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특혜의혹·비자금 관련설… 자총 선거 앞둔허회장 겨냥 추측도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수사 MB정부 비리가 핵심허회장 롯데관광개발에 용산개발 계약상 특혜 의혹 수사

검찰이 용산개발사업에 대한 비리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장이 커질 조짐이다. 사업비 계획 규모가 30조원에 달했던 용산개발사업은 이명박 정부 당시 특정기업 특혜의혹과 더불어 비자금 조성 등과 관련된 소문이 무성했다.

일부에서는 용산개발사업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허준영 자유총연맹회장(전 코레일 사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허 회장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됐는데, 이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 등이 일기도 하는 등 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검찰의 용산개발사업 수사를 놓고 "이명박 정부 비리 수사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본부 사무소에 수사관들을 보내 용산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자료 일체를 넘겨받았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검찰 인지수사나 하명 사건이 아닌 고발에 의한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용산개발사업 수사는 용산 개발을 추진한 허준영 전 사장 등의 배임과 수뢰 혐의를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이 접수된 데 따른 것"이라며 "고발인들은 보수단체 소속인 김모씨와 박모씨 등으로 허 전 사장의 주요 배임 의혹에 대해 그가 롯데관광에 특혜를 안겼다는 게 고발 이유"라고 밝혔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이들 고발인의 고발에 대해 여러 추측이 분분하다. 자유총연맹회장선거를 한달여 앞둔 시점에 고발장이 접수된 것을 두고 "매우 공교롭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회장선거에서 특정후보에 힘을 싣기 위해 고발을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용산개발사업에 대한 여러 문제들이 수면위로 부상한 점을 감안할 때 회장선거를 둘러싼 정치적인 이유로 고발장이 작성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끝나지 않은 싸움의 시작

검찰은 따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코레일의 협조를 받아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의 자료 요구에 코레일이 협조 의사를 밝힌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각종 비리 관련 소문이 무성했던 용산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검찰의 칼날이 어디를 겨눌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발인들은 용산역재개발사업과 관련해 전 코레일 사장인 허 회장 등 당시 집행부를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고발인들은 "허 전 사장이 롯데관광개발이 용산 개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약상 특혜를 제공했고, 코레일에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고발인들은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용산 개발을 위해 합작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 대표를 맡았던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도 함께 고발했다. 검찰은 계약서 등을 검토한 뒤 사업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허 전 사장 측은 고발인 등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용산개발사업은 사업시작 6년만인 2013년 4월 결국 무산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은 서울 용산역 근처 철도정비창 용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총 51만8692㎡를 관광·IT·문화·금융 비즈니스 허브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2007년부터 코레일 주도로 추진됐고, 30조원 넘는 사업계획이 발표돼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사업계획이 잇따라 변경되는 등 난항을 겪다 2013년 3월 백지화됐다. 그동안 사업자 변경 등을 놓고 정치권 연루설 등이 제기되는 등 숱한 의혹과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사업규모는 땅값만 8조원, 총 사업비가 30조3000억원에 달한다. 제2롯데월드(555m)보다 65m 높은 620m 높이 랜드마크빌딩 등을 건설해 세계적 관광명소를 만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사업은 1ㆍ2대 주주 간 다툼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이 난항에 빠지면서 서로 책임전가하기 바빴고 이를 정부와 서울시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백지화되기에 이르렀다. 이 사업의 무산은 건설업계와 지역 사회에 큰 후폭풍을 불러왔다. 토지주이자 최대 주주인 코레일은 이 해 4월 8일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이사 13명의 전원 찬성으로 이 사업의 토지매매계약과 사업협약 해제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다음날인 9일 시행사인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회사(이하 드림허브)에 반납해야 할 토지반환대금 2조4000억원 중 5400억원을 곧바로 반납하기로 했다. 이 돈의 반환으로 드림허브는 사업 시행사 자격을 잃게 돼 사업 청산 절차를 밟아야 했다. 앞서 드림허브는 같은 해 3월 12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의 이자 52억원을 내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이후 코레일에서 제안한 정상화 방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이것이 최악의 사태를 부른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당시 디폴트 이후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상화 방안을 제안했지만 롯데관광개발, 삼성물산 등 민간 출자사와 SH공사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며 "협약이행보증금 청구를 위한 해제 절차를 이때 4월 말까지 진행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코레일이 용산 역세권(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의 2조원대 사업 부지를 시행사로부터 돌려받게 됐다. 하지만 시행사는 이번 판결에 불복, 항소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정은영)는 지난해 11월 24일 코레일이 드림허브를 상대로 낸 소유권말소등기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코레일은 드림허브가 소유하고 있는 용산 역세권 부지 61%를 돌려받게 된다.

코레일은 "드림허브PFV를 상대로 한 코레일의 사업 계약 해제가 적법하다는 것"이라며 "드림허브가 돌려받을 채권은 없으므로 소유권을 말소하고 코레일에 토지를 즉시 반환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드림허브는 2007년 12월18일 출범했다. 코레일·SH공사·국민연금 등 공공지분 46.3%, 삼성물산·GS건설·포스코건설·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SK건설·두산건설 등 18개 건설업체와 롯데관광개발, 푸르덴셜부동산펀드 등 민간지분 53.7%를 출자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었다. 서울시가 2011년 10월 드림허브를 용산개발사업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는 등 사업이 궤도에 오르는 듯했지만 코레일의 새 경영진이 사업 정상화에 반대 입장을 냈다. 이에 드럼허브는 2013년 대출이자 52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결국 부도를 맞아 공중분해 되다시피 했다.

