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도미노에 호남민심 신당으로… 문 대표 압박 수위 점차 높아져친노진영 정치적 왕따현상에 총선 필패론까지 부상 불안감 증폭안철수 천정배 등 신 야권세력 친노 새정치 견제위해 연합 조짐도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문병호·유성엽 의원(왼쪽부터)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위기가 갈수록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새정치연합의 주축인사들이 하나 둘씩 탈당움직임을 보이자 야권 안팎에서 "우려하던 탈당도미노현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주승용 전 최고위원(3선ㆍ전남 여수을)이 탈당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지원 의원 등 호남지역 핵심세력들이 '안철수 신당' 합류를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이미 야권 일각에서 호남의 민심이 새정치를 떠나고 있으며 호남지역 여론도 신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내부에 탈당러시가 본격화 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새정치연합 주변에서는 총선필패론까지 나오고 있다. 호남에 연고를 둔 구 민주당 핵심 세력들이 탈당할 경우 껍데기만 남은 새정치연합은 호남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친노그룹 내부에서도 위기의식 확산과 더불어 문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야권 일부에서 "조만간 문 대표가 탈당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한 최후의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탈당 광주에서 전남으로 확산

지난 2월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1등을 한 주 의원의 행보는 구 민주당 세력의 연쇄탈당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특히 그가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가깝다는 점에서 주 의원에 탈당으로 김 전 공동대표도 탈당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김한길 의원, 박지원 의원
주 의원은 최근 측근들에게 "최근 주변의 여론을 수렴해본 결과 당을 떠나 신당에 합류할 계획"이라며 "새정치연합을 떠나 '안철수 신당'으로 가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주 의원이 비노(非盧)ㆍ호남 진영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탈당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문 대표에 대한 호남 지역의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 탈당 결심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과 함께 새정치연합 임내현 의원(광주 북을)도 탈당을 선언하고 안철수 신당 합류 의사를 밝혔다. 현재 광주 의원 8명 중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의원은 임 의원을 포함해 4명(천정배ㆍ박주선ㆍ김동철)이다. "희망없는 새정치연합을 버리자"는 쪽으로 대세가 기울면서 주류(主流)인 강기정 의원을 제외한 장병완, 박혜자, 권은희 의원도 탈당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 의원은 무더기 탈당이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광주에서 한꺼번에 탈당할 경우 향후 야권분열의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총선에서 새정치연합과 신당이 모두 참패할 경우 야권분열 책임공방이 없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안 의원 측은 탈당 희망자들과 여러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 집단 탈당은 모양새가 좋지 않고 내년 총선 경선 구도 등 고려할 부분이 있어 탈당 시점을 서로 조율하고 있다.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선 "제1야당의 '텃밭'인 광주가 제1야당을 버리고 신당 세력 중심으로 이미 재편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문재인의 묘수풀이 통할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탈당파들이 야권 분열을 초래했다는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역구 재선이 불안한 의원들이 신당에 정치적 도박을 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실제로 신당 내부에서도 공천과 관련해 "호남지역에서 물갈이 요구가 높은 호남 현역 의원들이 신당으로 합류해 공천을 받을 경우 민심이 외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없지 않다.

이와 함께 새정치연합 내에서 탈당 사태로 인한 분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중재 흐름이 전개되고 있지만 아직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중진과 수도권 의원들이 문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2선 후퇴와 조기 선대위 구성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내놨지만 문 대표는 조기선대위 출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 시각차를 보였다.

여기에 탈당설이 나오고 있는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중재안 자체가 이미 때늦은 카드인데다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내홍은 극단적인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각종 중재안이 오가는 속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탈당한 안 의원과 마찬가지로 김 전 공동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의 탈당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분위기 반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중재안은 분당위기로 치닫는 당의 거의 유일한 봉합책이어서 문 대표와 제안 의원 간 접점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문 대표는 중재안에 따른 여러 조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중재안이 결렬된 것이라고 보지 않고 다른 해법들을 더 고민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동원하겠다는 뜻이다. 문 대표는 일부 중진과 수도권 의원에게 이런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이나 수도권 의원들도 문 대표의 생각이 중재안과 상충된 부분이 있지만 중재안 자체를 폐기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만 추가 탈당 최소화 부분은 개별 의원들의 선택을 강제할 수 없어 딱히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중재안이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일단 중재안은 김 전 공동대표와 박 전 대표의 탈당을 막기 위한 카드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이 중재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은 대표직 사퇴가 해법이어서 문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는 중재안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야권

