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박원순 합체 효과 전망 엇갈려친노 둘러싼 비노계 불만 잠재울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9일 서울 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청년지원정책과 관련해 청년들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열린'고단한 미생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과 분열 갈림길서 안철수^박원순 협력 이끌어 위기타파 시나리오
신당 움직임보다 앞서 대표자들 간 합의 이뤄져야 결속 효과가 클 것
비주류 의원들^일부 최고위원 반발 매우 거세… '집단 탈당'가능성도
합의 내용 놓고 내홍 겪을 경우 신당창당에 더 힘 실리는 역풍 불 수도

통합과 분열 사이의 기로에 선 야권의 행보에 청와대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는 분열위기에 놓인 야권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뭉칠 경우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이 결속하면 당과 대립각을 유지해온 청와대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총선 공천룰을 놓고 결속한 야권에 대항하기 위해 비박(비박근혜)계가 주축인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협력을 촉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선거개입을 할 수 없는 청와대로서는 당 요구를 대체로 수용하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권의 결속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10ㆍ28 재보선 참패 이후 리더십 위기에 처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르면 이달 안으로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지도체제개편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비교적 조용했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비슷한 시기에 자신의 거취 등을 포함한 야권 개편 구상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 신당창당이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 인사들의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신당의 움직임보다 한발 앞서 대표자들 간의 합의가 빨리 이뤄져야 결속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철수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친노-비노계의 합의 대타협이 어떤 내용,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가에 있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야권의 핵심 인사들 간에 합의 내용을 놓고 내홍을 겪을 경우 신당창당에 더 힘이 실리는 역풍이 불 수도 있어 야권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신당창당-야권 대타협 진검승부

탈당한 천정배 의원은 문 대표가 광주 방문과 때를 같이해 신당창당을 위한 행보에 돌입했다.

천 의원은 창당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본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천 의원은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창당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어서 연말을 앞두고 야권의 지형이 크게 변할 조짐이다.

최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당 지도체제 개편과 관련된 세부 내용을 첫 호남지역 특강에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의 호남지역 지지율이 새누리당 김 대표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 호남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문 대표가 어떤 청사진을 제시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야권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을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현행 문 대표 중심의 지도체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비주류 의원들은 야권이 분열위기에 빠지자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이나 통합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전열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심지어 문 대표가 대표직을 내놓고 N분의 1의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을 중심으로 한 비노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문 대표가 안철수 박원순 등 야권 인사들을 다시 결집시켜 총선에서 필승을 거두겠다는 각오와 함께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비노계 안팎에서는 "일단 좀 더 두고 보자"는 여론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문 대표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던 김동철 의원 등 비주류 의원 10여 명이 "결단을 위한 시간을 더 주겠다"며 한 발 물러선 것도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야권 통합에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합전선구축을 놓고 야권 내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여러 면에서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시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그 과정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올 수 있다"며 지도체제에 대한 대표자들의 합의도출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다.

야권 주변에서 "문 대표의 대표직과 권한은 그대로 가되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2선으로 용퇴하고 문 대표와 안 전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들이 참여하는 선거대비 의사결정 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문 대표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야권을 통합하기 위한 '제3의 안'의 도출이다. 선대위의 경우 문 대표 혼자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운영되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다. 하지만 문 대표는 야권 내 각 계파 핵심인사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선대위는 결집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제3안으로 어떤 형태가 가장 적절한지를 놓고 문 대표와 당 지도부가 상당한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문 대표가 내놓은 비책은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임시지도부 구성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야권의 유력 대권 후보인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이 힘을 합치는 것으로 그 효과를 두고 여러 전망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18일 광주 조선대 특강에서 "안철수 의원, 박원순 시장과 적어도 다음 총선까지 임시 지도부를 구성했으면 좋겠다"라며 "그렇게 된다면 두 분과 당 대표 권한을 함께 공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표는 "세 사람이 함께 하면 앞으로 할 일이 많다"며 "공동선대위라든지, 선거기획단이라든지, 정책준비단이라든지, 또 지속적인 참신한 인재 영입 등 많은 부분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는 임시 지도부 구성은 쉬운 일이 아니라며 두 가지를 언급했다. 그는 "임시 지도부가 구성되기 전에 3자간 합의가 우선돼야 하며, 당내에서 3인 체제 수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문-안-박 연대 야권연합 급물살

