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파-구민주당파 연합전선 구축에 친노 대응책 무엇?안철수의 다음 수 '투트랙 전략' 탈당인사 영입 전쟁야권연대 등돌린 호남민심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지난 8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비노(비노무현)계 인사들의 탈당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호남을 대표하는 박지원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광주 현역의원 절반이 무소속을 선언한 상태다. 지난해 말 임내현 의원의 탈당으로 광주 지역 의원 8명 가운데 4명만 더민주에 남아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박 의원의 탈당은 시간문제일 뿐 거의 확실해진 상황이다. 더 이상 더불어민주당(더민주)에 머물 명분이 없다는 것이 박 의원 측의 판단이다.

박 의원이 탈당하게 되면 더민주는 호남표밭을 상당부분 잃을 수 있어 더민주 내부에 위기감이 적지 않다. 심지어 호남 대표주자로서 상징성이 강한 박 의원이 탈당할 경우 그 뒤를 따라 적지 않은 수가 추가로 탈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일부에서는 "결국 비노 주도 신당과 친노 주도 더민주가 연합전선을 구축해 호남지역 사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야권분열을 보는 호남민심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박 의원은 탈당 의사를 밝히면서 이 같은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이에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어떤 형태로 여권에 공동대항할지가 관전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영입한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김병관 웹젠 이사,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사진 왼쪽부터).
박지원 의원 탈당 후폭풍

박 의원은 지난 4일 "목포에서 기초의원, 광역의원들의 25명 정도 되는데 그 분들의 90%가 탈당을 해서 움직이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라며 "핵심 간부들도 같은 의견이고 시민들도 같은 의견"이라며 탈당을 기정사실화했다.

박 의원은 탈당 시기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박 의원은 "사실 열흘 전에 목포 인근인 함평에서 광주 전남 의원 5분과 저녁 식사하면서 의견교환을 했고 지난주에는 전라북도 수도권 의원들과도 의견을 나눴는데 대체적인 의견은 선거구가 획정되고 또 민심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에 그러면 우리도 결정을 해야 한다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8일 선거구 획정 후 선거구가 사라진 의원 등 복수의 호남의원과 동반탈당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박 의원이 호남의원들과 탈당하게 될 경우 이는 더민주를 사실상 '비호남계 친노당'으로 확정짓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박 의원은 자신의 결정을 동교동계와 연결시켜 호남계 의원 정통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박 의원은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의 탈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의원은 "동교동계 선배로서 권노갑 고문의 말씀도 들어보면 저에게 많은 충고를 해주실 것이다. 지역구인 목포 시민 그리고 저와 함께 정치활동 유대를 가지고 하고 있는 현역 의원들과 전국에 있는 김대중 세력과 이번 주에 논의를 해보고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며 공조 방침을 밝혔다.

특히 박 의원이 탈당 후 행보에 대해 밝힌 대목이 주목을 끈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호남대표주자로서 야권 연대의 중간연결고리 역할을 자청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의원은 "제가 맨 먼저 소위 호남을 숙주로 해서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박준영, 박주선, 천정배, 김민석 이 네 분을 직접 만나서 어떠한 경우에도 통합을 해서 안철수 신당과 또 통합을 해야 한다. 그리고 안철수 신당은 문재인 대표의 더민주와 통합을 해야 한다" 고 밝혔다.

호남 신당들이 각자 후보를 낼 경우 표가 분산되면서 총선에서 신당 세력과 더민주가 호남 텃밭에서 여권에 패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높은 만큼 박 의원의 중제에 따라 연대협상 테이블에 야권이 모여 앉을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합류 신당 창당 가속도

비노계 수도권 일부 의원들을 계파로 하고 있는 김한길 의원의 탈당은 더민주 문재인 대표 체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총선의 승부처가 수도권이란 점에서 김 의원의 탈당은 안철수 신당에 힘을 실어줄 뿐만 아니라 수도권 다른 의원들의 연쇄 탈당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주류인 친노계를 향해 "애오라지 계파이익에 집착하는 패권정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안철수 신당 합류 당일 친노계를 가리키며 "안에서 싸우다 기운을 다 소진해 버리는 정치" "오만과 독선과 증오와 기교로 버티는 정치" "아무리 못해도 제1야당이라며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치" "패권에 굴종하지 않으면 척결대상으로 찍히는 정치"라고 규정하며 비판했다.

