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정치권 사법시험 존치냐, 폐지냐

법무부 '유예' 번복… 존폐 안갯속
법무부 설문 '존치' 압도적 우세… 새누리당, 존치 긍정적 입장 많아
새정연, 친노vs비노 양분화 양상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국회 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지난 3일 사시 폐지를 2021년으로 유예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이후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유예 결정이 최종은 아니라고 번복했다. 이로 인해 전국 로스쿨 재학생들은 자퇴 행렬을 이었고, 사시 준비생들은 삭발식을 진행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사시 진영과 로스쿨 진영의 대립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를 최종 결정할 국회 또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사시 존폐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야당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법무부, 여론 85% 사시 존치 찬성

로스쿨제도는 1995년 문민정부시절 처음 거론돼 14년 만인 2009년에 국내 도입됐다. 장기간 사시 준비로 인한 인력 낭비와 전문 지식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기 어려운 구조 등의 한계로 사시는 로스쿨제도의 도입과 함께 2017년 폐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로스쿨은 '돈스쿨' '현대판 음서제'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연간 평균 1500만 원의 로스쿨 등록금을 두고 로스쿨은 '금수저(부모의 재력으로 경제적 도움을 받는 자)', 사시는 '흙수저(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자)'를 위한 제도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올해 들어 불거진 고위 정계 자녀들의 로스쿨 특혜 의혹은 로스쿨에 대한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의 로스쿨 출신 자녀들이 취업에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과 새정치연합 신기남 의원이 로스쿨 졸업 시험에 낙방한 아들을 구제하기 위해 해당 학교에 찾아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인해 비난 세례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로스쿨 체제와 사시 존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지난 9월 비법조인 1000명, 법대 출신 비법조인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지난 3일 법무부가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여론의 상당수는 사시ㆍ로스쿨 병행 체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문 중 "법조인이 이원화·계층화되는 문제를 방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도입 당시 사회적 합의와 현행법대로 사법시험을 2017년에 폐지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는 질문에 국민의 23.5%, 71.6%가 각각 동의, 비동의로 응답했다.

이어 "사법시험은 누구에게나 응시 기회가 부여되고, 수십 년간 사법연수원과 연계하여 공정한 운영을 통해 객관적 기준으로 법조인을 선발하여 왔기 때문에 합격자를 소수로 하더라도 사법시험을 존치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는 질문에는 85.4%, 12.6%가 각각 동의, 비동의했다.

이와 관련,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지난 3일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민의 80% 이상이 로스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며 "사법시험 폐지 방안을 2021년까지 유예한다는 게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아일보>는 지난 5월 19세 이상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사시 존폐에 대한 입장을 설문조사했다. 이에 746명(74.6%)은 사시 존치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으며 법조인 양성제도를 일원화할 경우 선호하는 제도는 사법시험(49.9%), 로스쿨(38.9%) 순이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3일 국회의원 10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사시 존치, 폐지를 지지하는 의원은 각각 73명(70.2%), 26명(25.0%)이었고, 5명(4.8%)은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야 모두 사법시험 존치 쪽 의견이 우세했지만 온도 차도 있었다. 새누리당은 '사시 존치' 의견이 52명으로 반대 및 유보 의견(12명)보다 압도적이었다. 새정치연합은 찬성 의사를 표명한 의원(21명)과 '반대 또는 유보' 의견의 의원(17명)이 비슷했다.

내년 총선 겨냥한 여야 행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사시 존폐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수만 명에 이르는 사시 고시생과 전국 25개 로스쿨 재학생과 교수 등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이들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정치권 인사의 설명이다.

현재 국회에는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6건이 새누리당 함진규·노철래·김용남·김학용·오신환 의원,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 등에 의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오신환 의원(서울 관악구을)은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 당시 신림동 고시촌을 방문해 사시 존치를 공약으로 내걸어 압승을 거둔 바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또한 사시ㆍ로스쿨 병행 체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4ㆍ29 재보궐선거 당시 오신환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유세지원에 나섰으며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사시와 로스쿨 제도의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새정치연합은 사시 폐지가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된 사법개혁의 일환이라 사시 폐지를 주장할 확률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평했다. 그러나 박지원, 이석현, 정성호, 김관영, 양승조, 주승용, 조경태 등 비노 의원과 무소속 박주선 의원 등은 사시 존치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은 야당 의원으로서는 최초로 사시 존치 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빈부, 학력, 배경, 나이 등 여러 조건을 극복하고 국민 누구나 법조인이 될 기회를 주는 사법시험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법사위원장을 지낸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은 "변호사 예비시험제를 도입해 소수가 되더라도 로스쿨 없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 중 새누리당 김용남ㆍ김진태ㆍ노철래ㆍ이한성ㆍ홍일표 의원, 새정치연합 박지원ㆍ우윤근 의원 등 11명은 사시 존치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간사인 이한성 의원은 "사시를 폐지하지 않더라도 응시 횟수나 연령 제한 등을 통해 고시낭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김진태 의원은 로스쿨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사시 합격자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게 눈꼴시어 제도를 만들어 놨으니 예견된 참화"라며 사시 병치론을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로스쿨은 법조인 다양화에 좋고, 사시 존치는 개천에서 용 나는 희망이 있어 좋다"면서 "그래도 사시 존치에 1표"라며 병치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은 "로스쿨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로스쿨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사시 존치론에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사시 폐지 입장인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단순히 4년 더 유예하자는 건 부적절하다. 4년 유예안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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