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동북 확대 전략, 북한 편입 노림수, 北의 선택은

북한 모란봉악단이 지난 12일 북한으로 돌아가려고 중국 베이징(北京)의 호텔을 나서고 있다. 이들은 이날 베이징 국가대극원 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갑자기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란봉악단 공연 북한 화교-김원홍 보위부장 합작설

중국, 경제 앞세워 북한을 '동북 3성' 과 연계해 편입 추진

북한 내년 5월 노동당 대회 노선 결정… 중국이냐, 한국이냐

북한의 모란봉악단이 12일 중국 베이징 공연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갑자기 철수하고 귀국길에 올라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모란봉악단의 철수 배경과 누가 철수 지시를 내렸는지, 그리고 향후 북중관계 및 한반도에 미칠 영향 등을 놓고 이런저런 분석과 억측, 소문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당사국인 북한과 중국이 모란봉악단 철수에 대해 입단속과 언론 통제 등을 하면서 모란봉악단 사태는 많은 의문을 남긴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양상이다.

그러나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 추진 과정과 이후 중국과 북한 사이에 벌어진 일들은 단순히 '북한판 걸그룹' 의 해외공연 중에 발생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함의가 내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 내년 5월로 예정된 북한 노동당 대회를 겨냥해 북한을 중국의정치.경제 영역으로 편입시키려는 오랜 작업을 본격화하는 과정이 표면화된 하나의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내년 5월 25년만에 열리는 노동당 대회에서 그들의 향후 노선을 결정한다. 북한이 그들의 미래를 중국과 함께할 것인지, 아니면 남한과 손을 잡고 나아갈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번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은 북한이 내년 5월 노동당 대회에서 노선을 정하는데 중국쪽에 기울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단초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이 행사를 도모한 이들이 북한에서 활동하는 중국 사업가들인 화교로 알려지고 있어서다. 화교들은 모란봉악단 중국 공연을 계기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방중 등 중국과의 결속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에서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취할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최대 현안이 '경제' 문제인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 있는 해석이다.

북한을 중국의 동북3성과 연계해 정치.경제 영역으로 흡수하려는 것은 중국이 1990년대부터 추진해온 동북아 전략이고, 이 지역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는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을 단순히 '북한판 걸그룹'의 해외공연으로 가볍게 볼 수 없는 배경이다. 실제 중국은 무산된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을 재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남북관계는 당국자회담과 이산가족상봉 등으로 반짝 화해국면이 조성됐지만 여전히경색돼 있다. 박근혜 정부의 소극적이고 전략부재의 대북 정책은 좀처럼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럴수록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의 현명하고 담대한 대북정책 전환이 요구되는 국면이다.

모란봉악단 사태의 이면과 이를 둘러싼 남ㆍ북ㆍ중 3국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추적했다.

모란봉악단 중국 공연 취소 배경

모란봉악단의 첫 해외 공연이, 그것도 맹방으로 여겨 온 중국에서 갑자기 무산된 것을 두고 여러 분석과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공연 취소 원인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관람자의 격(格)과 공연 내용이다. 즉, 중국 측 주요 관람 인사가 북한의 기대에 못미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일방적으로 공연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18일자 보도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일 인용해 "북한 모란봉악단이 지난 12일 베이징 공연 당일 돌연 북한으로 철수한 결정적 이유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관람을 취소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모란봉악단 공연에는 애초 중국의 시 주석을 포함한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관람이 예정돼 있었다. 이 과정에서 공연 말미에 미국 등을 겨냥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이 대형 화면에 등장하는 것을 확인하고 중국 측은 이를 삭제해 줄 것을 북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 측은 "우리가 돈 벌러 온 것도 아니고 조ㆍ중(북ㆍ중) 우호를 위해 왔는데 그렇게는 못 한다"며 반발했다. 그러자 중국 측은 "미사일 장면을 삭제하지 않으면 최고 지도자의 공연 참석은 불가하다"며 관람객의 '격(格)'을 낮추겠다고 통보했고, 북측은 "그럼 우리도 공연을 취소하고 돌아가겠다"고 맞섰다고 한다.