김 의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계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정치" "비리와 갑질과 막말로 얼룩진 정치" "국민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정치" 등의 표현으로 그동안 친노계에 억눌린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김 의원이 탈당한 뒤 안철수 의원 측에 합류하면서 신당 구성이 본격화되고 있다.

안철수 야권 구심점 되나

안철수 신당은 탈당멤버들의 합류로 갈수록 더 힘을 받고 있다. 김한길 의원이 합류해 신당 창당 기초공사에 속도가 붙고 있고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안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의원과 오찬 회동을 한 뒤 브리핑에서 "새로운 당을 만드는 데 함께하자는 말을 나눴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신당 지향점이 민생, 격차 해소라는 데 전혀 이견이 없었다"며 "천하의 인재를 모셔오는 데 함께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14년 3월 민주당·새정치연합 창준위 합당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손을 잡았다.

김 의원과 더불어 한 명예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인사동 한 찻집에서 안 의원과 회동한 후 창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한 명예교수는 "적대적 공존의 양당 체제에서 벗어나 새 정당을 만드는 일에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당장 8일 오전 창준위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당명을 발표하는 등 창당 준비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안 의원은 이날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마련한 당사에서 첫 브리핑을 열어 북한문제 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위안부 문제 전문가인 김경주 일본 도카이대 교수, 정의형 변호사, 김경록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의 영입을 발표했다.

문재인 '신의 한수' 둘까

문재인 더민주 대표는 탈당 의원들이 늘어나고 안철수 신당이 탄력을 받은 상황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듯이 대책을 제시했다. 문 대표는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과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면, 대표직에 아무 미련이 없다"며 "통합만 이뤄진다면 저는 뭐든지 내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문 대표가 조기에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자신은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어 문 대표는 "당의 단합과 총선승리를 위해 선거대책위원회를 조기에 출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문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긴 해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서 내년 총선을 이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부에서 "향후 야권은 신당 대 구당의 연대주도권을 위한 기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누가 연대의 주도권을 잡고 총선을 이끌어갈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부상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문 대표는 당내 입지강화를 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지난 3일 김한길 의원의 탈당과 관련, "이 아픔을 우리당을 더 새롭게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는 탈당파에 미련두지 않고 당내 분위기 쇄신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의 영입 기자회견에서 "새해부터는 오로지 단합의 길로 그렇게 나가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참으로 안타깝다"며 이 같이 말했다.

또 문 대표는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 당 의원들이 출마하지 않거나 또는 탈당해서 비게 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새로운 인물 내세워서 대한민국 정치를 물갈이하고, 우리당을 더 젊고 새로운 정당으로 만들어나가는 계기로 삼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의 입당 기자회견 자리에서는 "김 의장은 벤처의 신화"라며 "정치 혁신보다 경제 혁신에 더 중점을 둬서 우리당을 더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의장을 벤처 신화인 안철수 의원의 대항마로 삼아 안철수 바람에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 아니냐"고 분석한다. 김 의장과 관련해 고향인 전북 정읍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데 탈당파인 유성엽 무소속 의원(정읍)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문 대표는 조기선거대책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호남 출신 조기선대위원장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이는 호남 민심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문 대표는 "조기선대위원장은 호남을 바탕으로 한 공동선대위원장을 두는 것에 대해 당내에 공감대가 있다. 후보들도 압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위기에 대처하는 문 대표의 다양한 카드가 어떻게 전개되고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과연 안철수 신당의 가속도를 제어하고 제1야당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 더 두고봐야 하는 상황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