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소환 총선정국 친이계 '술렁'… 측근 협력업체 불법 정치자금 의혹청와대 포스코 고강도 전방위 수사 확대 조짐정준양 전 회장의 여유, 믿는 구석 따로 있나

검찰이 지난 7월에 압수수색 했던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장기화됐던 포스코 수사가 추석연휴 이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 측근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정 전 회장을 구속수사하고 이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이 전 의원은 측근이 소유한 협력업체를 통해 포스코로부터 금품을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이 전 의원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하기로 하고 구속영장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이미 사법처리를 받은 전력이 있어 이번에 혐의가 인정될 경우 가중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의원과 정 전 회장이 기소될 경우 관련 혐의에 연루된 인사들, 특히 정치권 인사들에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친이계 인사들이 검찰 사정권"이라는 말이 도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총선정국 친이계 겨냥하나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이 전 의원을 5일 피의자 자격으로 소환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예정 소문이 현실화 되자 여권 안팎에서는 향후 검찰 수사방향을 놓고 여러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의원은 자신의 측근이 실소유주인 업체 티엠테크 등이 포스코로부터 일감을 특혜 수주한 의혹에 연루돼 있다.

2008년 말 설립된 티엠테크는 이듬해부터 포스코로부터 제철소 설비 관리 업무를 집중 수주했다. 이 전 의원의 포항 지역 사무소장이던 박모씨는 이 업체의 대주주다. 검찰은 박씨가 티엠테크로부터 받은 배당수익 등이 2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중 상당액은 이 전 의원의 포항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사용되는 등 특혜 수주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이 전 의원 측에도 흘러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2009년 포스코가 포항 지역에서 추진했던 신제강공장 건설이 고도제한 문제로 중단됐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 전 의원이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사실에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2011년 공장 건설이 재개되도록 이 전 의원이 정부와 군 당국, 지자체에 힘을 써 준 대가로 측근이 소유한 티엠테크에 일감이 집중적으로 발주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 전 회장이 2009년 포스코그룹 회장으로 선임되는 과정에 이 전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티엠테크 특혜 수주'가 대가성을 지닌 거래라는 혐의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게 된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불러 사실관계를 따져본 뒤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수뢰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이 전 의원과 더불어 이병석(63·경북 포항북) 새누리당 의원도 수뢰 혐의로 소환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병석 의원이 이 전 의원과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받은 정황이 확보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의 측근 박모씨가 실소유주이던 티엠테크가 포스코 쪽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일감을 따내기로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이 포스코의 현안이었던 신제강공장 건설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주고 그 대가를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티엠테크의 실수익 가운데 15억여원을 측근 인사를 통해 전달받은 것으로 보고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 뇌물 혐의를 적용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협력업체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전 의원의 수뢰 혐의액이 수십억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이병석 의원도 측근이 소유한 협력업체 이앤씨 등을 통해 티엠테크와 같은 방식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법사위 국정감사가 끝나면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앞서 지난달 17일 오전 포항 남구에 있는 D업체를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거래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스테인리스 공장 내 분진 및 슬래그 처리업을 하는 이 업체가 포스코에서 일감을 집중 수주받은 정황을 잡고 자세한 경위를 캐고 있다. 검찰은 이병석 의원이 이 업체가 수주하는데 특혜를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와 정 전 회장이 특혜를 지시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회사 최모 대표의 친형 최모씨는 지난 2005년부터 10년간 이병석 의원 포항사무소 사무장을 지낸 지역 정치인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경북도의원 선거에 예비후보로 출마했다가 공천을 받지 못해 도중에 레이스를 접었다.

또 이 업체는 정 전 회장 재임기간인 2009년 이후 매출과 영업 이익이 급증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포스코 수사는 정치권 등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10일에는 이병석 의원의 친구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팬클럽인 'MB연대' 대표를 맡은 한모(63) 씨의 회사 이앤씨도 검찰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찰은 도로 청소 용역을 주로 맡는 이 업체가 다른 협력사의 일감을 가져오며 회사 규모를 키운 정황을 잡고 특혜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처럼 포스코 비리와 관련해 포항 지역 전ㆍ현직 국회의원들이 수사선상에 오르자, 포스코의 수혜를 입은 전ㆍ현직 지방의원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포스코 협력업체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 언제든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포스코 비리 발본색원하나

