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부친 '친일' 시비 총선·대선 변수 되나… 金 '정면 돌파' 승부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0월 29일 경북 포항 영흥초등학교를 찾아 선친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흉상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대표 선친 '친일인명사전' 등재 코앞…민문연 "수록대상 확실"
김 대표 선친 애국활동 강조… "친일ㆍ애국 공정 평가를"
김 대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앞장서며 부친 친일 시비 돌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정국의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부친의 '친일(親日)'여부가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김 대표가 여당의 간판인데다 차기 대선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김 대표는 '국정화 정국'의 선봉에서 국정화를 옹호하며 부친인 고(故)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친일 시비에도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는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중요 변수로 작용할 '국정화 프레임'과 '친일 이슈'를 정면 돌파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의미가 크다.

또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를 반면교사로 삼은 측면도 엿보인다. 이 전 총재는 1997년과 2002년 여당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부친의 친일 시비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김 대표가 부친의 친일 시비를 적국 해명하고 나선데 대해 야권과 시민단체는 "친일은 친일"이라며 김 대표를 흔들고 대권 행보에 '족쇄'를 채우려 한다.

김무성 대표 선친인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
김용주 전 회장의 친일행적을 공개한 민족문제연구소의 입장과 이와는 다른 김 대표 측의 입장을 살펴봤다.

김무성 대표, 때 아닌 '선친 친일 논란'

김무성 대표는 여권 수장으로서 내년 20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기분좋은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7ㆍ30 재보선, 지난 4ㆍ29 재보선, 지난달 28일 재보선에서도 압승을 거둔 것. 여당과 김 대표에 내년 총선은 물론, 차기 대선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섣부른 평가가 이어졌다.

최근 김 대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며 국정화 추진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2013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친일시비가 발생하자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100여 명과 함께 '근현대사연구교실'을 만들며 올바른 역사관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한 김 대표에게 선친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친일행적 논란은 반드시 풀어야 할 정치적 과제로 남았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0월 30일 대전역 앞에서 열린 '친일독재 미화 국정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용주 전 회장은 1905년생의 경남 함양 출신으로 부산상업학교를 졸업한 1923년 식산은행에 취직했다. 1919년 3ㆍ1운동 이후에는 경북 포항시에 삼일상회를 개업했으며, 영흥국민학교를 설립했다.

1930년대 말부터 해방 이전까지는 친일 성격을 띠는 경상북도 도회의원, 국민총력경상북도수산연맹 이사, 국민총력경상북도연맹 평의원,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 및 경상북도지부 상임이사·사업부장 등을 지냈다고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일부 단체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김용주 전 회장은 오래 전부터 친일 문제 전문 연구기관인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 행적 검증 대상에 올랐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김 전 회장이 1940년부터 일본과 조선은 하나라는 내선일체 사상을 강조하는 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1941년 친일단체인 경북수산연맹 이사에 선임된 사실과 다음 해 일본군 군용기 헌납에 27만원을 모금한 기록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1943년 아사히신문에 실린 징병제 참여 독려 광고의 광고주 명단에 '김용주 포항무역주식회사 대표'가 등장하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민족문제연구소 측이 동명이인과 선친을 혼동하고 있다며 선친의 친일의혹을 부정했다. 친일파로 분류된 김용주는 1941년 만주국이 항일조직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간도특설대에 입대한 인물로 당시 선친은 국내에서 활동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달 25일 "김용주라는 동명이인이 친일인명사전에 3명 있는데 우리 아버지는 명단에 없다. 우리 아버지는 일제 몰래 독립군에 활동 자금도 주곤 했다"며 "일제 강점기에 성공한 사업가는 다 친일이냐"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부친이 1928년에 만든 회사가 3ㆍ1운동을 본뜬 삼일상회였는데 주변에서 이름을 바꾸라고 해도 안 바꿨다"며 "일본이 일제 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다 쏴죽이겠다고 했는데 우리 아버지가 그 1순위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동명이인인 두 사람을 혼동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 측이 지목한 김용주는 1920년생이나 김 대표의 부친은 1905년생이기 때문에 두 명의 김용주 모두 친일 행적을 한 인물이라는 게 민족문제연구소의 주장이다.