결국 시진핑 주석 등 중국 고위관계자의 불참이 공연 중단의 원인이 된 셈인데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이나 중국 정보 관계자 등의 얘기를 종합하면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처음부터 참석 예정이 없었다고 한다. 중국 고위관계자는 "중조(中朝)관계는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서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가 걸그룹 공연 같은 것을 보겠느냐"며 반문했다.

공연 내용 중 김정은 우상화나 미사일 발사 장면 등이 문제돼 공연이 취소됐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베이징 소식통과 중국 고위관계자는 "공연 내용에 그런 부분이 문제가 된다면 조율이 가능한 것으로 그 때문에 공연이 무산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해왔다.

김정은 위원장의 '수소폭탄' 발언이 공연 취소의 원인이 됐다거나 중국 외교부가 김 위원장의 수소폭탄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해 북한이 공연을 취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수소폭탄 발언과 공연 취소를 연계시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게 베이징 소식통이나 중국 고위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일각에선 모란봉악단의 단원 2명이 실종된 것이 공연 취소의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반체제사이트 '중국재스민혁명'은 단원 2명의 탈출 보고를 받은 김정은 위원장이 격노해 공연 중단과 즉각 귀환을 명령했다고 한다. 그러나 단원 2명이 탈출했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고 설령 단원이 탈출했다 하더라도 사후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공연을 중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소식통과 중국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또 다른 일각에선 북한 내부에서 김정일 애도기간이 발표되면서 모란봉악단의 공연에 대해 이의가 제기되자 김정은 위원장이 철수를 지시했고 중국 측도 그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김정일 애도기간은 오래전부터 예고된 일로 그 때문에 모란봉악단 공연을 취소하고 귀국시켰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과 중국 고위관계자 등에 따르면 모란봉악단 공연 취소의 원인은 김정은 위원장에 비유되는 '최고 존엄'과 관련된 것으로 집약되고 있다. 즉 '최고 존엄'을 손상시키거나 무시하는 행위로 인해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공연을 취소하고 귀국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모란봉악단을 자신이 만든 만큼 깊은 애정을 갖고 있고 베이징 공연에 중국 고위층을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관람하는 것으로 알고 공연을 허락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연이 전혀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받은 김정은 위원장이 격노해 공연 중단과 귀국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 측 인사들을 통해 알아 본 결과 이번 공연에 VIP로 국민 가수 출신인 시진핑 주석 부인 펑리위안이 관람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관람객도 일반 대중이 아닌 당원들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전해왔다. 다시말해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측은 이번 중국 공연을 중국과 우호관계를 위한 정치ㆍ외교적 행사로 이해하고 있었다. 모란봉악단이 평양을 출발할 때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 등 정부관계자들이 떠나는 공연단원과 일일이 악수한 것은 모란봉악단이 김정은의 분신과 같은 존재였고 이번 공연이 갖는 의의가 큰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모란봉악단 공연과 관련해 상황이 전혀 다르게 전개됐다. 펑리위안을 비롯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대부분 빠진 채 격이 떨어진 하급 관리들과 일반 대중이 관객의 다수를 차지했다. 중국 측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당 고위층의 공연 티켓은 암표로 거래되기도 했다. 어느 당 고위 간부는 공연 티켓을 운전 기사에게 줬고 그는 암표를 일반에 고가에 팔기도 했다.

이러한 정황들을 보고받은 김정은 위원장은 대노했고 북한 측 역시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여 모란봉악단 공연을 취소하고 일행을 항공편으로 귀국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中 동북공정 노림수…北 노동당대회 선택은