코레일은 같은 해 4월 드림허브PFV에 사업협약과 랜드마크빌딩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면서 토지매매대금으로 받은 2조4167억원 전액을 반환했다. 하지만 드림허브는 소유권 이전을 거부하면서 토지 일부를 돌려주지 않았다. 이에 코레일은 지난해 1월 해당 토지에 대한 드림허브PFV의 소유권을 말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드림허브는 이 소송 결과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드림허브 측은 "최근 한류우드나 청라국제업무타운 등 다른 공모형 PF사업과 관련한 판결에서 통상적으로 70% 이상의 대폭의 위약금 감액을 적용했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어떠한 위약금 감액도 적용하지 않은 부분은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수사 어디까지 갈까

일부에서는 이번 검찰 고발을 놓고 "코레일과 드림허브가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깊어진 갈등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위기 좋을 때 사업자들을 끌어들여 놓고 시장사정이 나빠지고 자금에 문제가 발생하자 코레일이 발을 빼면서 사업자들만 피해를 본 상황"이라며 "이 사업으로 피해를 본 이들이 하나 둘이 아닌 만큼 사업과 관련해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사업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 때 실세들에 의해 추진됐던 사업인 만큼 곳곳에 비리 의혹들이 적지 않다는 말도 무성하다. 이에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용산개발사업 수사와 관련해 최근 정부에서 강조하는 '대형 부패범죄' 수사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총 사업비만 30조원이 넘었던 국내 최대 개발 프로젝트가 실패한 진짜 배경과 원인을 두고 그동안 여러 소문이 무성했던 게 사실이다. 심지어 이명박 정권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용산개발사업에 실세들의 자금이 움직인다"거나 "실세와 가까운 특정 업체가 용산사업에 특혜를 받아 시작부터 적지 않은 수익을 보고 있다" 등등의 루머가 적지 않게 나돌았다.

이같이 수많은 의혹이 시중에 나돌 당시 자주 이름이 거론됐던 인물이 바로 자유총연맹의 허 회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에 접수된 고발장에는 허 회장이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배임과 수뢰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적혀 있다. 검찰이 코레일에 사업 계약서 등 자료협조를 받은 것은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어떤 경로를 통해 고발장이 작성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다만 이번 검찰 수사가 단순히 용산개발사업 자체의 문제를 수사하는 형태로 가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고발장과 관련해 용산개발사업과 관련해 그동안 입수된 첩보와 제보를 바탕으로 용산개발사업비리 의혹과 관련자들을 집중 수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허준영 당시 코레일 사장에 대한 여러 비리 의혹이 제기돼 이를 검찰에서 조사한 적 있는데, 이때 의심 가는 부분은 몇 군데 있었지만 문제가 딱히 드러나 소문을 뒷받침하는 내용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며 "허 전 사장이 측근 아무개에게 특혜를 줬다거나 특수관계인 아무개를 용산개발사업에 참여시켰다는 등등의 소문들이 무성했지만 조사에서 드러난 것은 없었다. 이번에 접수된 고발장도 비슷한 내용인데, 어찌됐건 일단 허 전 사장에 대한 민원이 들어온 이상 조사는 안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고발이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를 앞둔 노림수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누군가 사정기관에 고발장을 냈는데, 그게 왜 검찰의 정치적 노림수냐. 검찰은 고발이 있으면 조사를 하는 게 당연한 프로세스다. 그 외 다른 것은 시중에서 나오는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고발인은 박모씨 등 2명으로 박씨는 자유총연맹 전 산하기업 A산업 대표를 역임했고, 또 다른 고발인 김씨는 자유총연맹 협력단체였던 B연합 대표를 맡았다. 모두 자유총연맹과 관련된 인물이라는 이야기다.

자유총연맹 주변에서는 이들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 "허 회장이 연맹회장으로 당선됐을 때부터 불만을 표시해오던 사람들"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이후 허 회장의 불법선거운동 사실을 지적했다가 자리에서 밀려나는 등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이라고 규정하는 말도 나온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허 회장이 코레일 사장으로 있던 2009년부터 2011년12월 사이 용산개발사업 사업을 추진하면서 형법상 배임죄 및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를 범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장에 따르면 허 회장은 당시 용산개발사업 추진 회사였던 용산역세권개발(AMC)의 주도권을 삼성물산에서 롯데관광개발이 가질 수 있도록 뒤에서 특혜를 준 정황이 있다고 적었다. 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롯데관광개발에 각종 특혜를 주는 등 배임 및 횡령을 저질렀다고 이들은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사정기관과 코레일 주변에서 "롯데관광개발의 주식에 허 회장 측근 등 주변인들이 투자를 해 상당한 이익을 봤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하청업체인 A사 관계자가 허 회장과 연결된 인물 아니냐는 루머도 돌았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 "용산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고 거기에 허 전 사장 연루됐다는 의혹은 이미 내사를 한 바 있다"며 "하지만 그런 소문을 뒷받침할 정황이나 제보자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발인들이 허 회장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 '특별참고사항'에 적은 내용을 보면 "용산개발사업은 이명박 정권차원에서 추진됐다"며 "노무현ㆍ이명박 정권 실세들뿐만 아니라 이모 중진 의원과도 가까운 허 회장은 정권차원의 비호세력을 등에 업고 비리를 저지를 의혹이 있다"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허 회장 측은 "코레일 회장이었을 당시 있었던 용산개발사업의 주요 결정은 모두 코레일 경영평가위원회가 주축이 돼 코레일 이사회를 거쳐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아 진행된 것"이라며 "전문 경영인을 임명해 임기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사장 혼자 그런 걸 결정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윤지환기자 musasi @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