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물갈이 대상 거론… ‘친박vs 진박’ 대결 불가피

4·13 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ㆍ경북(TK) 지역이 뒤숭숭하다. 현역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다 ‘살생부’ 소문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TK 지역 공천 신청자를 대상으로 면접이 실시된 26일, 이전과는 사뭇 다른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에 누가 해당될지 알 수 없는 상황도 한몫했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거론되는 물갈이방식은 과거 총선 때와는 달리 추진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TK 지역이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18, 19대 총선의 경우 친박(친박근혜)계냐, 친이계냐 등이 공천에 큰 영향을 미쳐 ‘공천학살’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향식 공천을 바탕으로 단계별 물갈이론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의 정치적 기반인 TK 지역이 1단계 물갈이 대상이고, 다음으로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고령의 다선 의원을 걸러내며, 대신 그 자리에 장관과 청와대 고위직 출신의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를 심는 방식으로 추진된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전략공천’으로 인식되는 우선추천지역과 함께 컷오프는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 전국위원회를 모두 거친 ‘상향식 공천’에 위배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면서 현역 의원들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자격심사가 가해질 것임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거기(더민주)는 무식하게 대놓고 싹둑 잘라버렸다”면서 “우리는 그 게 아니고 하나하나 솎아낸다”고 말해 방식은 다르지만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또한 세간에 떠돌고 있는 ‘살생부’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생전 처음듣는다”며 부인하면서도 TK지역 현역 6명을 날린다는 내용의 찌라시(사설정보지)에 대해서는 농담조로 “대구만 해도 12명인데 어떻게 6명밖에 안날라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TK에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대구지역 초선 의원들이 컷오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종래 친박과 진박 간 대결이 예상되는 곳의 물갈이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구 동을의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이재만 전 동구청장, 대구 동갑의 류성걸 의원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대구 중ㆍ남구의 김희국 의원과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대구 서구의 김상훈 의원과 윤두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대구 북갑의 권은희 의원과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이 맞붙는 곳이다.

또 다른 ‘진박 연대’ 일원인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달성군에 나선다. 앞서 이 지역 현역인 이종진 의원은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지역구인 수성갑에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대구 지역 외 TK 지역에서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현역들이 대부분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비박(비박근혜)이거나 친이(친이명박)계여서 또 다른 ‘공천학살’논란이 불거질 여지를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한구 위원장이 표적 공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친박 현역도 컷오프 대상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TK 물갈이와 관련해 현역 컷오프가 현실화될 경우 대상 의원과 지지자 및 당원들의 행보가 관심사다. 탈락 현역 의원의 무소속 출마도 배제할 수 없어 그렇게 될 경우 선거 판세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초선 의원과 ‘진박’ 후보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된 선거구에서는 당원들의 향배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