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결선투표제 도입을 놓고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중진들이 충돌하고 있는데다 중앙뿐만 아니라 지역정가에서조차 친박외 진박(진짜 친박) 가박(가짜 친박) 복박(돌아온 친박) 등 연줄 인맥을 따지는 이른바 ‘친박 족보’ 논란이 일고 있다.

총선 출마 예정자들 사이에서 같은 친박계 인사라도 진박이냐 가박이냐 등을 놓고 서로 비방전을 벌이는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어 여권내부에서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대구를 제외하고 청와대 출신들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김행 전 대변인은 서울 중구,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서울 서초갑 출마가 예상된다. 민경욱 전 대변인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있는 인천 연수구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일부에서 “청와대가 공천 막판 에 조정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 출신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나서면서 박 대통령은 그들을 지지해달라고 말해 노골적인 총선 개입이 이미 시작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10일 국무회의 발언에서 ‘앞으로 그렇게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진실한 사람’을 두고 여러 추측이 많은 가운데 청와대 출신인사라는 게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국회에 가서도 박 대통령의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박 대통령이 말하는 ‘진실한 사람’이라는 소리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은 공천이나 선거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가 경우에 따라 여론을 움직여 아예 국회를 물갈이해야 한다며 ‘국회 심판론’을 내세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이번 총선 후보들은 안팎으로 치열하게 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출신들이 총선에 나가면서 여권 후보들은 누구나 ‘진실한 사람’ ‘더 진실한 사람’이라고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 될 전망이다.

한 예비 후보자는 “박 대통령에 충성을 맹세하지 않고는 선거를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특히 경북 지역에서는 ‘박근혜 마케팅’을 해야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어 지역적으로 정치적 편향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심을 등에 업고 새로 원내에 진입하는 진박, 그리고 진박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원내에 재진입하는 현역 의원들간 감정싸움이 격화되면서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더해지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텃밭에서 일정부분 물갈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우르르 몰려와서 박 대통령의 이름을 팔며서 진박이네 가박이네 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이는 박 대통령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들’ 발언 이후 여권 내부가 진박·가박 논란으로 달아오르면서 이제는 ‘진박에도 서열이 있다’는 골품제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전까지 ‘친박’이라는 개념으로 불리던 의원들이 진박·가박·용박(用朴·박 대통령을 이용함) 등으로 분화하면서 서열화 현상도 뒤따르고 있다.



윤지환 기자 musasi@hankooki.c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