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작업 마무리…총선, 부처 공백 변수… 후임 적격자 고민
“당장 개각은 없다” 말 뒤집은 속사정…올해 안 마무리 속도
노동개혁 법안,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시급…개각과 맞물려
박근혜 대통령 중폭 개각… 향후 개혁작업 같이 할 인물 고민

총선이 임박함에 따라 예상대로 정치인 출신 인사들의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의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초 청와대는 부처 수장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새 장관 인선 등 개각은 한동안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개각보다는 당장 시급한 현안부터 처리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개각설을 부정했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가 조만간 개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이 청와대 안팎에서 들리고 있다. 총선출마자가 나온 일부 부처에 실무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청와대가 이를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소리도 적지 않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개각 여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일단 공식적으로는 개각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개각이 정기국회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내년까지 개각을 미룰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혁 작업을 위해 각 부처들에서 추진해오던 작업들이 핵심결정권자 없이 장시간 방치될 경우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증상들이 곳곳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일부에서는 개각을 더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계획과 현실 사이 고민

정치인 출신 장관 등이 대상인 개각 자체는 예고된 것이지만 시기를 놓고는 여러 입장과 관측이 분분하다.

여야가 노동개혁 관련 법안을 임시국회로 넘기면서 노동개혁 법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진데다 경제활성화법 처리도 미완인 상태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청와대는 주요현안 처리도 못하고 개각도 못하는 꼴이 되고 만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서는 “개각시기와 관련해 고려해야 할 새로운 변수가 생긴 만큼 개각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초 개각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 이전에 이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었다. 이는 현재 체코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귀국한다는 점에서 5∼9일께 정치인 장관 위주의 연말 개각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정기국회에서 노동개혁 법안 및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촉구해왔고 개각 대상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업무인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이 지난 2일이었다는 점 등이 이런 전망의 이유였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12일 “당분간 개각은 없다”며 정치권 등에 분분했던 개각설을 일축하고 노동개혁 및 민생 법안 처리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개각 시기에 대해서는 “후임자 준비가 결정된다든지 또 국정 현안 이런 게 잘 마무리 된다든지 그런 것을 고려하면서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기국회 종료가 코앞에 닥친 시점에 박 대통령이 정기국회 내 처리를 강조했던 노동개혁 5개법과 경제활성화 4개법 가운데 현재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2건(관광진흥법ㆍ국제의료사업지원법)에 불과한 상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추진해온 4대 구조개혁 중 핵심 개혁과제인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경우 ‘임시국회에서 합의 후 처리한다’는 합의 내용을 여야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면서 연내 처리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뉜다. 하나는 이런 상황에서 개각을 바로 할 경우 노동개혁 법안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집중도가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있다. 박 대통령이 귀국 직후 바로 개각을 단행하기보다는 국정 현안을 먼저 챙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근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지난 3일 “노동개혁 법안 등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말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총선 등 여러 문제로 내년 초부터 시끄러울 것으로 감안하면 일정상 개각문제는 올해 안에 처리하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장관들의 공직자 사퇴시한(내년 1월13일)과 후임 장관 내정자들의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개각을 많이 늦추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다만 일부 개각 대상 장관의 후임 선정 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 부분만 마무리되면 곧바로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인사 난맥상 드러날까

지난 5일 프랑스와 체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박 대통령에 있어 개각 단행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노동개혁 5대 법안, 미처리된 경제활성화 법안, 테러 방지 관련 법안 등 남은 주요 법안 처리는 개각추진의 변수로 꼽힌다.

정기국회가 오는 9일 종료되고 뒤이어 12월 임시국회가 열리게 되지만 국회가 총선 체제로 접어들고 있어 법안 처리에 소홀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박 대통령이 개각과 관련해 결심을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내년도 예산안 통과라는 짐을 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주로 정치인 장관들을 대상으로 한 개각 단행이 더 늦어질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속도를 낼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교체가 예상되는 장관은 최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부 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5명이다. 이들은 모두 정치인 출신 장관이거나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들이다.

이들 외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성규 환경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이른바 ‘원년 멤버’도 개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일부 있으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차기 경제부총리로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안종범 경제수석,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임종룡 금융위원장,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 신현송 프리스턴대 교수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차기 경제부총리는 남은 2년 동안 새로 정책을 수립, 추진하기보다 기존에 추진해 온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과제들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관리형 부총리 선임이 예상된다.

현재 가장 유력한 인물로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이 거론되고 있다. 현 수석은 최 부총리의 후임자로 일찌감치 거론돼 왔다. 경북 예천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 수석은 행정고시 10회로 공직에 입문,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인하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냈다.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인 안종범 경제수석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위스콘신대를 나와 최 부총리와 동문이고 성균관대 교수로 있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기재부에서 1차관까지 지냈고 박근혜 정부 초대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인 김광림 의원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영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 차관까지 지내고 18대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박 대통령과는 영남대 인맥으로 얽혀 친박으로 분류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아주대총장)도 후보로 꼽히지만 둘 다 자리를 옮긴 지 얼마 안 돼 가능성이 낮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프리스턴대 경제학교수로 국제금융학계의 유력인사지만 행정경험이 없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는 임덕호 전 한양대 총장, 이준식 전 서울대 부총장,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행자부 장관에는 홍윤식 전 국무조정실 1차장, 정재근 행자부 차관,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 이승종 지방자치발전위원회 부위원장,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산업부 장관에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이관섭 산업부 1차관, 안현호 전 산자부 차관, 김재홍 코트라 사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 등이 후보군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 장관에는 새누리당 강은희 비례대표 의원 등이 우선 거론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