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창당연합' 되는 건 시간문제, 독기품은 반격… 총선 앞두고 분열'反문재인' 행보 안철수 창당정국 속 노림수 총선 공천 불안 신뢰문제 해결책 없어 분열 불가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철회를 두고 내홍이 이어진 18일 오후 문 대표가 국회 본관에 들어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비노진영의 '친노 때리기'가 심상치 않다. 이에 가세하는 이들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어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의 수명이 다한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혁신안을 둘러싼 계파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자 '재신임 투표'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으면서 당 내홍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일단 혁신안이 통과되면서 재신임도 한고비를 넘게 됐지만 이로 인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실시 여부를 두고 격하게 충돌했다. 중앙위원회를 통해 공천개혁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후에도 재신임 정국 속 당내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치달으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안팎에서는 문 대표가 재신임을 통한 승부수를 던졌지만 재신임에 성공한다해도 당 내 분위기는 크게 바뀌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말하자면 재신임 여부와 상관없이 문 대표에 대한 비주류의 요구는 극에 달할 것이라고 그렇게 되면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재신임투표 자체가 비주류 안에서 공감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서 비주류 대표 주자 주승룡 최고위원이 먼저 나섰다.

주 최고위원은 창당 60주년인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 민주주의를 이어온 당의 자랑스런 역사를 기념하는 날이지만 우리당의 현실은 비관적"이라고 입을 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재인 대표 재신임 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을 한 뒤 국정감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당을 이끄는 동지들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패권정치의 망령이 엄습하고 있다"며 "당 주요 구성원의 반대와 만류에도 강행하려는 대표의 재신임 문제가 당을 분열과 불신의 늪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이미 친노주류와 비노비주류의 갈등이 봉합하기 힘든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총선 주도권 비주류 반격 통할까

주 최고위원은 특히 재신임을 조선시대 왕위갈등과 당쟁에 비유하며 "우리 당 역사의 비극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강행하겠다면 저를 밟고 가시라"고 문 대표를 겨냥했다.

이같은 반응에 대해 전병헌 최고위원은 "당의 60년 역사를 되새겨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몸이다"라며 "김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울먹이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를 둘러싼 갈등이 당 내부 친노와 비노 그룹의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일단 문 대표는 한발 물러선 상태다. 당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당초 13~15일로 예정된 재신임 투표를 일단 추석 전까지 미룬 것이다.

혁신위 활동을 '실패'로 규정하고 문 대표를 압박하던 비노 진영은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에 동요하면서도 대책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야권 등 정치권에서는 문 대표의 이번 카드가 어떤 방식으로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야권지도가 크게 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천혁신안'이 지난 16일 중앙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일단 문 대표 측은 중앙위 통과 기세를 재신임 투표까지 이어가 친노 지도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 내홍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반발도 여전해 재신임 투표 강행 여부가 당내 갈등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중앙위 비공개 전환 과정에서 비주류 측 조경태 의원이 회의 공개를 요구하자 일부 중앙위원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비공개 전환 후 일부 비주류 인사가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을 때는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혁신안 의결 과정에서도 예고됐던 진통이 빚어졌다. 비주류인 문병호 의원이 무기명 투표를 강력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박지원 박주선 최원식 조경태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이 표결 불참을 선언하고 단체로 퇴장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비주류 진영은 퇴장 후에도 의결 방식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추후 문제제기할 뜻도 내비쳤다. 의결 당시 재석 인원수를 고지하지도 않고, 찬반 여부를 묻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문 대표는 중앙위에서의 여세를 몰아 추석연휴 전까지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재신임 투표에서도 승리한다면 당내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기대로 해석된다.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친영이 이렇게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이번 일로 비주류 진영의 취약한 당내 기반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앙위 연기와 공천혁신안 의결 보류, 무기명 투표 등 비주류 진영이 강하게 요구한 사항들이 모두 무산된 데다 '비주류의 단체행동'에 동조한 의원도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주류는 몰아치고 비주류는 초라했다"며 "왜 국민과 당원을 둘로 가르는 선택을 강요하느냐"고 성토했다.

