조합의 구성원인 회원조합의 대표자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의원은 "회장을 전체 회원조합의 조합장으로 구성된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변경함으로써 대의원 간선제하에서 유명무실한 총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협중앙회는 선거과열로 인한 혼탁선거 방지를 이유로 2009년에 대의원 조합장에 의한 간접선거로 선출제도를 전환했다. 하지만 1,100여명에 달하는 총회 회원 보다 숫자가 더 적은 대의원회(280여명)에서 중앙회장을 선출함에 따라 금품선거, 줄세우기 등과 같은 선거과열 현상은 오히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농협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전국농협노동조합과 전국축협노동조합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의 농협중앙회 앞에서 '리솜리조트 대출비리 진상규명! 성역없는 수사촉구!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구속수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농ㆍ축협 노동자 50여명은 최원병 회장이 NH농협의 부당대출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자회견장에서 최원병 회장을 규탄했다. 검찰이 지난달부터 농협중앙회로부터 불법대출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리솜리조트 본사와 계열사 4곳, NH농협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강근제 전국농협노조 위원장은 "경영진의 횡령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던 리솜리조트에 NH농협은행이 1,000억원대의 부당대출을 시행한 것과 관련해 농협중앙회 고위층을 포함한 정·관계 불법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7월 30일을 기해 다시 한 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며

"역대 회장들이 다 말미 구속되고 이런 사태들이 또다시 재현될까 개탄스럽고, 이런 역사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축협 노동자들은 "1988년 이래 민선 농협중앙회장 모두는 비리로 인해 줄줄이 구속됐고, 창살 안에 제 몸을 뉘였다"며 "검찰은 리솜리조트 대출비리 의혹과 함께 최원병 회장 관련해 제기된 의혹 모두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엄중하게 수사해야 하고, 특히 수사과정에서 단 한점이라도 대출비리 등이 최원병 회장과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다면 즉각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농협 측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판단하기로는 검찰 수사가 여러 면에서 잘못된 면이 많다"며 "검찰이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모두 합법적이고 정당한 내용이기 때문에 결국 잘 마무리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여유를 나타냈다.

농협 측 관계자는 "부실기업에 대출해줬다는 오해는 콘도나 리조트와 같은 렌탈(대여, 임대)사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 리조트사업의 경우 시설투자 시 공사비지출로 초기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수입의 원천인 회원권 분양대금과 시설이용료 등은 공사완료 후 장기간에 유입돼 수입과 비용의 기간 상 불일치가 발생하는데 리솜리조트는 지난 10년 동안 연체가 없이 정상적으로 거래됐고, 최선순위 담보권이 설정돼 있어 채권보전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또 "대출의 경우 정상적인 절차와 규정에 의해 여신협의체에서 결정됐기 때문에 중앙회장의 지시나 특혜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검찰, 농협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최근 농협 관련, 리솜리조트 1,600억원대 특혜대출 의혹과 NH개발의 특정업체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최 회장이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농협목우촌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나와 검찰이 수사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 산하 목우촌이 돈육 제품 2차 가공 과정에서 단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해 본격적인 수사 착수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목우촌 관계자로부터 "지난 2013년 인사에 불만을 품은 한 농협 고위직 인사 A씨가 목우촌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했으나 이후 농협경제지주 계열사 대표에 선임된 후 입을 닫은 일도 있었다"고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모씨가 지난 2008~2010년 목우촌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농협유통 하나로클럽에 육류고기를 납품하는 모 업체에 편의를 봐 주고 수수료를 챙겼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정황을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목우촌관계자는 "검찰이 조사를 검토 중이라는 소문은 오래 전부터 들렸던 루머"라며 "목우촌은 구조적으로 비리가 일어나기 힘든 구조"라고 검찰 수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같은 여러 농협비리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이가 바로 최 회장의 최측근 이씨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는 농협 내에서 최 회장의 오른팔로 인식되고 있으며 농협비리 의혹에 여러 갈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또 이씨는 농협의 내부 감사에도 깊게 연관된 인물로 꼽힌다. 최근 농협 수사와 관련해 농협이 비리를 감추기 위해 내부 감사를 생략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이씨가 핵심역할을 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농협이 리솜리조트 그룹에 거액을 대출한 직후 내부 감사를 생략하라는 압력이 있었다는 첩보와 정황을 입수하고 이 부분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리솜리조트에 대한 대출 과정에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있었다고 보고 그 배경을 파악하고 있다.

농협 전·현직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농협은 2011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리솜리조트 제천 사업장에 280억원을 대출했다. 해당 대출은 충북 제천의 리솜포레스트 시설 건축 자금 명목으로, 농협이 2008년 이래 제천사업장에 내준 대출액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농협중앙회 감사부는 매년 심사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데 2011년에는 이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부가 예정대로 감사 일정을 잡고 심사부에 이를 통보하기 직전 특별한 이유 없이 돌연 감사 계획이 철회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농협은 2012년 9∼12월에도 280억원을 제천사업장에 대출해 특혜 의혹을 키웠다. 농협 내부에서 리솜리조트 대출에 윗선 개입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감사와 관련해 이씨는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일 뿐만 아니라 최 회장의 직접지시를 받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해당 감사건 배후에 이씨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시 여신심사2단장으로 리솜리조트 대출 심사에 관여한 L씨도 지난달 21일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내부 고위인사가 '리솜리조트 대출 뒤에 누가 있는지 아느냐. 대출 승인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등의 압력을 넣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과 농협 안팎에서 "이씨에 대한 조사가 최 회장 비리 수사를 위한 마지막 단계일 것"이라는 말이 무성한 것은 이 같은 의혹들 때문이다.

그러나 농협 측은 이 의혹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NH농협은행 측은 "당시 충분한 감사를 실시했다"고 세간의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NH농협은행 측은 "대출 승인 업무를 담당하는 심사부를 대상으로 지난 2012년도에 일반감사를 실시했고 리솜리조트 특혜대출 의혹이 제기됐을 때 특별감사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NH농협은행 측은 "최근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제보자의 제보만 본 것이다. 또 여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수사를 하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해당 건은 모두 법적으로 문제없이 절차대로 처리한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윤지환 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