민족문제연구소 '김용주 친일 행적' 공개

김무성 대표가 선친의 친일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김 대표 선친의 친일 행적을 확신했다. 김용주 전 회장은 친일 행적을 보강하기 위해 <친일인명사전> 등재에 보류했던 인물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김용주 전 회장을 1920년대 중반까지는 민족의식을 지녔으나 1938년 이후 친일로 전향한 인물로 평가했다. 김무성 대표의 주장대로 3ㆍ1운동에서 이름을 딴 삼일상회를 운영했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항일운동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일제강점기의 문헌자료 등을 근거로 볼 때 ▦군용기 헌납 주도 ▦대구국체명징관·대구신사 등에 기부금 헌납 ▦전시체제하 근로보국을 위한 국민개로운동 독려 ▦출정 황군에 대한 감사 전보 발송 제안 ▦징병제 실시 찬양 및 청년 선동 등에 앞장섰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9월 17일 서울 청량리동에 위치한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 김용주 씨는 명백히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 사무총장은 "김 전 회장은 1937년 경상북도 도의원으로 당선된 후 국민총력경상북도수산연맹 이사, 국민총력경상북도연맹 평의원, 조선임전보국단의 발기인 및 경상북도지부 상임이사 등 경북 지역 고위직에 있는 동안 애국기 헌납운동을 선전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무성 대표 측은 부친의 평전 <강을 건너는 산>을 출간하는 등 부친의 친일 행적을 애국으로 미화하고 있다"며 "연좌제에 반대하지만 김 대표처럼 연고자의 친일 행적을 왜곡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둔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용주 전 회장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2009년 출간 당시에는 재원과 자료의 부족으로 해외 및 지방의 전면 조사가 불가했다"며 "경북 지역과 일본의 협조로 추가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에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김용주의 친일 행적을 검토한 결과 <친일인명사전> 등재 기준에 부합된다"며 "향후 개정판을 낼 때 수록대상이 될 게 확실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일제 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았을 것"

김무성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선친의 친일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 지난달 27일 김 대표 측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장한 선친의 친일 행적을 반박하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용주 전 회장은 영일청년회 활동 당시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일본 경찰에 검거돼 기소유예로 풀려났으며, 국내 대표적인 항일 단체인 신간회 영일지회 정치부 간사로 활동한 바 있다.

또한 민족의식 고양을 위해 한국사연구회를 운영하며 충무공 이순신 유적 보존에 성금을 기탁했고, 사재로 포항영흥학교를 인수해 포항영흥국민학교를 설립했다. 뿐만 아니라 경상북도 도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피해 농민 구제, 조선인 교원 채용 주장, 조선상인회 설립 등 다양한 애국활동을 전개했다는 게 김무성 대표 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 측은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고(故) 김용주 선생의 친일 행적 의혹과 관련해 김 대표는 선친의 지난 삶을 감추고 미화하거나 애국으로 탈바꿈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고(故) 김용주 선생에 대한 친일 행적 주장은 <매일신보> 등을 근거하고 있다"며 "그런데 <매일신보>는 강제성 기고나 허위사실 기사화에 대한 기록과 증언이 다수 존재할 만큼 그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보도된 일부 친일 행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선일보>·<동아일보> 등에는 애국 행적에 관한 기사가 1920년대부터 1940년대에 걸쳐 수십 건 이상의 근거로 남아 있다"며 "친일 행적으로 보이는 행위가 있다면 있는 그대로, 애국적인 활동이 있었다면 그 역시 있는 그대로 편향 없는 객관적 판단과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에 고(故) 김용주 선생을 등재하지 않았다가 김무성 의원이 여당 대표가 되고난 후에 이제 와서 편향성과 공정하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념과 진영의 논리, 정치적인 의도 없이 모든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고려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김 대표는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 죽도1동에 위치한 영흥초등학교를 방문해 주목을 받았다. 이날 김 대표는 "요즘 좌파들에 의해 아버지가 친일파로 매도당한다"며 "내가 정치를 안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그런 매도를 당하는 게 마음 아프다"며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김 대표는 "(선친은) 사업을 일으켜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고, 배고팠던 한국 사람들도 많이 도와줬다"며 "독립군 자금을 댔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지금 이야기하니까 다 비판만 받고 있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또한 "일제 때 한반도 안에서 숨쉬고 살면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라며 "'왜 네 아버지가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처럼 독립운동을 안 했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고 토로해 민족문제연구소와 김무성 대표 간의 김용주 전 회장의 친일 행적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