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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광주의 민심] "문재인은 싫은데 안철수도 딱히 대안 못돼…분열하면 다 망하는디"

야권 분열 상황에 진저리…당분간 관망하며 야권 재편 지켜볼 듯
[광주=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어차피 분열하믄 다 망하는 건디 어디를 찍어분들 뭔 소용이 있것소” “문재인도 싫고 안철수도 다 시릉께 묻지도 마소” “민주당을 계승하는 야당이 어디 있당가요. 별 수 없이 당보다는 인물 보고 (투표)해야 않것소” “아조 하는 짓거리들을 보믄 내가 국회로 가버리고 싶은 맘이요”

  • 야권 분열 상황를 지켜보는 광주 민심이 심상치않다. 사진은 지난 19일 찾은 광주 도심 충장로 거리.
야권 분열 정국에서 총선을 앞둔 광주 민심은 맹추위가 전국을 강타한 날씨만큼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대다수 시민들은 현 야권의 분열 상황에 적잖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실망을 넘어 분노감을 표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을 바라보는 광주의 시선은 생각보다 싸늘했다. 야권 전체가 경쟁적으로 ‘DJ와 노무현정신 계승’을 들며 광주 공략에 나섰지만 현지 주민들은 “더는 말과 행동이 다른 이들을 믿을 수 없다”며 불쾌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대체로 문재인 대표에 대한 불만은 컸지만 그렇다고 안철수 의원 쪽으로 지지세가 확 쏠리는 것 같지도 않았다. 또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군소 신당 세력들에게는 그리 큰 기대도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19~20일 이틀 동안 광주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처음엔 정치권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렸다가 <데일리한국>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하나둘 속내를 털어냈다.

일단 문 대표에 대한 반감은 여전했다. 비록 호남 출신으로 분류되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했다곤 하지만 광주 주민들은 문 대표에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광주 도심에서 만난 박모(37·광주 북구)씨는 “(문 대표는) 최근 야당의 탈당 사태와 분열의 1차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 첨단지구에서 만난 직장인 임모(49)씨도 “문 대표는 우리를 너무나 홀대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차라리 안철수 쪽에 기대를 걸어보겠다”고도 했다. 금남로 길에서 만난 자영업자 서모(40·광주 북구)씨는 “문재인이 오죽 자기들끼리만 했으면 안철수가 탈당하고 그랬겠느냐”며 문 대표의 독단적인 당 운영 방식을 비판한 뒤 “선거 때만 호남 호남 하는데 더는 호구 노릇은 안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대생 강모(29·여·광주 북구)씨도 “광주는 이기는 게임을 하고 싶다”며 “이미 야당을 분열시켜서 필패의 길로 들어서게 한 세력을 밀어주고 싶지 않다”고 역시 더민주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노인정을 나서던 한모(74·남·광주 서구)씨는 “안철수도 못 껴안고 여당엔 질질 끌려다니는 야당이 한심해서라도 이번엔 더민주를 안 찍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문 대표나 더민주에 대한 반감이 고스란히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주민 박모(37)씨는 “안 의원은 탈당까지 해서 분열해놓고 (야권) 연대로 얻은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이니 도대체 뭘 보여주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모(72·광주 동구)씨는 “더민주가 싫지만 안철수의 정체성은 뭔가. 표만 쏙 빼먹으려는 건지, 내치라고 하는 기득권 정치인들 데리고 하는 거 보면 아직까지 대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수완 지구에 사는 주부 최모(40·여)씨도 “정치인 안철수가 한 게 탈당밖에 더 있느냐”며 “대권 욕심은 알겠지만 야권을 이끌 사람으로는 안 보인다”고 했다. 첨단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이모(44·광주 첨단지구)씨는 “최근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의원들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느냐”며 “문재인이나 안철수나 뭐가 다른가, 탈당해서 오히려 문재인에 더 득이 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나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었다. 서구에 사는 이모(62)씨는 “신당이 여러 개라는데 잘 모른다”고 말했다. 북구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3)씨는 “지금 신당 세력들에서는 새로운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도로 더민주'란 의견까지 나왔다. 도심에서 만난 김모(38·광주 남구)씨는 "문재인에게 배신감이 크지만 안철수를 대안으로 보긴 어렵다”며 "안철수 신당이 보다 확실한 야성을 보이지 못할 경우 더민주 쪽으로 표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복잡한 광주의 민심은 결국 관망세로 요약됐다. 더민주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을 두고 어느 쪽이 광주 민심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택시기사 윤모(65·남·광주 서구)씨는 “우리가 그간 어떻게 했느냐. 그런데 지금 야권의 행태는 욕이 다 나온다. 안에서 박 터지게 싸워도 분열하지 말라는 게 그리 어려운 거냐”라며 “더는 바라는 것도 없고, 물갈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에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49)씨도 “얼마나 더 호남이 결국 기득권 의원들 밥그릇 챙기기 싸움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느냐”며 “DJ이나 노 전 대통령이 있었을 때나 텃밭이었지 지금은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들의 외침 속에 광주의 표심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듯했다.

이같은 민심의 복잡한 흐름은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는 호남 지역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도 잘 나타났다. 지난 15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1월 둘째 주 호남 정당 지지율 정례조사에서 더민주는 32%로 국민의당(30%)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그러나 지난주 조사에서는 더민주가 19%에 그쳤고 국민의 당이 41%를 기록했다. 이는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윤곽을 드러낼 때만 해도 문재인 대표의 더민주에 대한 대안으로 인식됐는데 최근 이같은 지지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1월 12∼14일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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