검찰은 지난달 15일 정 전 회장을 네 번째로 불러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와 동양종합건설에 대한 해외공사 수주 특혜 의혹, 정치인과 밀접한 인사가 운영하는 외주업체에 대한 특혜제공 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의 측근이 실소유한 협력사 티엠테크를 비롯해 이병석 의원과 실소유자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청소용역업체 이앤씨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 등 통해 정 전 회장이 개입한 흔적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압수수색한 자재운송업체, 집진설비측정업체 등도 이 전 의원의 비호 속에 포스코에서 특혜를 받은 정황을 이미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제공한 이러한 특혜에 대해 2009년 그룹 회장 선임을 도와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지난 3차례 조사에서 "정치인들과 잘 모른다", "기억에 없다"는 등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전 회장 기소를 위해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 동양종합건설에 대한 해외공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에 대해서도 막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일단 이날 소환을 끝으로 정 전 회장의 대면조사를 마무리하고 정 전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3∼4가지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 전 회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섬에 따라 이 전 의원의 검찰 수사를 놓고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검찰이 이 전 의원을 다시 기소할 경우 친이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선정국에 친이계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 전 의원의 검찰 기소는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어서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의원 유죄입증은 무난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를 통해 확보한 물증과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 이에 이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수사의 핵심은 정치권 핵심인사들의 포스코 이권개입 여부다. 검찰은 이를 캐기 위해 포스코 하청업체를 상대로 일감몰아주기, 특정사업발주 등 각종 특혜에 대한 부분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와 연결돼 있는 하청협력업체들 중 매출이 특정기간에 급격히 상승한 곳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이 업체들이 전 정권 인사들과 연결돼 있는 정황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모두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정치권으로 수사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검찰은 MB정권 실세나 측근들의 소유 기업에 대한 포스코의 일감몰아주기를 집중적으로 내사해 이미 관련자 명단까지 추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주변에서는 "포스코 수사는 정준양 전 회장의 비리뿐만 아니라 '영포라인'이 주요 타킷"이라고 입을 모은다.

여권 안팎에서는 정 전 회장의 사법처리와는 별개로 이 전 의원에 이어 포항지역에서 적지 않은 입김을 행사했던 박영준 전 국무차장이 다시 검찰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준양 배후 수면 위로

청와대 소식통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포스코의 방만 경영 문제를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척결 의지가 아주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핵심 실세들의 노리갯감이 된 포스코의 비리와 관련해 이에 연루된 이들에 대해서는 자비가 없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포스코의 인수ㆍ합병의 비리 등에 대한 수사에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만큼 총선을 놓고 친이계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포스코의 수사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되는 기미를 보이자 재계 전반에는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전 정권과 밀월관계였던 기업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들을 겨냥한 사정 수사, 옥죄기 수사가 또 무차별적으로 감행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특별한 수사가 아니고 통상적인 부정부패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워 공직자 기강잡기와 기업들 움켜쥐기를 시작했지만 일련의 움직임을 볼 때 정적 제거 등의 다목적 의도와 맞물려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비난하는 말도 들린다.

일부에서 "정부의 이번 부패와의 전면전에 대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포석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이 경제부총리가 재계에 고용과 투자, 임금 인상, 일자리를 늘릴 것을 요구를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아 비협조 대기업들을 겨냥한 수사라는 해석도 있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실 대통령의 영이 안 서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정의 칼끝은 결국 MB정권 실세들과 정치권으로 향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역대 정권들이 벌이는 부정부패 수사의 결말은 모두 과거 정권 실세들이나 한물 간 정치인, 그리고 현직 정치인들이 포박에 묶여 교도소행을 했다.

새누리당의 친이계가 정부의 자원외교와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에 대해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조직적으로 반발할 움직임이다.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공직자 부패 등 내부 부패를 먼저 엄중히 다뤄야 한다"며 "정권이 바뀌면 수사를 하니 정치검찰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4선의 정병국 의원은 "문제가 있으면 수사하면 되지만 왜 그걸 담화를 하고 수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누가 수사 기획을 했는지 정말 새머리 같은 기획이라"고 비판했다.

친이계의 강승규 전 의원도 "국가 정책의 결과를 갖고 나중에 사법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못마땅해 했다.

친이계 의원들은 검찰의 자원외교와 포스코 수사는 이명박 정권 죽이기로 규정하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만있지 않겠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어 이 전 의원 수사 방향에 따라 여권 내부에 큰 파장이 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다가 입장을 낸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 친이계 관계자는 "지금은 이 전 의원 조사 이후 검찰 수사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주시하고 있을 뿐"이라며 "선거 정국의 주도권 잡기 일환으로 MB를 겨냥한 게 확실하고 친이계 전체를 매도하고 나온다면 어찌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했다.

부패와의 전면전이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ㆍ친박계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이계 간의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포스코그룹 전 경영진들의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법인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1차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수사를 벌인 바 있는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검찰 주변에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가 지난 8월말부터 포스코 그룹의 협력회사인 ○○중공업 김모 대표와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 김모씨 등에 대해 내사를 벌여왔다"며 향후 포스코발 친이계 사정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들은 검찰이 최근 수사선상에 올린 티엠테크 실소유주인 박씨 등과 함께 수사를 받고 있다. 혐의는 김 대표가 횡령 및 배임증재, 김 전 사장은 뇌물공여와 배임수재, 박씨는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중공업은 포스코그룹에 기계류 등을 납품하는 곳으로, 대표 김씨 역시 이 전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중공업는 유력 포스코 협력업체였던 K사를 인수합병했고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세워 포스코 인도네시아 제철소와도 협력사 관계를 가지면서 특혜를 누려온 정황이 있다.

티엠테크도 인도네시아 제철소와 거래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광로 슬러지 청소업체 D사도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통해 포스코 인도네시아 제철소와 거래관계다. 이를 종합해 보면 ○○중공업과 티엠테크, 청소업체인 또 다른 D사 모두 인도네시아라는 접점을 가진다.

더구나 이들 업체는 모두 이 전 의원 측근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MB정권 시절 일감몰아주기 등 적지 않은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곳이다. 심지어 이 회사는 포스코에 갑행세를 한 정황도 적지 않아 의혹에 힘을 더하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