그렇다고 문 대표 측에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안철수 김한길 의원 등 지도자급 비주류 인사들은 여전히 혁신안에 반대하고 있는 부분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안 의원은 혁신안에 대한 반발을 이유로, 김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를 이유로 중앙위에 불참했다.

친노 '완승'기대하기 어려워

당장 비노그룹의 결집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해서 방심할 수 없다. 재신임 투표에 대한 당내 반발이 거센 것은 향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야권 인사들의 견해다.

이에 새정치연합의 한 인사는 "친노는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려는 습관이 있는데, 이는 분열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면 친노 비노의 분열이 가속화될 것이 분명한데도 총선주도권잡기에 혈안돼 앞길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노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최근 당 안에서 공공연히 당을 흔들고 당을 깨려는 시도가 금도를 넘었다"고 지적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송호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혁신안에 대해 이견을 말하면 해당행위라는 것"이라며 "당에 대한 당원들의 걱정과 우려를 모두 기득권이라고 단정하는 태도"라고 공개 비판했다.

또 "문 대표는 혁신위 활동이 총선승리 상황을 만든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탈당파'로 분류되는 박주선 의원은 트위터에 "문재인 살리기를 위한 '친노 총동원력'으로 계파전쟁의 비극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당내 분열이 좀처럼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비주류 의원 모임인 '민집모' 소속 의원들은 긴급 회동을 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혁신안을 중앙위에서 부결시키자는 의견이나, 어차피 재신임투표를 하느니 문 대표를 포함해 당권 주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조기 전대를 열자는 주장 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내홍 국면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무엇보다 혁신안 통과 이후 재신임 투표 결과에 따라 새정치연합을 중심으로 한 야권 지형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가 재신임을 얻는데 성공할 경우 "분열가속화론"과 함께 "당내 리더십을 한층 강화하면서 다음 총선까지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재신임을 얻지 못할 경우에는 현 지도부 체제가 붕괴하는 것은 물론, 새정치연합 역시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고 끝내는 당이 쪼개지는 사태도 올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 역시 대권가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야권 내 계파갈등이 더 거세질지 잦아들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친노·주류 측에서는 문 대표가 진정성을 보인 만큼, 비주류의 책임론이 힘을 잃으며 갈등이 적어도 수면 아래로 잠복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오히려 계파별 세대결 양상이 빚어져 오히려 신경전이 고조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신당론을 두고도 속도가 늦춰지리라는 분석과 함께 오히려 계파갈등이 심해져 새정치연합의 원심력이 강해지리라는 주장도 있다.

문 대표는 비노진영의 여러 비판에 대해 "친노 패권주의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는 최근 "(주변에서) 오히려 대표가 너무 약하다고 비판하고 있다"며 "앞으로 제 개인의 결단을 넘어서 혁신되는 시스템이 패권주의를 용납하지 않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가 준비 중인 공천개혁안에 대해 "대표나 지도부, 또는 계파의 자의라든지 나눠먹기라든지 이런 행태가 개입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최근 일부에서 감지되고 있는 야권 신당 추진 움직임에 대해 "우선 당내의 분당은 없다. 제대로 단합하고 혁신해 내년 총선을 이기고 정권을 되찾아오라는 것이 국민이나 호남 민심"이라며 "신당이나 분당은 야권을 분열시켜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어서 성공하지 못한다. 지금 당이 빠르게 안정되고 단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야권의 신당 움직임은 급류를 타고 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창당 선언을 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천 의원 측은 친노에 염증을 느낀 비노 인사 영입에 전력을 쏟고 있다. 천 의원 측은 "아직 현역 의원의 참여는 없지만 문을 열어놓고 차근차근 인재를 영입할 생각"이라며 "일단 신당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동조하는 이들이 어느순간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은 주변 인사들에게 "1차 국정감사가 끝난 뒤 추석 전인 24일경 탈당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전 의원도 '원조 민주당'의 전면에 설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천정배 의원 등 신당 흐름을 하나로 묶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정치권을 떠났다 복권됐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