북한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이 무산되자 국내외 언론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그 배경을 찾는데 전력하는 양상을 보였다.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을 추진한 주체와 어떠한 목적으로 성사됐는지는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란봉악단 공연 사태의 본질은 오히려 공연 추진 주체와 목적에 있다는 게 베이징 소식통을 비롯한 북한 소식통들의 견해이다.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이 현실화된 것은 지난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중국은 북한 노동당 창건 행사에 소극적 입장이었으나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반기문 유엔총장을 만나고 남한과도 관계 개선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파격적으로 당 서열 5위인 류윈산을 보냈다"면서 "김정은은 류윈산을 통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받고 대단히 기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알려왔다.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 세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불참한 상황에서 류윈산의 방북과 시진핑의 친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크게 고무시켰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 계획은 북한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화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류윈산의 방북으로 경색된 북중관계가 다소 누그러진 상황에서 화교들과 김정은 위원장 측근 고위 간부들 간에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김정은의 최측근이자 막후 실력자인 김원홍 보위부장과 화교들이 앞장서 모란봉악단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은 사실상 북한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화교들이 김원홍 보위부장을 앞세워 공연을 이끌어냈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는 돈으로 군과 당을 움직였는데 김정은 체제에서는 돈이 부족해 군과 당을 통제하지 못하자 총(공포)을 앞세운 측면이 큰 데 그나마 김정은 위원장에 돈을 대주는 역할을 김원홍 보위부장이 했고 그 뒷돈은 화교에서 나왔다고 한다.김 보위부장과 화교는 막역한 관계로 북한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보위부장은'돈의 힘'으로 김 위원장의 신임을 얻고 화교들은 김 보위부장을 조정해 북한 정치ㆍ경제에 입김을 넣고 있는 셈이다.

모란봉악단 공연도 화교와 김 보위부장의 합작품으로 이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쪽에 기울게 하고 내년 5월 노동당 대회에서 북한이 노선을 정할 때 중국에 유리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한 사전작업 성격이 짙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이 내년 5월 노동당 대회에서 노선을 정하면 10년, 20년 그 방향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다.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최대 현안인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의 결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북한 경제는 철저하게 중국에 의존하게 되고 정치 또한 중국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만큼 남북관계 회복은 더디게 되고 통일은 요원하게 된다. 이는 남북의 통일을 반대하고 분단된 한반도의 고착화를 꾀하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과도 부합한다.

더욱이 중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을 중국의 '동북 3성'(요녕성ㆍ길림성ㆍ흑룡강성)과 연계된 또 하나의 성(省)으로 흡수하려는 전략을 펴왔고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변방 문화권들을 중화문명권이라는 우산 아래 하나로 묶어내는 역사공정을해왔고 중국 동북지역의 역사(고구려, 발해 등)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올해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대외에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역사왜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산당의 새로운 통치전략, 그리고 세계전략-대국화정책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초부터 역사적ㆍ인종적으로 북한이 남한보다 중국 동북3성과 더 가깝다는 것을 학술적ㆍ정치적으로 홍보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근거하면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을 단순히 친선 차원의 행사로만 볼 수 없다. 더구나중국이 무산된 모란봉악단 공연을 내년 김정일 탄생일(2월 14일) 전에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모란봉악단 공연이 무산된 뒤 중국 고위층에서는 공연 추진 배경이 북한을 '동북 3성'의 연장으로 편입시키려는 심모원려적인 전략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알고 공연을 재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모란봉악단 공연이 내년 초 중국에서 실현되면 중국 고위급 인사가 대거 참석하고 나아가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면 5월 노동당 대회에서 북한은 중국쪽으로 급격히 기울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 위기이자 기회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이 무산된 것은 남북관계에서 우리 정부에 기회일 수 있지만 분명한 '경고음'을 알렸다.

북한은 경색된 남북관계보다 현실적 이해관계가 긴밀한 중국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년 5월 북한 노동당 대회에서 노선의 향배는 우리 정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북한이 어느 노선(중국, 또는 한국 등)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는 순항하거나 반대로 암초에 부딪힌 형국이 될 수 있다.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물론 북한의 남북관계에대한 입장을 살펴야 하지만 여태껏 보여온 소극적이고 보수적 참모들에 좌우돼 온 전철을 반복해서는 위기를 넘어서기 어렵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못한 데는 박 대통령의 보수적 참모에 갇혀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과 스스로 전면에 나서 북한의 타깃이 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남부관계에서 가장 비생산적인 '정치'를 앞세워 온 것도 패착이다.

따라서 북한의 최대 현안인 '경제'를 매개로 대화를 하고, 평양의 기득권층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 그들이 자력갱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장을 맡고 남북관계를 전면에서 조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북한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오히려 남북관계를 경색시켜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내년 5월 북한이 노동당 대회를 통해 노선을 정하기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더구나 중국은 집요하게 북한을 자기 편에 두려할 것이다.

북한이 같은 민족인 남한과 장래를 도모할 수 있도록 박근혜 정부의 현명하고 담대한 대북정책이 긴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