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위 낮은 형량에 '영향설' 공방"요즘 정치인 가족에 더 중형" 양형 영향설 일축… "사위, 과거 잘못 반성"야당 "집행유예는 봐주기 의혹"… 여당 "정치공세…" 초범으로 약한 형량 아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인 이모(38)씨가 마약투약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당 대표이자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의 사위라는 사실과 그가 재판 과정에서 양형 혜택을 받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야당 의원들은 1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구형 기준과 검찰의 항소 기준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딸의 결혼 과정을 설명하면서 양형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당에서는 "야당의 정치 공세"라며 반박했다.

법조계 주변에선 김 대표 사위의 마약 사건과 관련해 '진짜 거물'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거물' 때문에 수사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 사위 마약사건의 전말을 추적했다.

김 대표 사위 마약 사건 실체

김무성 대표의 둘째 딸과 결혼한 사위는 충북지역의 중견 건설업체 신라개발 이준용 회장의 아들이다. 사위 이씨는 지난해 말, 코카인 등 마약류를 15차례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성동구치소에 수감됐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하현국)는 지난 2월 필로폰, 코카인, 엑스터시 등 마약을 10여 차례 매매하고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된 이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씨에게 160시간의 사회봉사, 40시간의 약물치료강의와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이씨의 마약 투입 사실이 알려진 것은 마약공급책인 S씨가 체포돼 진술하면서다. S씨는 자신을 통해 이씨, N병원장 아들 N씨, 거물 정치인 아들 L씨, CF감독 B씨, 연예인 LㆍK씨 등이 모여 마약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기업인과 정치인 자녀, 연예인 들과 어울려 서울 강남구 클럽과 곤지암, 경기도 인근 골프장, 강원 홍천군 리조트 등에서 수차례 마약을 매매하거나 투약한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구속기소됐다. 이 기간 동안 이씨가 손댄 마약은 필로폰, 코카인, 엑스터시, 스파이스, 대마초 등 5종류에 이르며, 투약한 횟수는 15차례에 달했다. 이씨를 포함해 마약을 함께한 이들은 특히 아이스마약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에 대해 재판부는 대법원이 정한 최종 형량 범위 4년~9년 6월에 한참 못미치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동종 전과가 없다. 또한 나이, 가족관계, 동기 등 제반 조건을 고려해볼 때 피고인에게 개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된다"며 "양형기준의 하한을 이탈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판결에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자체적인 항소 기준에 비춰 반드시 항소해야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봤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기소 단계부터 이미 '봐주기식' 재판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검찰과 법원의 행태와 관련해 1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구형 기준과 검찰의 항소 기준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고검장 출신으로 대검 마약과장을 지내기도 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이씨의 공범들의 형량을 보니 징역 3년 실형 나온 경우도 있고 징역 6년까지도 있었다"며 "검찰이 구형량을 산정하는 프로그램을 돌려 이씨의 구형량 산출 과정을 시연해 보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일선 검찰청이 아닌 법무부에서는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실형 받은 공범은 전과 때문에 그렇게 된 것으로 안다. 항소는 구형량의 2분의 1에 못 미치면 한다"고 해명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마약 사범은 초범일 경우 검찰 구형량이 보통 2년이기 때문에 3년은 약한 게 아니다"면서 "야당의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거물' 때문에 봐주기?

이씨의 형량과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외부의 영향력 행사에 대한 의문과 함께 혹시 김 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10일 자신의 둘째 사위가 마약 상습 투약으로 구속되고도 유력 정치인의 인척이어서 양형 기준 이하의 형을 받았다는 한 언론 보도와 관련해 "정치인의 인척이기 때문에 양형이 약하게 되도록 영향받았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기사"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당시 예비 사위의 마약 상습 투약 얘기를 듣고 결혼 앞둔 딸에게 " '이 결혼은 절대 안 된다. 파혼이다'라고 설득했는데, 사랑한다고 울면서 꼭 결혼을 하겠다는데 방법이 없었다. 부모가 자식 못 이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위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을 많이 했다"면서 "앞으로 사위가 건전한 삶을 살 것으로 믿고, 이 일이 이 부부에게 상처가 안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마약을 투약한 사람 중 정치 거물의 아들이 연루됐다는 의혹 때문에 수사가 진전되지 않았고 형량도 이례적으로 낮게 구형됐다는 소문도 있다. 즉 정치 거물 L씨 아들은 마약공급책 S씨를 통해 마약을 했는데 검찰이 수사 도중 L씨 아들이 관련된 것을 알고 수사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당시 담당 검사는 '원칙'을 내세워 예외 없는 수사를 하려고 했으나 외부 압력으로 인해 그만두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 마약사건에 대해 검찰은 당시나 현재 공표된 사실 외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