김 전 공동대표는 주변에 "총선에서 이기려면 바깥사람들과 하나로 뭉쳐야 하는데 그 최소조건이 문 대표의 사퇴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안 의원을 포함해 외부 신당세력까지 통합해야 하는데 문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는 이상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박 전 원내대표도 "문 대표의 사퇴 없는 수습은 불가능하고 지금상황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의 탈당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문 대표에 대한 비주류 의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구당(救黨)모임' 간사인 노웅래 의원은 "중재안이 해결책이 될 수 없는데, 문 대표는 그마저도 결국 뒤집어버렸다"며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 것인지에 대해 현실인식이 부족하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지난 24일 당 내분 수습책과 관련, "혁신적 조기 선대위 외에 다른 해법은 없다"며 '혁신형 선대위'구상을 밝혔다.

계파 수장들의 나눠먹기식인 이른바 '통합형 선대위'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문 대표는 자신이 김 전 공동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에게 "1월말이나 2월초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상황을 정리해 보면 문 대표는 혁신적조기선대위라는 해법만을 제시한 후 중진들의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고 김 전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는 문 대표의 사퇴외에 해법은 없다며 문 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고 있어 교차지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문 대표는 현재까지 고집을 꺾지 않을 기세다. 전날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추가 탈당 차단에 대한 담보'를 조기 선대위 체제 출범의 전제로 제시했던 문 대표는 "단합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재차 언급하며 "(선대위의) 혁신적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에게 1월말∼2월초 사퇴 입장을 전했다는 보도와 관련, "김 전 대표나 박 전 원내대표나 단합을 위해 만나고 있지만, 그 분들에게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며 "내가 제시하는 해법은 혁신과 통합의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에게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제안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수습안으로 나와서 모색되고 있는 혁신적 조기 선대위 외에 다른 해법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전 원내대표는 공동선대위원장 제안이 없었다는 문 대표의 언급과 달리 "문 대표가 나를 만났을 때 '공동선대위로 가자. 언젠가는 내려놓겠다'고 하길래 '선(先)사퇴 후(後)선대위' 입장을 밝혔다"며 "측근을 통해 안철수 의원 탈당 전부터 어제 아침까지도 공동선대위원장과 호남특위 위원장을 계속 제안받았다"고 밝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안철수-문재인 엇갈린 분위기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결국 비노주축 인사들의 탈당이나 문 대표 사퇴냐 둘 중 하나의 선택으로 귀결되는 분위기인 가운데 탈당파 의원들은 지난 23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독자신당 창당 작업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무소속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은 이날 오전 마포의 정책 네트워크 '내일'사무실에서 열린 안 의원 주재 창당실무준비단 회의에 첫 참석해 창당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일정이나 과제 등을 협의했다. 지난 13일 안 의원의 탈당 후 후속 탈당에 나선 4명의 현역의원들이 모두 안 의원에게 합류한 것이다. 지난 20일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김동철 의원도 참석 대상이지만 다른 일정 탓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매주 월수금 오전 탈당파 의원들과 회의를 갖기로 했다. 이날 탈당한 임내현 의원도 다음 회의부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측은 추후 탈당하는 의원들에 대해서도 부패, 막말 등 안 의원이 밝힌 자격 미달자를 제외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신당 참여의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교섭단체(의원 20명 이상)를 구성하면 88억원 가량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안철수 신당은 의원 영입에 정성을 기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의원 측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진행 중인 현역의원 평가 과정에서 공천 원천배제자로 분류된 평가 하위 20% 의원들의 경우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며 의원들이 평가위 발표 전에 조속히 합류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주홍 의원은 "지금 단계에서 적합, 부적합이라고 얘기한다면 아주 오만한 것"이라며 "의원들의 참여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고, 자체적으로도 삼고초려하면서 다른 분들의 영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야권 분열로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새정치연합-안철수신당'의 3강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내년 총선에서 각 당의 수도권 지지율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각각 30%대 초반으로 박빙을 기록하고 있고, 안철수 신당은 10%대 중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야권분열로 표가 분산되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던 새누리당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신당이 내년 2월에 출범하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을 상당부분 흡수하면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새정치연합과 안철수 신당 등 야권이 선거연대를 할 경우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