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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숯' 문재인-안철수, 루비콘강 건넌 이유?… 차기 대선 경쟁

대선후보 단일화 때부터 불협화음…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
4·29 재보선 참패 후 악화일로… 安 혁신안 무응답이 변곡점
기본적으로 차기 대선 경쟁… 어느 쪽이 야권 주도할지 주목
  • 사진=연합뉴스
[이선아 기자] '물과 기름' '얼음과 숯' 관계로 갈등을 빚어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끝내 결별해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이다. 두 사람은 새누리당에 맞서서 누가 야권을 주도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빙탄 관계'를 보여온 것은 기본적으로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를 누가 맡는냐를 놓고 샅바싸움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서로 신뢰를 잃으며 앙금이 쌓인 것도 계속된 갈등의 뿌리였다. 또 두 사람은 정치 스타일, 이념과 노선, 정치적 기반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를 보여 화합의 길을 찾기 어려웠다. 게다가 두 사람은 '양김' 등의 정치 거목처럼 프로 정치인도 아니어서 큰뜻을 이루기 위한 타협의 기술에서도 미숙해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년 4·13 총선을 앞두고 당 혁신과 지도체제 정립 방안을 둘러싼 입장차를 줄이지 못한 채 사실상 치킨게임을 벌여온 두 사람의 갈등이 안 전 대표의 탈당이라는 파국으로 귀결됐다.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두 사람은 '화성에서 온 문재인, 금성에서 온 안철수'라는 말이 회자된 데서 알 수 있듯 화합하는 모습보다는 갈등하는 장면을 더 많이 연출하며 불편한 관계를 보여왔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 2012년 야권의 대선후보 단일화 협상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측은 단일화 룰을 두고 제안과 역제안을 거듭하며 대치했다. 후보 등록을 불과 이틀 앞둔 2012년 11월23일 안 전 대표가 대선후보직을 전격 '포기'했고, 야권은 합의와 경선을 통한 '아름다운 단일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전 대표는 사퇴 직후 지방행을 택해 선거 지원을 기대한 문 대표의 발을 동동 구르게 했다. 급기야 문 후보는 12월 5일 서울 용산구의 안 전 대표 자택을 찾았으나 안 전 대표가 집에 없어 '헛걸음'을 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안 전 대표는 대선을 13일 앞둔 12월 6일 전폭적 지원 입장을 밝히고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문 대표 측에서는 '때늦은 결정'이었다고 아쉬워했다.

2013년 10월에는 대선 때 문 후보 측 상황실장을 맡은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이 펴낸 대선 비망록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 의원이 비망록에서 안 전 대표가 후보직 사퇴 전날인 2012년 11월 22일 문 후보와 단독 회동한 자리에서 "후보직을 양보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었다. 안 전 대표 측은 즉각 안 후보가 '민주당 입당'을 협상 카드로 들고 단독 회동에 임했으며, 문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안 전 대표가 지난해 3월 김한길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던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한솥밥'을 먹은 뒤로도 양측의 관계는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전당대회 당 대표 후로로 나온 지난 1월 경선후보 방송토론에서 자신을 향해 "소주 한잔하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싶다"고 말하자 "제가 술을 못 마신다고 여러 번 말씀 드렸는데, 잊어버리신 모양"이라고 언급해 둘 사이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특히 문 대표 하에서 치러진 지난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두 사람은 위태로운 신경전을 벌이며 악화일로를 걸었다. 문 대표가 재보선 직후 안 전 대표의 '원내대표 합의 추대' 제안을 일축하면서 이상 기류를 형성했고, 이후 당 혁신위원회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더 멀어졌다. 안 전 대표는 지난 5월 혁신위원장을 맡아 당 체질을 개선해 달라는 문 대표의 요청에 "제가 맡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거절했다.

양측의 긴장은 지난 9월을 변곡점으로 더욱 고조됐다. 안 전 대표는 9월 초부터 "혁신위의 혁신은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당내 부패 척결, 낡은 진보 청산을 위한 자체 혁신안을 발표했다. 안 전 대표는 꾸준히 문 대표의 응답을 요구했지만 문 대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낡은 진보'는 형용 모순이며,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반박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은 일촉즉발 상황이 됐다.

이런 와중에 문 대표는 지난달 18일 광주를 방문해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이 "백 번 옳은 얘기"라며 뒤늦게 호응하며 '문·안·박 공동 지도부' 구성을 제안했지만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이미 혁신안으로 해결될 상황이 지났다"며 오히려 '혁신 전당대회'를 역제안했다. 침묵하던 문 대표는 지난 3일 분열의 전당대회를 우려하며 '혁신 전대' 개최 제안을 거부한 뒤 그 대신 안 전 대표가 제안한 10대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안 전 대표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더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혁신 전대 수용을 재촉구하는 최후통첩을 한 뒤 칩거에 들어갔다. 이후 당내에서는 각종 중재안이 쏟아지며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관계 회복에 나섰지만 혁신 전대 개최를 둘러싼 두 사람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안 전 대표의 탈당 회견 전날인 12일 심야에 탈당을 철회해달라는 의원 76명의 호소문이 자택으로 전달되고, 문 대표가 이날 새벽 1시쯤 안 전 대표의 자택을 방문하기까지 했지만 끝내 타협의 길을 찾지 못했다. 문 대표가 자택 앞에서 40여분 간 기다렸으나 안 전 대표는 문앞에서 인사만 하고 들어갔다. 결국 두 사람은 이날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 직전에 서로 통화하면서 막판 담판을 벌였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난 9월 혁신안을 냈을 때 문 대표가 받았다면 오늘날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어떤 이야기를 해도 '대표를 흔드는구나'라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공천을 노린다고 생각하니 불신이 커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 측은 "정치를 바꾸는 건 한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어서 부족하나마 힘을 합치려고 했지만 이런 결과가 초래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제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걸으며 야권의 주도권 경쟁을 전면적으로 벌이게 됐다. 어느 쪽에 빛이 비칠지는 좀 더 여론 추이를 두고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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