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사진부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박원순 서울시장, 조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
1980년, 68년, 56년, 44년 원숭이띠들. 2016년 병신년(丙申年)을 맞아 추려본 원숭이띠 정치인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끼' 많은 동물로 알려진 원숭이처럼 타고난 판단력과 행동력, 사교성으로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끄는 정계 인물 중에는 원숭이띠가 많다.

병신년 새해를 맞으면서 오는 4월 13일의 20대 총선과 내년 12월 20일에 치러질 차기 대선이 한발 더 가까이 다가왔다. 유력한 잠룡들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총선에 나서는 정치인들의 각오가 남다르다. 원숭이띠 정치인들에게 올해 운수는 어떨지 지난 활동과 정치적 명운을 살펴봤다.

잠룡, 44년생 반기문ㆍ56년생 박원순

2017년 치러질 차기 대선까지 2년여를 남기고 대권을 꿈꾸는 잠룡들 중엔 원숭이띠 주자들도 있다. 44년생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56년생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반기문 총장은 공식적으로 대권에 뜻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 총장은 "저에 관한 어떤 추측이나 또 앞으로 제 정치적인 행보가 어떻게 될 것인지, 여론조사를 한다든지 이런 것을 자제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반기문 대망론'은 정치권에 핫이슈로 등장해 왔다. 각종 여론조사결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줄곧 1위를 유지한 것도 대망론에 탄력을 주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개성 방문을 시도한 데 이어 최근 북한 방문 뜻을 나타내 대권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실제로 반 총장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나고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낸다면 국제적 빅 뉴스가 되는 것은 물론 엄청난 국내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반기문 대망론'이 날개를 다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작년에 예정됐던 반기문 총장의 방북은 여러 사정으로 미뤄진 터라 올해 방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반 총장 관련 대망론이 다시 이슈화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원숭이띠인 반 총장에게 방북 성과에 따라 대망론의 명암도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재임 중 큰 과오 없이 시정을 펼쳐왔다는 평을 얻고 있다. 대선주자로서의 지지율도 줄곧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빅3'에 포함돼 왔다. 박 시장이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만들고 차 대신 사람 위주의 도로 개편을 시도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권에 '청계천 효과'를 본 것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박 시장의 대권의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메르스 사태 때는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메르스 환자 및 그의 동선과 위험성을 알리는 대처를 해 또 다른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도 따른다.

반면 박 시장은 지난해 곤욕스러운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으로 법정 공방을 벌인 것이다. 이로 인해 박 시장은 논란에 당당하게 맞서며 정면돌파를 통해 강단 있는 면모를 보였지만 후유증도 컸다.

전문가들은 원숭이 해인 올해 임기를 마무리하는 반 총장과 시정의 중반을 넘기는 박 시장의 대권 행보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숭이띠 의원은 누구?

4ㆍ13 총선이 있는 올해 정치인들은 명운이 걸린 선거에 전력하고 있다. 이 중에는 원숭이띠 인사들도 적지 않아 올해 운수가 주목되다.

새누리당에서는 비박계 홍일표 의원(56년생)은 4월 총선을 위한 준비에 시동을 걸었다. 홍 의원은 최근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아이를 낳으면 정부에서 집을 마련해준다는 체감도 높은 정책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겠다"며 서민을 향한 유세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부산 수영구청장과 부산시의원을 거친 재선의 유재중(56년생) 의원은 19대 국감에서 지역에 기반을 둔 현안 질의를 펼쳐 부산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유 의원이 수영구에 출마할 경우 김정희 한국무궁화회 총재와의 여당 내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초선의 홍지만 의원(68년생)이 버티고 있는 대구 달서구에서는 3선인 곽대훈 전 달서구청장의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총선에 출마하는 현직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새누리당의 감점이 20% 이상으로 결정되면서 홍 의원에게는 유리한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 해운대구 현역 의원인 하태경 의원(68년생)은 최근 해운대 출마를 공식화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의 출마가 예상돼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지역이지만 '험지 출마'로 방향을 바꾼 터라 친박연대 사무총장을 지낸 김세현씨와 일합이 예상된다.

기능성 쌀 생산업체인 한국라이스텍 대표 출신인 윤명희 의원(56년생)은 지난해 19대 국감에서 지역발전방안법안 제출이 활발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윤 의원이 4월 총선에서 경기도 이천 출마를 염두에 두고 국감을 자신의 총선용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 양천구 현역인 김용태 의원(68년생)은 총선 출마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나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물밑 행보는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서울시당위원장으로서 정몽준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중진을 향해 서울 험지에 출마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야당 원숭이띠 의원들 '끼' 펼치나?

3선 의원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조경태 의원(68년생)이 부산 사하구를 수성할 것인지 주목된다. 조 의원은 더민주에서 '기적적으로' 부산 3선을 달성했으며 지난해 12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을 여유 있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문재인 더민주 대표와 줄곧 각을 세워 온 터라 공천이 불투명하고 당이 분열돼 안철수 신당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 변수다

초선인 더민주 부좌현 의원(56년생)은 안산 단원구 출마 여부를 두고 주목을 받고 있다. 부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박순자 전 의원을 상대로 수백표 차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2선 의원의자 18대 국회에선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지낸 박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예비후보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광주시당 위원장인 더민주 박혜자 의원(56년생)은 탈당할 것으로 전망돼 이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박 의원이 새해 초 탈당해 안철수 신당으로 옮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역 비례대표인 더민주 임수경 의원(68년생)은 지역구 조정으로 신설이 예상되는 용인정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56년생)의 출전지로 거론되는 곳은 서울 노원구다. 노원구는 안철수 의원 지역구여서 전국적인 관심 지역이 되고 있다. 이 곳에는 노 전 대표 외에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등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