정치권에서는 문 대표가 내놓은 '문재인-안철수-박원순 희망스크럼(연대)'을 두고 과연 세 사람의 드라마틱한 연대가 이뤄질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현재 야권분열을 두고 더 이상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필연적 움직임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 안철수 박원순 이 두 사람이 친노 중심의 무대에 과연 적극적으로 동참할지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야권 주변에서는 총선을 위해 3인이 손을 잡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 적지 않았다. 이에 3인이 뭉칠 경우 야권 지지층의 결집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연대 성사'는 그리 호락호락한 호재가 아니다. 문 대표의 제안 다음날인 지난 19일, 비주류계 의원들을 비롯해 일부 최고위원들은 제안의 진정성이나 의견수렴 과정 등을 놓고 여러 의견이 봇물을 이뤘다. 여기에 연대를 제안받은 박 시장은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듯 아직 적극적인 합류에 대한 의사는 말을 아끼고 있다. 안 전 대표 역시 향후 신당창당 효과 등을 고려해 섣불리 합류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문-안-박 연대'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대체로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박 시장의 협조가 보다 적극적이야 하고 안 전 대표의 움직임 역시 신당창당과 무관하게 자신의 세력을 연대를 위해 모두 움직여야 한다. 또 비주류와 최고위원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따라야 한다.

야권이 협력 여부와 관련해 가장 주목하는 인물은 박 시장이다. 박 시장은 문 대표의 제안이 있던 지난 18일 "서울시정에 중심을 두고 전념하면서 현행법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돕겠다"고 사실상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를 두고 박 시장이 문 대표의 목소리에 곧바로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 대표와 박 시장은 다음날인 지난 19일 서울시청에서 40여분간 만남도 가졌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제86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선거일 전 60일부터 선거일까지 정당의 선거대책기구, 선거사무소, 선거연락소를 방문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이에 박 시장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당 안팎에선 박 시장의 협력이 네거티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정을 살피는 서울시장이 선거에 관여하는 모습이 일반적으로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다. 문 대표와 박 시장은 이날 직접 대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했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내놓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대리인 자격으로 나서지 않겠느냐는 설도 있지만, 임 부시장도 내년 총선에서 서울 은평을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전면에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박 시장의 협조는 지지선언 이상의 범위를 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문-안 연대'가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문 대표가 연대 시 대표의 권한을 '공유한다'고 했을 뿐 내려놓지 않았다는 점과 맞물려 기존의 문-안 연대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을 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비주류 등 당 내부 반발 숙제

이러한 조짐은 이미 보이고 있다. 연대 성사의 또 다른 장애요소로 비주류 의원들과 일부 최고위원들의 반발이 거론되고 있다.

일명 '문·안·박 연대'를 두고 비주류 의원들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문 대표와 '투톱'으로 당을 이끌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표가 제안한 '공동대표 체제'가 당헌에 없고, 당사자들과 사전 논의가 되지 않은 채 제안을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야권의 텃밭'인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이 배제된 것에, 문병호 의원은 문 대표가 비주류를 향해 '공천 지분'을 원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에 발끈했다.

비주류 의원들은 일단 비책을 꺼내들 줄 알았던 문 대표의 문안박 연합 제안에 실망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집단 탈당' 가능성도 엿보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은 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 연대'가 최고위원회를 대신할 수 있다는 암시를 준 것을 비롯해 제안 내용이 최고위원들과 전혀 교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 대표의 연대 제안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부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문 대표를 비난했다.

최고위원들은 보다 구체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 최고위원을 비롯한 호남의원들은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오는 26일 회동을 가지고 문 대표의 연대제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들은 호남에 대한 문 대표의 독단적인 태도를 지적하고 소통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 주변에서는 연대제안이 무산될 경우 문 대표가 꺼내들 추가카드에 대한 말도 무성하다.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연대 성사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문 대표가 '추가카드' 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추가카드가 나오지 않을 경우 문 대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이미 문 대표가 추가카드를 만들어놓고 연대제안을 했을 것이란 추측도 없지 않다.

다만 현 야권의 상황에서 분열을 막는 것 외에 최선이 없기 때문에 추가카드가 있다고 하더라도 야권인사들 간의 연대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한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지난 20일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연대 또는 통합 문제와 관련, "수명을 다한 정당과 통합을 하거나 손을 잡아서 그 당을 살리는 일은 무망한 일이고 제가 할일도 아니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인 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잇따라 출연, "지금은 창조적 파괴의 시기로, 새정치연합은 당을 해체하는 수준의 획기적 변화가 있기 전에는 수권세력이 되기 힘들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선거 때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게 아니냐는 국민과 지지자들의 걱정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적절한 때에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는 "문 대표가 (통합 등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건 알지만 그건 전혀 야당을 살리는 길이 될 수 없다"며 "당의 절망적 상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기득권을 포기하는 조치들이 이뤄져야지, 천정배 데려다가 (당에) 복귀시킨다고 뭐가 달라지느냐. 제가 그런 용도로 당에 복귀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